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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8>적과의 동침 (5)
글 채희문/그림 유현숙

잠시 이성을 잃었던가? 한껏 속도를 높여 질주하던 유호성이 정신을 차린 것은 뒤로 바짝 따라붙으며 싸이렌을 울려대는 순찰차를 발견하고 부터였다.

“이거 야단났네. 경찰이야. 어떡하지 오빠?”

“어떡하긴, 달려야지. 감히 누가 포르셰를 따라잡을 수 있겠어?”

“정신 나갔어? 경찰이라고. 오빠가 계속 신호위반에 속도위반을 했단 말예요.”

“아, 그렇군.”

달려서 도망칠 자신은 있었지만 참아야 했다. 아직 아버지 유민 회장의 재가를 받지도 않은 상태에서 시가지 레이스를 벌인 사실이 들통 나기라도 하면 대세에 지장이 생길지도 모른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하긴 아버지의 지원을 받지 못하면 백수와 다름없는 신세라는 것을 모를 바 아니었으므로 그는 순순히 차를 길가로 세웠다.


“참 정신 나간 분들이군요. 자동차 경기장으로 착각하셨습니까?”

경찰은 거수경례를 하면서도 비꼬는 태도가 역력했다.

“미안합니다. 우리 아버지를 봐서라도 잘 좀 봐주세요.”

“아버지? 선생님 아버지가 오바마 대통령이라도 됩니까? 그러고 보니 얼굴이 까맣군. 흙먼지가 튀어서 까매진 겁니까? 아니면 원래부터 까맣게 태어났습니까. 그나저나 이 추운데 어째서 뚜껑은 열고 달리는 겁니까?”

한심하다는 표정이었다. 어쩌면 기가 막혔을 지도 몰랐다. 하긴, 영하의 날씨에 오픈에어링을 하는 자체가 얼빠진 노릇일 테니… 하지만 운전석 옆자리에 다리를 꼬고 앉아있는 김지선을 본 순간 경찰의 표정은 더욱 묘하게 바뀌어가고 있었다. 이 추운 날씨에 미니스커트 차림이라니. 게다가 바람으로 인해 반쯤 벗겨진 털목도리 아래로는 한여름에나 입어 마땅할 민소매 차림이었다. 그러나 경찰의 마음을 더욱 싱숭생숭하게 만든 것은 결코 민소매 패션만이 아니었다. 여염집 처녀들에게서는 찾아볼 수 없는 세련미… 민소매 아래로 드러난 37인치의 바스트와 허리까지 출렁이는 갈색 머리칼 때문이었다.

“정신이 나갈 만도 하군요.”

경찰은 그 순간, 모든 임무를 포기한 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원래 세상 남자란 그토록 어수룩한 짐승이다. 천하의 중국대륙을 호령하던 여러 황제들도 달기, 양귀비, 서시 등등의 절세미인들에게 혼이 빠져 나라를 망쳐먹지 않았던가. 어디 중국에서만 그랬는가? 로마제국의 영웅인 카이사르와 안토니우스도 클레오파트라에 눈이 멀어 파란만장한 삶을 살아야 하지 않았던가.

“우리 아버지가 유민 제련그룹의 회장입니다. 잘 좀 봐주세요.”

“아, 네. 선생님 아버지가 누구시던 상관없습니다. 나는 내 자신의 판단으로 업무를 수행 할 뿐입니다. 오늘은 기분 좋게 용서해 드리겠습니다. 앞으로 정신 차리고 운전에만 열중하십시오.”

경찰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유호성은 차를 힘차게 내몰았다. 천만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한편으로는 아버지의 후광이 길거리의 경찰관에게까지 미치고 있다는 사실에 어깨가 으쓱해 졌다. 착각을 해도 이만저만이 아니었다는 말이다.

“다행이야 오빠. 그런데 너무 춥다. 얼른 따뜻하게 좀 해줘.”

춥다고? 이토록 아름답고 요염한 아가씨가 나에게 따뜻하게 해주길 원한다고? 그녀가 춥다고 말 한 순간, 유호성은 유민 제련그룹의 황태자 신분이라든가 경찰관의 충고 따위는 까맣게 잊고 말았다. 끔찍하게도 예쁜 여자가 춥다고 하는 말을 대충 흘려들을 수컷이 이 세상 어디에 있을까.

“비비러 가자. 비벼야 열이 날 것 아니냐.”

그는 급히 핸들을 꺾어 유턴 차로로 접어들었다. 방금 전에 지나친 모텔 간판이 눈앞에 삼삼했기 때문이었다. 자고로 몸부터 하나가 되기 위한 훈련에 돌입할 요량이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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