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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l] ‘검증된’ 사리 감독과 첼시의 빈곤한 인내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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첼시를 이끌고 있는 마우리시오 사리 감독. [사진=프리미어리그]


[헤럴드경제 스포츠팀=복권빈 기자] 첼시의 수장 마우리시오 사리 감독이 경질설에 휘말렸다.

첼시는 지난 11일 맨체스터시티(이하 맨시티)의 홈 경기장인 이티하드스타디움에서 펼쳐진 2018-2019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 26라운드 경기에서 맨시티에 0-6 대패를 당했다. 지난 24라운드 본머스에 큰 점수차(0-4)로 패한 이후 다시 무기력한 경기를 펼쳤다. 계속되는 충격적인 패배로 인해 마우리시오 사리 감독 역시 경질 위기에 놓이게 됐다.

내용적으로 선수기용과 사리 감독 특유의 전술인 ‘사리볼’에 대한 비판도 강해지고 있다. 터프하기로 유명한 프리미어리그 무대 못지않게 터프한 영국 언론에 의해 사리 감독은 이미 조롱의 대상이 됐다.

좋지 않은 결과를 리더가 책임을 지는 것은 당연한 순리다. 하지만 현재 사리 감독을 향한 부정적인 여론은 다소 과하고 이른 감이 있다.

‘검증된’ 사리

과하고 이른 이유는 사리가 ‘검증된’ 감독이기 때문이다. 그는 잉글랜드로 넘어오기 전 이탈리아 무대에서 화려한 족적을 남겼다.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은 엠폴리 감독 시절부터다. 2012년 여름 세리에B에 머물러있던 엠폴리를 맡은 사리 감독은 두 시즌 만에 팀을 1부리그인 세리에A로 끌어올렸다. 1부리그 승격 후에도 승승장구했다. 승격 직후인 2014-2015 시즌에 엠폴리는 유력한 강등 후보로 꼽혔음에도 15위에 오르며 잔류에 성공했다.

성공의 바탕에는 사리 감독 특유의 전술이 한 몫 했다. 수비적이었던 세리에A에서 보기 드문 강한 압박과 빠른 공격 전개를 바탕으로 한 화끈한 축구를 펼쳤다. 재미있는 공격 축구에 확실한 결과까지 낸 사리 감독을 나폴리가 곧바로 가로챘다.

나폴리에서 사리 감독의 축구는 만개했다. 14-15시즌 5위에 머물렀던 나폴리는 사리 감독이 부임하자마자 2위로 시즌을 마쳤다. 유벤투스가 독주하며 지루함을 더해가던 세리에A에도 새바람이 불었다. 이후 두 시즌도 나폴리는 유벤투스의 유일한 대항마였다. 끝내 3시즌 연속 준우승에 머물렀지만 유벤투스에 비해 규모가 작은 나폴리를 이끌며 낸 성과였기에 더욱 값졌다. 사리 감독의 축구는 ‘사리볼’이라는 애칭까지 얻으며 칭송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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첼시의 구단주 아브라모비치. [사진=프리미어리그]


첼시의 인내심

이 정도의 성과를 냈던 감독이 부임 반년 만에 경질설에 휘말리고 있다는 것은 구단이 확실한 믿음을 가지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다. 과거 첼시의 실수가 오버랩되는 부분이다.

첼시는 현 구단주인 아브라모비치가 팀을 인수한 후 15년 동안 12명의 감독을 임명했다. 인내심이 없었던 첼시는 언제나 기다리지 못했다. 대다수의 감독들은 언제나 전임 감독의 틀에서 허덕이다 경질 당했다. 연속성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전임자였던 안토니오 콘테는 사리와 정반대의 축구를 펼쳤다. 라인을 올려 빠르게 전진하는 ‘사리볼’과는 달리 콘테는 안정적인 수비 라인을 바탕으로 한 역습이 주 무기였다. 조르지뉴, 곤살로 이과인, 마테오 코바치치를 제외하면 모두 콘테 감독의 축구가 익숙한 선수들이다. 시즌 초반 반짝했지만 새로운 축구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아무래도 시간이 필요하다.

분명한 것은 사리 감독이 충분한 시간을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맨시티 전이 끝난 후 이어진 기자회견에서 사리 감독에게 곧바로 거취에 대한 질문이 날아갔다. 사리 감독은 “그건 클럽에 물어보라”며 확실한 믿음을 받지 못하고 있음을 은연중에 내비쳤다. 첼시 구단은 수많은 경질설에도 여전히 말이 없다.

리버풀과 맨시티가 이번 시즌 압도적인 기량을 선보이며 1,2위를 달리고 있는 이유는 구단이 위르겐 클롭 감독과 과르디올라 감독에게 전적인 믿음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언제나 성급했던 첼시도 자신들의 사전에 없던 인내심을 끌어낼 때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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