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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U-20 WC] 정정용호는 월드컵을 즐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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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 이하 대표팀이 결승행 확정 후 물을 뿌리며 즐거워하고 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헤럴드경제 스포츠팀=정종훈 기자] 남자 축구 사상 첫 국제축구연맹(FIFA) 주관 대회 결승에 오른 정정용호의 분위기는 특별하다. 대회전부터 경쟁심이 불타오르는 긴장감 대신 흥이 넘쳤다. 국내 최종 소집 훈련이 진행되던 파주NFC 훈련장에선 커다란 스피커를 통해 신나는 노래가 흘렀다.

과거와는 완전히 다른 문화다. ‘경직’이란 단어를 잊게 만든다.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몸을 푼다. 일회성이 아니다. 정정용호는 2년 동안 이러한 분위기를 유지하며 유쾌하게 월드컵을 준비했다.

물론 항상 유쾌한 것만은 아니다. 전술 훈련에 들어가면 선수들과 코칭스태프의 분위기가 바뀐다. 흥이 넘치던 음악은 꺼지고, 정정용 감독의 날카로운 지적에 선수들이 반응한다. 이렇게 정정용호의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월드컵은 규모가 남다른 대회다. 프로 데뷔도 치르지 못한 선수들이 수두룩해 긴장도 했을 터. 하지만 되레 선수단은 이런 분위기를 즐겼다. 조별리그 1차전 포르투갈 전 이후 긴장한 내색 하나 보이지 않는다. 스스로를 옥죄기보단 경기에만 온전히 몰두하는 모습이다.

한 단계, 한 단계 올라갈수록 이러한 분위기는 더 고조됐다. 자칫하다간 작은 실수 하나로 떨어질 수 있는 상황 속에서도 움츠리지 않는다. 실점을 하더라도 곧바로 11명의 선수가 모여 상황에 대한 의견을 수렴한다. 좌절하는 것이 아니라 실수를 인정하고, 빠르게 판단한다.

유독 이번 대회엔 VAR(비디오판독시스템)이 자주 시행됐다. 전후반 각각 45분의 흐름이 이어지는데, 주심이 VAR 판독관과 교신하는 순간 분위기는 뒤숭숭해진다. 판정 하나로 분위기가 뒤바뀔 수도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선수단은 동요되지 않았다.

백미는 8강 세네갈과의 승부차기에서 나왔다. 고독한 포지션인 골키퍼는 ‘죽음의 룰렛’ 승부차기에서 더욱 압박에 시달린다. 그러나 이광연은 이 순간에도 웃으며 상황을 즐겼다. 첫 번째 키커로 나선 김정민이 실축하자 웃으며 그를 다독였다. 극한의 상황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았다. 막지 못해 땅을 쳐도 웃음을 잃지 않았다.

결승행이 결정되자 선수단은 하나같이 정정용 감독을 향해 물세례를 퍼부었다. 이런 분위기를 정정용 감독도 제한하지 않는다. 인터뷰를 통해 “아이들이 자율 속에 지키는 규칙은 확실히 지킨다”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대회전 미디어데이에서 선수단은 당차게 ‘우승’을 외쳤다. 이에 대부분은 웃어넘겼을 것이다. 하지만 근자감(근거 없는 자신감)이 아니었다. 자신감의 근거는 ‘즐김’에서부터 나왔다. 상투적이지만, ‘즐기는 자를 이길 수 없다’라는 표현이 딱 들어맞는 정정용호의 분위기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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