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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늘집에서] LPGA투어가 한국을 홀대해선 안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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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B 하나은행챔피언십에서 구름 갤러리가 지켜보는 가운데 샷을 날리고 있는 박성현. [사진=KLPGA 제공]


[헤럴드경제 스포츠팀=이강래 기자] 매년 가을 청명한 한국의 가을 필드를 수놓던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KEB 하나은행챔피언십이 역사속으로 사라졌다. 전인지를 마지막 챔피언으로 탄생시킨 이 대회엔 나흘간 6만 8000여명의 유료 관중이 입장했다. 고별전을 아쉬워하듯 한국의 많은 골프팬들은 통행료를 내고 다리를 건너는 수고를 아끼지 않았다.

단언컨대 LPGA투어는 앞으로 아시아 지역에서 이런 대회를 만들기 어려울 것이다. 미국 본토에서 열리는 메이저 대회에도 이같은 대규모 갤러리를 모으기는 쉽지 않다. LPGA투어 입장에선 아시아 시장을 위한 전진기지나 다름없는 한국에서 열리던 프리미엄 토너먼트를 잃었다. 큰 손실이다. 내년부터 3년간 부산에서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이 열린다고 하지만 KEB 하나은행챔피언십과 같은 전통과 인기를 얻기 위해선 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KEB 하나은행챔피언십은 LPGA투어의 독선적인 조치로 인해 LPGA투어와 결별했다. 하나금융그룹은 한국내 유일의 LPGA투어 경기라는 배타적 권리 때문에 지난 십수년간 많은 투자를 했다. 그러나 LPGA투어가 자신들과 상의 한마디 없이 일방적으로 한국에서 또 다른 LPGA투어 경기를 개최키로 하자 계약 연장을 하지 않았다. 토너먼트 디렉터인 박 폴은 이에 대해 아니라고 부정하지 않았다. LPGA투어는 하나금융그룹과 사전에 심도있는 논의를 했어야 했다.

사실 LPGA투어의 갑질은 오래전부터 있어왔다. KEB 하나은행챔피언십에 출전하는 모든 선수들에겐 비즈니스 클래스, 캐디에겐 이코노미 클래스의 비행기 티켓이 공짜로 제공된다. 또 특급호텔 객실에 이동을 위한 승용차, 삼시 세끼 모두 공짜다. 이 모든 게 계약서에 명시되어 있다. 컷오프도 없다. 나흘간 경기하면 무조건 상금을 받는 구조다. 돈 놓고 돈 먹는 게 프로스포츠인데 말이다. 이번 대회의 총상금은 200만 달러(약 22억 6600만원)였으며 꼴찌도 3666달러(약 415만원)를 받았다.

이런 비상식적인 계약은 한국 뿐 아니라 태국과 중국, 일본 등지에서 열리는 아시안스윙의 다른 대회에도 적용된다. 마치 19세기 서구 열강들이 아시아나 아프리카의 식민지에서 벌이던 행태를 떠오르게 한다. 90년대 후반 박세리가 막 세계무대에 도전할 때라면 이런 불공정 계약이 가능할 수도 있었겠다. 그 땐 한국 골프의 존재감이 미미했고 별로 아는게 없었으니까.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세상이 바뀌었다. LPGA투어 선수들이 월등한 기량을 뽐내며 한 차원 높은 골프를 보여준다면 모르겠으나 이젠 KLPGA투어의 경기력과 별반 차이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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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라운드에도 구름 갤러리가 몰린 KEB 하나은행챔피언십.


LPGA투어는 한술 더 떠 한국 없이는 돌아가기 어렵다. 투어를 주도하는 톱랭커중 한국선수들이 많다. 세계랭킹 10걸중 1위 박성현을 비롯해 4명이 한국선수다. 한국은 끊임없이 좋은 선수들을 LPGA투어에 보내줘 투어의 수준을 높혀왔다. 대회를 열어주는 타이틀 스폰서엔 기아자동차와 롯데그룹, 메디힐, 휴젤, JTBC 등 한국 기업도 많다. 또 LPGA투어의 최대 수익원은 한국의 골프전문채널인 JTBC골프에 판 LPGA 중계권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LPGA투어는 KEB 하나은행챔피언십에 출전하는 KLPGA투어 선수들의 쿼터 확대에 인색했으며 아무런 협의없이 UL 인터내셔널 크라운을 KLPGA투어의 메이저 대회(하이트진로챔피언십)와 같은 주에 열었다. 점령군같은 그런 오만과 독선은 시대착오적이다. 그나마 LPGA투어의 그릇된 판단에 일침을 놓은 하나금융그룹의 결정이 있어 다행이다.

LPGA투어는 2주전 UL 인터내셔널 크라운에 사흘간 7만 5000명이 입장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현장에서 취재한 기자들중 이를 곧이 곧대로 믿은 사람은 없다. 2015년 같은 골프장에서 열린 미국과 인터내셔널팀 간 대항전인 프레지던츠컵엔 하루에 최대 2만 5000명만 입장시켰다. 갤러리 안전을 위한 PGA투어의 조치였다.

UL 인터내셔널 크라운은 태풍 콩레이의 영향으로 대회 첫째 날과 둘째 날 다 합쳐서 1만명도 안되는 갤러리가 입장했다. 셋째 날은 아예 경기를 하지 않았다. 마지막 날 많은 갤러리가 입장했지만 7만여명 운운할 정도는 아니었다. KEB 하나은행챔피언십의 갤러리 숫자가 LPGA투어의 발표가 '허수'임을 증명한다.

LPGA투어의 미래를 위해 충고한다. 아시아시장을 키우려면 먼저 한국에서 상식적인 판단과 행동을 하라. 태국과 중국 등 다른 아시아 국가들이 한국 여자골프를 벤치마킹해 성장하고 있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된다. 지금은 제국주의 시대가 아닌 21세기다. 세상이 바뀌었으니 LPGA도 바뀌어야 한다. 한국사람들은 더 이상 ‘봉’도 아니고 '바보'도 아니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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