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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7>적과의 동침 (14)
글 채희문/그림 유현숙


“회장님!”

“반갑소, 현 차장!”

유민 회장은 퇴근 후에 호젓하게 현성애를 만날 수 있게 된 것이 너무도 기뻤다. 평상시라면 단지 세컨드와의 재회일 뿐이라고 여기겠지만 오늘만큼은 예외였다. 그까짓 레이싱 팀 창단조차도 간섭을 받아야만 하는 무력함을 깨닫고는 종일토록 외로움과 슬픔에 젖어있었기 때문이다.

“회장니임~”

그녀는 약속장소에 나타난 유민 회장을 보자 한걸음에 토끼처럼 달려가 답삭 그의 품에 안긴 채 눈물을 글썽였다. 신파조로 접근하기 위한 의도였다. 주식의 지분이 미약한 회장으로서 겪어야만 했던 수모를 굳이 리바이벌 할 필요가 있을까? 물론 노우! 였다. 다만 눈물을 글썽임으로서 ‘나는 당신이 낮에 겪었던 수모를 가슴 아파 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으로 충분했다.

“이런, 어린애처럼 울긴…”

유민 회장이 현성애와 만나기로 한 약속장소는 다름 아닌 외국인 바이어 접대용 세컨드 집무실이었다. 시내에서 멀리 떨어진 곳, 공항 가까이에 위치한 그 집무실은 부적절한 관계를 위한 아지트로 쓰이던 곳으로서 남의 이목을 피해 들어갈 수 있는 미로 형 주차장과 무빙워크로 엘리베이터까지 이어지는 이동장치로 꾸며져 있었다.

“많이 힘드셨죠? 그리고 외로우셨죠? 회장님.”

“그렇지 뭐. 꼭두각시 회장 신세가 어련하겠어?”

“누가 회장님을 꼭두각시라고 해요? 회장님 한 마디에 산천초목이 벌벌 떠는데…”

그녀는 유민 회장의 목을 꼭 끌어안은 채 무빙워크에 올랐다. 그리고 눈을 지그시 감은 채 입술을 뾰족 내밀었다. 이제 유민 회장이 입술을 받아주기만 하면 뜨겁게 반응하기로 이미 마음먹은 바였다. 무빙워크의 끝자락에 닿으면 자동으로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게 될 것이고, 딥 키스를 나누는 동안 엘리베이터는 소리 없이 올라가 방문 앞에 그들을 내려놓을 것이다. 방문 앞에 다다르기 전까지 이미 유민 회장의 재킷이며 와이셔츠의 단추를 풀고 그의 몸을 달구어놓을 예정이었다. 그리하여 그 뜨거운 느낌, 그 알싸한 분위기를 깨지 않고 그대로 침대까지 이어가서 일단 뜨겁게 몸부터 섞을 계획이었다. 현실에 거칠게 대항하지 못하고 망설이기만 하는 소심한 사내를 이용해 뜻을 관철시키려면 때론 자극적인 섹스를 통해 부담을 안겨주어야만 효과를 볼 것이란 생각이었다.

“어, 현 차장… 왜 이렇게 급해요? 방에 들어가기도 전에…”

“현 차장이라니요? 저 현성애예요. 자기 애인이라고요.”

현성애는 어느새 유민 회장의 와이셔츠 단을 바지춤에서 빼어내고는 그 밑으로 한쪽 손을 집어넣어 그의 가슴팍을 쓰다듬는 중이었다. 그리고 다른 손의 손가락 끝을 세워 톡! 톡! 와이셔츠 단추를 풀고 있었다. 무빙워크의 속도에 맞추어 천천히 단추를 풀어내는 중이었으나 유민 회장의 느낌으로는 그녀가 후두둑! 단추를 훑어내는 느낌이었다.

“너무 급하지 않소?”

“장차 레이싱을 주도하려면 속도전에 능해야 해요. 세상에 빠른 게 얼마나 많은데 이까짓 걸 빠르다고 하세요? 영국에서 제작된 수퍼카 ‘아카비온 GTBO‘는 최고시속 547킬로미터를 주파했어요. 우리 오늘 밤에 그 속도로 달려볼까요?”

“그건 전혀 다른 얘기잖소… 어, 어억!”

“그 차는 정지 상태에서… 아! … 불과 30초 만에… 시속 480킬로미터에 도달했어요. 아,아! … 물론 직선코스였지만… 우리 오늘 그렇게 달려 봐요.”

엘리베이터 문이 스르륵 열리는가 싶더니, 어느새 그녀의 손이 유민 회장의 바지춤으로 불쑥 들어오는 것이 아닌가. ‘어이쿠!’ 하는 외마디 소리와 함께 유민 회장도 두 손을 뻗어 그녀의 젖가슴을 움켜쥐고야 말았다. 무릇 속도전이 시작되는 중이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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