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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화영이 만난 골프人] 렌탈 클럽에 올인한 최태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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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언 진열장 옆에서 최태호 대표가 클럽 관리 노하우를 설명하고 있다.


[헤럴드경제 스포츠팀=남화영 기자] “제주도에 골프 치러 오는 여행객은 연간 100만명입니다. 그중에 5%의 클럽 렌탈 시장을 차지하는 게 목표입니다.” 지난해 6월 제주도에서 골프클럽 렌탈 서비스를 시작한 싸이골프 최태호 대표는 자신감이 넘쳤다.

개업 이후 1년만의 실적으로도 나타났다. 첫 반 년 간인 지난해 하반기는 300여 백이 나갔다. 하지만 올해 상반기까지 1800여 백이 나갔다. 외형적으로는 600%의 성장이다. 연 5만개의 골프백을 렌탈로 소화한다는 계획이 그럴듯하게 들린다. 그는 국내 골퍼 뿐만 아니라 해외 골퍼들까지 장기적인 고객층으로 보고 있다.

제주도는 골프 여행을 목적으로 온다면 대부분의 골퍼가 백을 가지고 온다. 하지만 세미나, 비즈니스 미팅 등 마이스(MICE) 영역으로 찾으면 렌탈 클럽이 좋은 대안이다. 여러 날의 일정중에 단 하루를 위해 골프백을 가져오는 건 너무나 번거로운 일이다.

싸이골프에서 2년도 안된 신제품 클럽들을 가져다놓는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제주 도내의 골프장에서 오히려 그에게 반응이 왔다. 각종 기업들이나 기관의 임직원 연수 혹은 단체 세미나가 잡히고 그중에 골프라운드가 하루 잡혀 있을 때 싸이골프는 적절한 대안이었다. 고객은 골프를 즐기면서 짐을 가볍게 하고 골프장은 신규 수요가 창출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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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이골프 백에는 팀싸이골프라는 로고가 붙어 있다. 배송을 기다리는 골프백들.


최 대표는 변하는 골프 트렌드에 집중했다. “클럽들의 신제품 출시 주기가 빨라졌고 모델마다 성능상 차별성이 줄었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골퍼들이 렌탈 클럽을 부담없이 찾을 것으로 예상했죠.” 몇 년 전부터 각 용품 브랜드들은 시타 이벤트를 마케팅의 요소로 끌어들였다. 골퍼들은 이제 자신만의 클럽 스펙을 고집하지 않는다. 스크린골프가 일반 골퍼에게 보급되면서 새로운 클럽을 시타해보는 부담도 줄어든 게 한국 골프 문화의 변화였다.

싸이골프는 골퍼들이 많이 찾을만한 브랜드(캘러웨이, 미즈노, 핑, 브리지스톤)를 각 모델별로 적어도 10세트 이상씩 구비하고 있다. 그것도 나온 지 2년이 되지 않은 모델들이다. 드라이버에서만 캘러웨이에는 로그와 에픽 드라이버가 있고, 핑은 G400 MAX, 브리지스톤은 투어B J817, 미즈노는 여성용으로 라루즈2를 갖췄다. 아이언에서도 브리지스톤 V300, 미즈노 JPX900포지드, 캘러웨이 아펙스 포지드 등이 있다. 풀 세트나 혹은 클럽별로 렌탈할 수 있고, 로스트볼까지 판매한다. 하루 5만원이면 최근 2년 이내 나온 브랜드의 클럽을 빌릴 수 있다. 하루 빌리면 그게 27홀이건 36홀을 치건 상관없이 5만원이다.

렌탈클럽을 한두 번 이용한 골퍼가 재방문하거나 입소문을 내면서 싸이골프의 비즈니스모델을 따라하는 골프용품 렌탈 업체도 두어곳 생겼다. 하지만 1년 이상 준비해온 싸이골프 만큼 골퍼의 니즈에 맞춰주는 곳은 없다. 최 대표가 공개한 비결은 흥미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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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이골프 사무실에 세워진 클럽 배송하는 차량.


열대야가 유난히 기승을 부리던 더운 여름에 그의 사무실을 찾았는데 그는 에어컨 없이 선풍기만 틀고 사무실 문을 열어두고 있었다. “에어컨을 틀면 시원하고 좋죠. 하지만 그 에어컨에서 나오는 냉기가 클럽을 빨리 부식시킬 수 있습니다. 특히 제주도는 염분까지 있습니다. 일 년간 클럽 렌탈을 하면서 깨달은 교훈이지요. 저희는 덥지만 그게 클럽의 수명을 건강하게 유지하는 거라면 그 정도의 불편은 감수해야죠. 저희는 가습기도 돌리고 있습니다.”

어떤 이용자는 생소한 렌탈 클럽을 휘두르다가 헤드를 부러뜨리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그걸 자연적인 감소분으로 여기고 고객에게 손실 보상을 요구하지 않았다. “클럽은 오래 쓰면 자연적으로 마모되고 고장도 납니다. 저희는 헤드가 깨지면 어떻게 그런 일이 일어났는지를 살핍니다. 모든 제품이 2년 안된 모델이라 무상 교환이나 적절하게 수리를 받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제품에 대한 피드백 의견을 용품사와 교환하지요. 저희들이 소비자들을 통해 전달하는 반응은 용품사에 도움이 됩니다. 다양한 소비자의 사례를 얻을 수 있으니까요.” 그가 고객을 대하는 자세가 새로운 고객을 부르고 있었다.

“예전에 제주도에 렌탈 업체들이 있었지만 잘 크지 못했습니다. 그건 첫째, 중고 클럽을 소품종 들여 놓아 선택의 폭이 좁은 데 있었고, 둘째, 시기상조였습니다. 저희가 가진 클럽들은 대개 2년 미만의 새 모델들입니다. 그리고 항상 그립을 닦아놔서 반질반질 산 지 얼마 안 된 내 클럽보다도 관리상태가 좋습니다. 소비자의 니즈를 읽고 29곳 제주도 골프장과의 관계를 설정하면 충분히 가능성 있는 사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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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이골프 로고백들 사이에서 최태호 대표가 포즈를 취했다.


그렇다면 골프를 이용하는 문화가 바뀌었다면 제주도 아닌 경남, 전북 등 지방에도 렌탈 사업이 성공할 수 있을까? 그는 부정적이다. “다른 지방은 골프장이 제주도처럼 밀집되어 있지 않으니까 배송이 힘들지요. 신호등도 너무 많아서 아마 힘들 겁니다. 저는 하루에 250~300km를 운전하면서 제주도의 주요 골프장에 배달을 완료합니다. 지방은 그게 어렵지요.”

골프 렌탈과는 연관 없는 충청도 사내지만 건설회사에서 임원까지 하다 제주도에 내려온 건 ‘하고 싶은 것을 하고 살자’는 마음 때문에 제주도에 내려와 친구 박정민 대표와 창업했다. 살고 싶은 곳에서 내키는 일을 하자는 게 그의 철학이란다. “왜 싸이(Cy)골프냐고요? 저희 회사가 전화로 주문을 받는데 번호 끝자리가 4208번입니다. 가수 싸이가 마침 저희 개업하기 한 달 전인 지난해 5월에 8집 앨범을 냈지요. 앨범 타이틀을 보니까 바로 ‘4×2=8’입니다. 묘한 연관성이 느껴지지 않으시나요?” 단순한 속에 진리가 있는 법이다. 삶도 그럴 것이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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