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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배구로 세계를 만난다_in 페루②] (5) 국가가 우선인 페루의 배구문화

  • 기사입력 2019-10-14 2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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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배구 지도자가 이끄는 페루 배구팀의 유니폼을 선물로 받았다. 기분이 좋아 밝은 표정으로 기념사진을 찍었다.

한국인 배구 지도자를 연결해준다는 소리를 듣고 기다리고 있는데, ‘Ariana(페루 배구협회 대표)’는 어디론가 전화를 하더니 나에게 핸드폰을 넘겨주면서 통화하라는 제스처를 취했다. 전화를 받은 사람은 정말 한국인이었다.

신기하고 들뜬 마음으로 말을 건넸다. ‘안녕하세요. 한국에서 온 대학생 배구기자입니다. 저는 현재 ’세계 배구여행기‘라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인데요. 혹시 찾아뵙고 페루 배구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까요?’라고 물었다. 그는(그는 실명을 밝히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고 정중하게 부탁해왔다. 이후부터는 ‘그’라고 칭한다) “제가 지금 좀 바빠서 3시간 뒤에 전화를 다시 주시겠어요?”라고 말했고 나는 ‘네 기다리겠습니다’라고 답했다.

밥을 먹고 쉬다 보니 약속시간이 다 됐고 그에게 전화를 걸었다. “선생님 혹시 시간 괜찮으신가요? 바쁘시면 내일 다시 찾아뵙겠습니다.”라고 말하자 그는 “아니요. 지금 훈련 전에 잠깐 시간이 남네요. 저희 집 주소를 알려드릴 테니 이쪽으로 오시겠어요?”라고 답했다. 나는 곧바로 택시를 잡고 그곳으로 향했다. 그리고 그를 만나 페루 배구에 대한 이야기를 자세히 들을 수 있었다. 참고로 그는 정말 체계적이고 철저하게 자신이 설계한 시스템 속에서 살고 있었다. 배구에 대한 열정이 느껴져서 아주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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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루 여자국가대표팀의 마요레스팀. [사진=페루 배구협회 페이스북]


국가대표라는 이름의 무게


이번 편에서는 일단, 페루의 대표팀 시스템을 소개하고자 한다. 페루 국가대표는 총 4개의 팀으로 운영이 된다. infantiles(인판틸레스 12~14세 이하), menores(메노레스 14~16세 이하), Juveniles(후베닐레스 16~18세 이하), mayores(마요레스 18세 이상)로 나뉜다. 인판틸레스와 마요레스는 팀마다 감독, 코칭스태프들이 따로 소속되어 있고, 메노레스와 후베닐레스는 같은 감독, 코칭스태프들이 선수들을 육성한다.

여기까지는 크게 눈에 띄는 점은 없다. 한국도 이 정도의 시스템은 운영을 하고 있으니. 하지만 그 속으로 들어가 보니 놀라웠다. 가장 신기했던 점은 1년 365일 내내 제외하고 주 5일 훈련을 계속한다는 것이다. 물론 중간중간 국제대회나 큰 행사가 있으면 이걸 소화면서 말이다.

‘응? 소속팀이 있는데 주 5일을 대표팀에서 훈련을 한다고?(추후에 설명하겠지만 페루는 유소년 리그도 활발히 운영한다)’라는 의문이 먼저 들어 다시 한 번 물어봤지만 대답은 같았다. 국내 리그가 시즌 중이어도 대표팀 훈련은 꾸준히 지속된다는 것. 만약 선수가 정당한 이유 없이 대표팀 훈련에 참여하지 않을 경우 정부가 법적 책임을 묻는다고 한다. 그만큼 국가적으로 국가대표라는 직책은 큰 희생과 책임감이 따른다는 뜻이다.

인권문제, 리그활성화 등 합리적이지 못한 측면이 있지만, 열악한 환경에서 국제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그들의 고육지책인 듯싶다. 한국도 그랬던 시절이 있었으니. 충분한 훈련이 있어야만 조직력이 단단해지고, 시너지 효과가 발휘된다는 것은 단체 구기종목에서 주지의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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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루에서 배구지도자를 하고 있는 한국인 '그'의 거실. 틈만 나면 배구경기를 보고, 자료를 분석하는 등 배구에 대한 열정이 대단했다.


편견 없는 선수 선발과 기용

한국에서는 나이가 어린 선수가 국가대표로 선발되더라도 시니어 국제대회에서 실제 경기를 뛰기란 쉽지 않다. 경기 경험이 부족하고, 검증이 안 된 유망주를 내보내는 것은 위험한 선택이기 때문이다. 물론 최근 라바리니 감독이 여자배구 대표팀에 부임하고 나서는 조금씩 변화를 맞고는 있지만 아직 요원하다.

그런데 페루는 선수가 발전 가능성이 높고, 실력이 어느 정도만 뒷받침된다면 해당 대표팀 감독과 코칭스태프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성인팀으로 선발된다. 꾸준히 출전기회를 보장할 뿐만 아니라 큰 대회에서도 투입시킬 정도로 과감하다고 한다. 지금 당장 보이는 성적을 좇는 것이 아니라 실패하더라도 멀리 보고 투자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페루는 현재 남자 대표팀이 세계랭킹(10월 9일 기준) 93위 여자 대표팀이 27위에 각각 랭크돼 있다. 남자 대표팀은 사실상 하위권에 속하고 여자 대표팀은 다시 한 번 예전의 명성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혹시 이에 대해 누군가 ‘아니 우리나라보다 뒤처지는 국가에서 뭘 배우나? 저런 시스템을 쓰니까 하위권에 계속 맴도는 거 아니야?’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필자도 처음에는 그렇게 생각했으니. 하지만 진짜 현명한 사람은 자기보다 못한 사람에게서도 배우는 법이다. 특히 현재 한국 배구는 국제 경쟁력이 빠른 속도로 떨어지고 있다. 많은 배구인들이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을 느끼고 있다. 우리에게 필요하다면 랭킹이 높든, 낮든 배울 건 배워야 한다. 페루에서는 '국가대표'라는 이름의 무게가 아주 무겁다는 사실 같은 것을 말이다.

P.S. 그래도 명색이 배구선수 출신인데, 함께 배구를 할 기회는 주어지지 않았다. 곧 생활체육 배구나, 비치발리볼이라도 그들과 함께 배구를 해볼 생각이다.

* 장도영은 대학 1학년까지 배구선수였던 대학생입니다. 은퇴 후 글쓰기, 여행, 이벤트 진행 등 다양한 분야를 적극적으로 체험하면서 은퇴선수로 배구인으로 미래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 장도영의 세계 배구여행은 연예기획사 PNB가 후원합니다.
*** 현지 동영상 등 더 자세한 세계 배구여행의 정보는 인스타그램(_dywhy_), 페이스북(ehdud1303), 유튜브(JW0GgMjbBJ0)에 있습니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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