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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폭력·성추행 팔짱만…선수보호委 이름뿐
대한체육회에서 소속선수들의 폭력, 인권침해 등의 고충을 해결해주기 위해 각 산하연맹별로 운영 중인 ‘선수보호위원회’가 이름만 그럴싸할 뿐 정작 별다른 활동을 하지않고 있음이 드러났다.
대한체육회가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이용경 의원(창조한국당)에게 보고한 ‘2008~2010 선수보호위원회 접수 및 처리실적 현황’을 보면 지난 3년간 대한체육회 산하 58개 체육연맹 중 39개 체육연맹에 선수보호위원회를 통해 신고된 고충 접수건수는 고작 19건에 불과했다.
그러나 지난해 국회 국정감사에서 대한체육회가 제출한 성폭력 및 폭행 피해사례는 2008년 10건, 2009년 19건, 2010년(9월기준) 90건에 이른다. 결국 지난 3년간 대한체육회에 접수된 신고 사례 119건 중 100건(84%)은 산하연맹 선수보호위원회에 아예 접수조차 되지 않은 셈이다.
그나마 선수보호위 활동실적이 있는 단체는 야구ㆍ배구ㆍ아이스하키 등 7개 단체에 불과했다. 반면에 빙상ㆍ레슬링ㆍ럭비 등 32개 단체는 지난 3년간 선수보호위에 접수된 인권 침해사례가 아예 ‘0’건인 것으로 보고됐다. 축구ㆍ펜싱ㆍ볼링등 19개 단체는 출장 등을 이유로 선수보호위 인권침해 접수사례를 제출조차하지 않았다.
선수보호위가 이처럼 ‘이름 뿐인 기구’로 남게 된 것은 선수들부터 신뢰를 얻지 못하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레슬링 선수는 “심각한 사안으로 선수보호위에 제소를 해도 지도자에게 징계 처분이 내려지기 보다는 지도자와 학부모, 선수간 합의나 중재를 유도하는 예가 많다”며 “합의 후에는 지도자의 눈밖에 나 괴롭힘을 받기 때문에 운동을 그만두게 된다”고 털어놨다. 실제로 지난 3년간 각 연맹 선수보호위에 폭행 등을 이유로 접수된 19건의 사건 중 지도자가 자격정지 이상의 징계를 받은 것은 8건에 불과하다.
반면에 7건은 합의로 유야무야 종결됐다. 나머지 3건은 법원에 계류 중이고, 1건은 학교 자체 징계권고 조치가 내려졌다.
빙상연맹의 경우, 지난해 4월 경기교육청 소속 쇼트트랙 국가대표 상비군 코치가 여중생 제자(15)를 성폭행하고, 초등생 시절부터 상습 성추행한 혐의로 구속까지 됐지만 이 사건은 선수보호위에 아예 접수조차 되지 않았다.
이용경 의원은 이와 관련해 “연맹 차원에서 선수보호위를 구성하고, 연맹 이사가 위원장이 되다 보니 선수보호 보다는 지도자 보호에 촛점이 맞춰지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며 “대한체육회 차원에서 선수보호위를 구성하고, 위원장 및 위원을 비체육계 인사로 구성해 선수들을 실질적으로 보호할 수 있는 위원회로 탈바꿈시켜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재현 기자/madpe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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