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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l] '손기복'이 아니라 '적응왕', 포체티노의 전술 변화와 손흥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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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은 이번 시즌에도 험난한 주전 경쟁에 놓여 있다. [사진=프리미어리그]


[헤럴드경제 스포츠팀=복권빈 기자] 손흥민(26)은 프리미어리그 입성 첫 시즌에 적응기를 거친 뒤, 이후 2시즌 빼어난 활약을 펼쳤다. 프리미어리그 102경기에 출전해 30골 12도움. 이제는 프리미어리그 정상급 공격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이러한 활약에도 손흥민의 주전 자리는 항상 위태로웠다.

손흥민의 자리를 자주 빼앗았던 선수는 에릭 라멜라(26 아르헨티나)다. 손흥민은 16-17시즌 21골, 17-18시즌 18골을 넣으면서 유럽 톱 레벨의 공격수 중 한 명으로 떠올랐다. 그럼에도 포체티노 감독은 이따금씩 중요한 경기에서 손흥민 대신 라멜라를 중용했다.

이번 시즌 역시 험난한 주전 경쟁이 이어지고 있다. 손흥민이 아시안게임에 출전한 사이 루카스 모우라(26 브라질)가 그 자리를 대신하기 시작했다. 주춤했던 라멜라 역시 최근 다시 주전으로 나서고 있다.

문제는 팀의 전술적인 선택이 손흥민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이뤄져왔다는 점이다. 이번 시즌 역시 마찬가지다. 단순히 체력적인 어려움이라고 하기에는 최근 경기에서 겉도는 듯한 움직임이 자주 나타났다.

손흥민이 과거 잠시 부진할 때처럼 공을 받는 횟수도 줄어들었다. 이에 손흥민은 이번 시즌 처음 선발 출전한 18-19시즌 UEFA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1차전 인터밀란과의 경기에서 후반 18분이라는 다소 이른 시간에 교체됐다. 리그 첫 선발 출전 경기였던 브라이튼과의 프리미어리그 6라운드 경기에서도 후반 23분 일찌감치 벤치로 물러났다.
끝없는 전술 변화의 희생양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토트넘 감독의 전술 변화가 손흥민에게 독이 되기 시작한 것은 16-17시즌부터였다. 이전까지 4-2-3-1 전형을 바탕으로 측면을 이용한 효율적이고 빠른 역습 위주의 공격을 지향했던 포체티노 감독은 16-17시즌 중반부터 중앙지향적인 전술을 가미하기 시작했다. 세밀한 플레이보다는 빠르고 직선적인 돌파에 능한 손흥민에게는 맞지 않는 전술이었다.

첫 시작은 3-4-3 포메이션이었다. 이 포메이션에서는 측면 윙어보다는 공격력이 좋은 윙백에 측면 공격을 맡겼기에 손흥민의 비중이 줄어들었다. 공격진의 3자리는 팀 내 핵심이라 할 수 있는 델리 알리, 해리 케인, 크리스티안 에릭센이 차지했다.

특히 포체티노 감독은 무리수까지 감행하며 손흥민을 더욱 힘들게 했다. 16/17시즌 당시 무시무시한 득점력을 과시하던 손흥민을 무작정 빼기 힘들었던 포체티노 감독은 첼시와의 FA컵 준결승 경기에서 손흥민을 윙백으로 기용하는 실험까지 펼쳤다. 맞지 않은 옷을 입었던 손흥민은 치명적인 실수를 저질렀고 토트넘은 결승행 티켓을 첼시에게 내줬다 .

손흥민이 이번 시즌에도 초반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유가 바로 다시 시작된 포체티노 감독의 중앙지향적인 전술 변화 때문이다. 포체티노 감독은 지난 시즌부터 간간히 사용했던 다이아몬드 전형을 다시 가동했다. 수비형 미드필더를 한 명 두고 중원에 기술적인 미드필더 2명, 투톱 뒤에 공격형 미드필더를 두는 전형이다. 측면 공격수가 주 포지션인 손흥민에게 이 전술에서도 설 자리는 줄어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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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트넘의 포체티노 감독. [사진=프리미어리그]


손흥민의 장점 죽인 전술 변화

계속된 전술 변화는 손흥민을 변화시켰다. 빠르게 상대 문전으로 볼을 운반한 후 전매특허인 강력한 양발 슈팅으로 상대 골문을 가르는 것이 손흥민의 가장 큰 장점이지만, 장점을 살릴 기회는 점차 줄어들고 있다. 대신 의도치 않게 조력자 역할을 하고 있다. 16-17시즌 34경기에서 80개의 슈팅을 기록했던 손흥민은 지난 시즌에는 더 많은 37경기에 나섰음에도 75개의 슈팅만을 시도했다.

이번 시즌 초반부터 같은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아직 리그에서 3경기밖에 출전하지 않았지만, 슈팅이 3개에 불과하며 유효슈팅이 없다는 점은 우려되는 부분이다. 인터밀란과의 챔피언스리그 경기에서도 슈팅은 단 1개뿐이었다. 문제는 앞으로도 전술 변화는 꾸준히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포체티노 감독은 그동안 자신이 지향하는 전술에 대해서는 일관되게 밀고 나갔던 감독이기 때문이다.

그나마 손흥민에게 긍정적인 부분은 현재의 전술 변화가 나쁜 결과를 만들고 있다는 점이다. 결국 포체티노 감독은 원래의 전술로 회귀하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특히 가장 최근인 지난 브라이튼과의 프리미어리그 6라운드 경기에서 오랜만에 4-2-3-1 전술을 꺼냈다. 리그 첫 선발로 나섰던 손흥민은 전반에만 슈팅 3개를 때리며 왼쪽 측면이 자신에게 가장 잘 맞는 옷이었음을 일정 부분 증명했다.

‘손기복’ 아닌 ‘적응왕’

손흥민은 그동안 기복이 심하다는 비판을 많이 받았다. ‘손기복’이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하지만 다른 측면에서 보면 그동안 손흥민은 항상 전술 변화의 희생양이었다. 그럼에도 손흥민은 계속해서 살아남았다. 어려움 속에서도 최고 공격수로 떠올랐다. ‘적응왕’ 손흥민은 이번 시즌에도 자신의 능력을 유감없이 보여줘야 한다.

계속해서 적응을 하는데 많은 시간을 보내야 한다면 먼저 변화를 시도해볼 필요도 있다. 최근 화제가 됐던 바이에른뮌헨 이적설을 마냥 흘려들을 필요는 없다. 군 문제까지 해결한 손흥민이 고를 수 있는 선택지는 다양하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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