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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종훈의 빌드업] (44) 고려대 박대원, 이 정도면 풀백 희소가치 뿜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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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대원이 연세대와의 정기전에서 승리를 따내지 못했다. [사진=정종훈]


[헤럴드경제 스포츠팀=정종훈 기자] 연령별 대표팀마다 측면 수비수(풀백)가 없다고 볼멘소리가 나온다. 현장에서 발품을 팔다 보면 마냥 불평불만으로만 느껴지지 않는다. ‘정말 없구나’ 하고 고개가 끄덕여진다. 그런데도 불모지에서 싹이 튼다. 현장에서 약 3년을 관찰한 박대원(20 고려대)의 희소한 가치가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대학축구의 명가 고려대가 올 시즌 체면을 제대로 구겼다. 2년 연속 왕중왕 자리에 오른 팀이라고 보기엔 무기력하게 무너졌다. U리그 왕중왕전 진출 실패는 물론이고, 라이벌 연세대를 만나선 3전 전패를 기록했다.

특히 정기전의 패배는 뼈아팠다. 지난해 정기전까지 포함하면 연세대에게 4연속 무릎을 꿇었다. 이에 분했는지 고려대 유니폼을 입은 한 선수는 경기 종료를 알리는 휘슬 소리와 함께 눈물을 흘렸다.

“너무 화가 났어요. 정기전 준비를 엄청 열심히 했는데, 허무함이 느껴지는 동시에 한 번도 못 이겨서 마음이 아팠어요. 그런 감정을 처음 느껴봤어요. 분하고 억울한 게 처음이더라고요. 응원 와준 사람들에게도 미안함이 컸어요.”

대학 무대 2년 차 박대원은 눈물의 이유를 이렇게 밝혔다. 연세대를 단 한 번도 이기지 못한 분한 마음이 어느 정도 공감이 갔다. 고려대, 연세대 선수에겐 정기전이 그 어떤 성적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는 매탄고(수원삼성 U-18) 졸업 후 고려대 입학과 동시에 주전을 꿰찼다. 지난 시즌은 변화무쌍했다. 본 포지션인 측면 수비수는 물론이고, 중앙 수비수, 수비형 미드필더까지 두루 소화했다. 전술의 변화가 많은 고려대에서 이곳저곳을 경험했다.

“다양한 전술을 많이 시도하는 팀이다 보니까 전술의 이해도가 좋아졌어요. 감독님의 주문에 빠르게 대처하게 됐죠. (중앙 수비수보다) 측면 수비수가 더 매력 있어요. 공격적으로 전진하는 것을 좋아해요.”

다양한 포지션을 경험하니 수비 노하우도 생겼다. 실점 장면을 복기하며 자신만의 수비 철학을 세웠다. 급한 수비를 하기보다는 수비 타이밍을 잰다. 올 시즌 어려움 속에서도 굳건하게 제 몫을 해낸 이유는 여기에 있었다.

“저는 다른 수비수가 뒤에 있으니까 발을 뻗지 않고 기다려요. (주변에서는)조금 더 거리를 좁혔으면 좋겠다는 소리를 듣기도 해요. 다만 빠른 선수를 만나면 달라져요. 더 바짝 붙죠. 애초에 공을 잡지 못하게요. 예측력도 괜찮아졌어요. 그 덕분에 수비 커버 타이밍을 잘 맞추게 된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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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정기전에서도 박대원은 선발로 피치를 밟았다. [사진=정종훈]


박대원은 왼쪽 측면 수비수라는 점에서 희소가치가 있다. 여기에 오른발과 왼발을 자유자재로 활용한다. 양발을 곧잘 쓰니 주 포지션인 왼쪽뿐 아니라 오른쪽도 소화할 수 있다(매탄고에서는 왼쪽, U-17 대표팀에서는 오른쪽 측면 수비수 자원으로 분류됐다). 상황에 따라 유연함을 가져가기 수월했다. 이 장점으로 인해 박대원의 가치는 배로 뛴다.

“오른발잡이었는데, 지금은 왼발이 더 편하게 느껴지기도 해요(웃음). 어릴 때부터 아빠랑 많이 운동했는데, 그때마다 ‘양발을 써야 무기가 된다’라고 강조하셨어요. 어릴 때 연습했던 게 지금에 빛을 보는 것 같아요.”

아버지의 직업 특성상 박대원은 많은 영향을 받았다. 그의 아버지는 여자 배구 국가대표 김연경을 키워낸 박기주 한일전산여고 감독. 종목은 다르지만, 지도자라는 뿌리는 일맥상통한다. 박 감독은 시간이 허락할 때마다 아들이 뛰는 운동장을 찾는다. 그리고 아들에게 운동선수의 전체적인 틀 내에서 조언을 건넨다.

“많이 엄격하시죠. 운동은 다 똑같다고 말씀하세요. 아빠는 될 때까지 시키는 스타일이세요. 기본적인 체력을 굉장히 중요시하세요. 그런데 체력 기르는 게 쉽지 않아요(웃음). 노력은 하는데, 아직은 조금 약점 같네요. 잔소리도 많이 하셔서 정신적으로 제법 단단해졌어요.”

최근 박대원은 수원의 부름을 자주 받고 있다. R리그를 통해 기량을 테스트 받고 있는 것. 매탄고 동기인 박상혁, 윤서호, 이용언 등이 종종 같이 불렸다. 바로 프로로 직행한 유주안과도 발을 맞췄다.

“(유)주안이요? 별말 안 해주던데요(웃음). 프로 선수들의 실력이 확실히 좋더라고요. 오랜만에 고등학교 때 3관왕을 했던 친구들과 같이 뛰니까 옛날 생각도 나고, 편했어요. 살짝 무뎌진 감도 없지 않아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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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대원이 올 시즌 수원 R리그를 통해 테스트를 받고 있다. [사진=정종훈]


수원 내 왼쪽 측면 경쟁은 치열하다. 이기제, 박형진이 입대로 잠시 팀을 떠난다 해도 홍철이란 굵직한 대표급 선수가 있다. 여기에 2년 터울 후배 김태환이 최근 준프로계약을 통해 다가오는 시즌 성인팀 입단을 앞두고 있다. 박대원은 이들과의 경쟁을 피할 수 없다.

“(홍철의) 크로스 하나는 정말 최고더라고요. 공격적인 거 많이 배워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김)태환이는 R리그에서 보니 더 발전했어요. 피지컬이 좋은 친구이다 보니 수비를 타이트하게 잘해요. 공격도 좋아졌더라고요. 그래도 공격적인 것은 제가 더 자신 있어요(웃음). 경쟁해봐야죠!”

앞서 수비력만 언급했지만, 공격력도 준수한 편이다. 중학교 2학년까지 공격수였던 경험을 살렸다. 공격 전개 상황에서 오버래핑 나가는 타이밍이 가장 눈에 띈다. 드리블 폼이 엉성하다는 느낌을 주다가도 상대의 타이밍을 뺏어서 전진한다. 약점으로 꼽혔던 크로스의 질도 눈에 띄게 향상됐다.

이러한 성장이 김학범 감독의 레이더에 잡혔다. 2020년 도쿄 올림픽을 준비하는 김학범호 2차 소집 훈련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 22일부터 25일까지 4일간 소집돼 3차례의 연습경기를 모두 소화했다. U-17 월드컵 이후 오랜만에 먹는 파주 밥이었지만 아쉬움이 더 컸던 모양이다.

“대표팀 가기 전에 몸 관리도 많이 하고, 운동도 하고 갔는데, 생각보다 하던 대로 잘 안 되어서 속상해요, 다음에 또 기회가 온다면 그땐 더 죽어라 해볼 생각입니다.”

박대원은 아쉬움을 뒤로 하고, 다음 단계로의 도약에 힘쓰고 있다.

“프로에 갈지, 안 갈지 아직 정확히 모르겠어요. 가게 된다면 동계 훈련 때부터 성실하게 훈련에 임해서 내년 시즌부터 당장 경기에 뛸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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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대원은 주승진 감독이 매탄고를 맡은 첫 해에 주장 완장을 달았다. [사진=정종훈]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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