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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화영의 골프장 인문학 37] ‘자율골프’의 요람 사우스링스영암

  • 기사입력 2020-01-14 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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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잔디가 깔린 사우스 링스영암 B코스 9번 홀.

[헤럴드경제 스포츠팀= 남화영 기자] 전남 영암의 F1경기장 옆 영암 호반에 조성된 퍼블릭 골프장 사우스링스영암이 개장 석 달째를 맞았다. 캐디가 없고, 5인승 카트가 없고 레스토랑이 없어 ‘3무(無)’골프장으로 입소문이 나고 있는 코스인데 겨울 내내 휴장일 없이 영업한다니 결국 ‘4무’ 골프장인 이곳을 최근 다녀왔다.

없다는 것의 내용부터 살펴보자면, 현재 운영중인 짐 잉 코스 27홀에 캐디가 없다. 오는 3월 개장 예정인 카일 필립스 코스 18홀과 새로 조성하는 마이크 드브리스 코스도 노캐디로 운영한다고 한다. 부분적으로 셀프라운드를 차용하는 국내 골프장은 있어도 이렇게 전면적으로 셀프 라운드를 하는 곳은 국내 처음이다. 게다가 이곳은 ‘2인 플레이’까지도 허용한다. 한국 골프장 문화에서는 혁신적인 시도다.

골프장에 도착하면 백을 싣고 볼 닦는 수건을 챙기고 스코어 카드를 적는 것 등은 스스로 알아서 해야 한다. 그리고 5인승 카트가 없다. 4명이 가면 2인승 카트 두 대가 나온다. 캐디가 없으니 두 명이 한 카트에 타고 운전한다. 잔디씨를 뿌린 지 1년이 지나지 않아 잔디뿌리가 활착되기까지는 카트길 만을 따라가야 하지만, 올 가을이면 외국처럼 2인승 카트가 페어웨이에 진입할 수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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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인승 카트들이 클럽하우스 앞에 줄서서 골퍼들을 기다린다.


한 겨울에 라운드했는데 잔디 색깔이 푸른 빛을 유지하고 있었다. 겨울 평균 기온 13도의 남도라서 그렇기도 하지만, 그린을 비롯해 페어웨이, 티잉 구역이 모두 고급 양잔디인 벤트그라스가 깔린 때문이다. 게다가 파3 홀 티잉 구역을 포함해 인조 매트를 찾아볼 수 없었다. 골퍼들이 몰리는데 잔디가 버텨낼까? 그렇게 영업해도 되나? 궁금증이 들었다.

정영각 총지배인은 “티잉 구역이 좁은 B 2번 홀에만 최근에 인조 매트를 깔았지만 다른 26개 홀은 천연 잔디 그대로 티샷할 수 있다”고 말했다. “5개의 티잉 구역을 모두 개방해서 번갈아 사용하고, 자주 디보트 자국을 수리하고, 잔디 육종장인 너서리를 운영해 거기서 잔디 뗏장을 수시로 입히고 있습니다. 멀리까지 오셨는데 최대한 천연 잔디를 이용하도록 하는 게 저희 운영 방침입니다.”

캐디가 없고 2인승 카트비가 2만원에 불과하니 골프 한 라운드에 드는 비용은 겨울철 할인을 포함해 요일별로 최저 6만5천원에서 10만원 미만이다. 인조매트 없는 고급 양잔디 코스를 라운드하는 총 비용이 그렇다. 수도권에서 차로 4시간 걸리니 멀기는 하지만 구미가 당긴다.

사우스링스영암의 클럽하우스는 화려하지 않지만 모던하다. 외국의 골프장처럼 필요한 시설만 있다. 대형욕탕이 없지만 라운드를 마치면 샤워장을 이용할 수 있으니 인상적이다. 또한 이곳은 일반 골프장에서 보는 단체룸을 갖춘 레스토랑 대신 캐주얼한 까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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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부터 운영되는 카페테리아에서는 로보트가 음식을 서빙한다.


올해부터는 식사를 할 수 있는 카페테리어 공간 S라운지를 마련했다. 여기서 판매하는 음식은 전복죽이 1만천원, 우동과 새우필라프가 각각 1만원이고, 샌드위치는 9천원이다. 전반 라운드를 마치고 맥주라도 마신다면 테라 생맥주 한 잔에 4500원, 4인용 치킨 윙이 3만5천원이다. 동네에서 파는 음식 가격과 차이가 없다.

골프장에서 흔히 4인용으로 시켜먹는 전골 요리가 없고 비싼 메뉴가 없다. 음식 서빙은 직원이 아니라 로봇이 해준다. 정 지배인은 “국물 없는 음식이 주라서 국내 골프장 중에 처음으로 로봇을 채용했다”면서 “먹은 음식 수거는 직원이 하는데, 인건비를 줄이는 차원에서 도입해 현재까지 잘 이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클럽하우스를 나가니 2인승 카트가 줄지어 서 있고 스타터가 우리 이름이 새겨진 카트를 안내했다. 내가 직접 백을 직접 카트에 고정하고 코스에 대한 설명을 듣고 나갔다. 카트에는 노캐디 셀프 라운드를 위한 안내 문구가 적혀 있었다.

타구 사고 예방
1 스윙을 할 때 주위에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2 앞 팀이나 사람을 향해 연습 스윙을 하지 않습니다.
3 앞 팀이 사정권에서 완전히 벗어날 때까지 기다립니다.
4 동반자는 경기자보다 앞으로 나가지 말아야 합니다.
5 로스트 볼을 찾을 때 뒤 팀 또는 앞 홀에서의 타구를 주의합니다.
6 볼이 향하는 곳에 사람이 있는 경우 ‘볼’이라고 크게 외칩니다.
7 티 구역에는 한 분씩 이용합니다.
8 경기자의 모든 샷이 끝난 후 차례대로 이동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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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트 앞에는 자율 골프를 위한 안내 문구가 붙어 있다.


카트 사고 예방
1 카트 운행 중에는 승하차 하지 않습니다.
2 카트 도로에서 카트 앞으로 이동하지 않습니다.
3 이동 중에는 안전 손잡이 잡기 등 바른 자세로 이용합니다.
4 이동 중에는 휴대전화 사용, 골프채 휴대, 취식 등을 중단하시기 바랍니다.
5 내리막, 커브길 등에서는 감속하여 운행합니다.
6 카트는 반드시 경기자보다 뒤에 위치하여야 합니다.

타구 사고에 대한 안내, 연습 스윙을 할 때의 주의사항을 적어두고 있었다. 캐디가 있건 없건 간에 이는 골프장에서 지켜야할 기본 룰이다. 하지만 캐디에 익숙해진 우리는 이 사실을 무시하기 십상이다. 우선 스코어 카드 적는 것부터 헤매고, 종종 웨지를 그린 주변에 놓고 오기도 한다. 외국에 나가면 이런 사항은 필수지만 국내 골퍼에게는 오히려 생소하다. 사우스링스영암은 캐디가 없는 자율 골프장이다. ‘자율’에는 자유와 함께 책임과 의무가 따른다. 처음에는 불편할지 몰라도 이는 골프의 글로벌 스탠더드다.

정 지배인의 말이다. “간혹 웨지를 잊고 가다 돌아오거나 진행이 느린 손님이 계시고, 어쩌다 볼 두어 개를 치는 분들도 보입니다. 그러나 아직 전체 진행에 크게 지장을 줄 정도는 아닙니다. 다른 분들을 위한 배려심은 조금 더 갖추시면 더 좋습니다. 점점 개선되고 있습니다.”

이 코스는 2004년 미국에서 ‘올해의 설계가’로 꼽힌 짐 잉이 설계했다. 그는 전북 장수에 장수골프장을 설계했다. 꽈배기 도너스처럼 울퉁불퉁 턱 높은 긴 벙커와 그린을 길쭉하게 만드는 재미난 홀을 만드는 게 그의 스타일이다. 한 두 개의 그린은 경사를 급격히 달리해서 굴려 붙이는 재미와 스릴을 느끼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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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인승 카트를 몰고 겨울에도 푸른 색을 유지하는 코스를 따라 라운드 한다.


골프장 이름에 ‘링스(Links)’를 달았을 때부터 짐작하겠지만 홀 전후좌우로 물이 많은 코스다. A코스의 홀 배열이 독립적이라면, B와 C코스는 아기자기하다. B코스는 모든 홀에서 물을 접한다. 특히 파5 455미터 6번 홀은 왼쪽으로 휘어진 코스인데 그린 영역만 물 앞으로 불쑥 튀어나와 있다. 물을 넘겨 투온을 하거나 혹은 잘라서 쓰리온을 하도록 하는 전략이 뚜렷하게 구분된다. 물을 피하거나 혹은 극복하거나의 판단이 라운드 내내 이어진다.

C코스 역시 7개의 홀에서 물을 피해야 하지만 이 코스는 벙커들이 공략의 묘미를 살려주는 게 독특하다. 파4 3번 홀에서는 그린 앞까지 뻗은 70미터 이상 되는 긴 벙커를 피하는 전략을 짜야 하고, 파4 4번 홀에서는 스코틀랜드의 폿벙커처럼 페어웨이 군데군데 박힌 8개의 동그란 함정을 피하는 게 타수를 지키는 요령이다. 턱 높은 벙커들은 확실한 핸디캡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바람이 부는 라운드를 마치니 마치 유럽의 어느 링크스에 와 있는 기분이었다.

이곳의 장점은 뛰어난 코스와 잔디다. 해외 유명 코스 설계가인 짐 잉을 비롯해, 링크스 코스의 권위자인 카일 필립스, 호주의 마이크 드브리스를 초빙해서 코스를 디자인했다. 외국의 전문 셰이퍼가 땅을 올록볼록하게 버무린 결과 바다였던 매립지에 굴곡과 마운드가 넘실대는 링크스 스타일을 완성했다.

게다가 코스 전체를 비싼 양잔디를 깔았다. 제주도 클럽나인브릿지에서 국내 처음 양잔디 코스를 성공시켰던 잔디과학의 김경현 대표는 이 골프장의 구세주다. 지난해 여름 잔디씨를 파종한 뒤로 비가 오는 날이면 밤을 새워가며 애지중지 관리한 결과 지금의 상태로 만들었다. 잔디 파종 반년만에 코스 개장에 무리가 없었던 건 그가 공들인 덕이
다. 얼지 않은 코스의 그린 스피드가 3미터 정도는 나온다. 프로 골프 대회를 치러도 될 정도의 그린 컨디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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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암호를 면한 곳에 사우스링스영암 63홀이 차근차근 조성되고 있다.


2004년 'J프로젝트'가 나오면서 사우스링스영암이 태동되었다. 미국의 머틀비치나 파인허스트처럼 대규모 골프 단지를 조성해 겨울철이면 해외로 나가는 골퍼들을 유입하고 골프 대중화에 기여하자는 차원에서 기획됐다.

삼호지구 전체 마스터플랜을 보면 삼호읍 난전리 일원 매립지 약 262만평 부지에 총 63홀이 들어선다. 올 가을이면 200실 규모의 골프텔이 완공되고, 올해 마지막 18홀 코스도 착공에 들어간다. 골프장 뿐만 아니라 페어웨이 빌리지, 시니어 빌리지 등 은퇴자와 정주인구를 위한 주택단지, 대규모 정원, 산책로, 마리나리조트, 호텔, 허브테마단지 등의 다양한 리조트 시설 등을 계획하고 있다.

사우스링스영암은 아마도 이 코스는 올해 노캐디 셀프라운드의 요람이 될 것 같다. ‘3무(無)’골프장이면서 동시에 2인 플레이가 가능하고, 가을이면 카트가 페어웨이가 진입할 수 있고, 저렴한 음식이 있는 3유(有) 자율 골프의 실험장이다. 한국의 골프 트렌드를 바꿀 큰 변혁의 시작이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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