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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노승의 골프 타임리프] '타이거와 미켈슨을 어찌하나?' 캡틴 짐 퓨릭의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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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GA 투어에서 만난 타이거 우즈(왼쪽)와 필 미켈슨.


현재 세계 골프의 최고 화두는 라이더 컵이다. 미국과 유럽의 골프팬들은 2년에 한 번씩 개최되는 라이더 컵 매치플레이를 기다린다. 올해 대회는 9월 28일부터 30일 사이 파리의 퍼블릭 골프장인 '르 골프 나쇼날'에서 개최되는데 홈 어디벤티지를 가진 유럽팀의 승리가 유력시된다.

캡틴은 미국이 짐 퓨릭이고, 유럽은 토마스 비욘인데 와일드카드로 4명의 선수들을 선발할 수 있는 막강한 파워를 가졌다. 캡틴의 의무는 무조건 이겨 달라는 골프팬들의 염원을 이뤄내는 것이므로 최강의 팀을 만들기 위해서 선수 선발이 가장 중요하다.

미국은 1993년 캡틴 톰 왓슨이 지휘하던 팀이 영국에 원정 가서 승리한 이후 지금까지 유럽 땅에서 이겨 보지 못했다. 따라서 이번에는 미국의 승리를 원하는 골프팬들이 대거 파리로 날라가서 응원전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의 경우 상대적으로 라이더 컵에 대한 관심이 떨어지지만, 세계 골프의 추세를 따라가는 열렬한 골프팬이라면 라이더 컵의 매력을 알아두면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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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당시 라이더 컵에서 2패를 당한 타이거 우즈와 필 미켈슨.


미국팀 12명


지난 주 PGA 챔피언십이 끝난 후 우선 8명의 선수가 확정되었다. 이들은 지난 2년 동안 관리해 온 라이더 컵 포인트에서 8위까지의 선수들인데 캡틴의 의사와 상관없이 자동적으로 선발됐다. 1위 브룩스 켑카, 2위 더스틴 존슨, 3위 저스틴 토마스, 4위 패트릭 리드, 5위 버바 왓슨, 6위 조던 스피스, 7위 리키 파울러, 8위 웹 심슨이다.

캡틴 짐 퓨릭은 PGA 플레이오프 2차 전이 끝난 9월 3일에 '캡틴스 픽' 3명을 발표하고, 그 다음 주의 BMW 챔피언십이 끝난 후 마지막 한 명을 정해야 하는데 누구를 지명할 지에 대한 추측들이 골프 미디어의 최고 관심사이다.

우선 9위부터의 선수들을 살펴보자. 9위 브라이슨 디셈보, 10위 필 미켈슨, 11위 타이거 우즈, 12위 잔더 쇼플레, 13위 매트 쿠차, 14위 케빈 키스너, 15위 토니 피나우, 16위 카일 스탠리, 17위 브라이언 하먼, 18위 케빈 나, 19위 게리 우드랜드, 20위 잭 존슨 등이다. 간단하게 9~12위의 선수들을 지명하기도 하는데 그렇게 하면 타이거와 미켈슨이 자동적으로 선발된다. 그런데 그럴 경우 최강의 팀이 만들어지는지가 의문으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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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벌 구도를 형성하며 한때 관계가 서먹했던 미켈슨과 우즈.


절대로 포기할 수 없다는 타이거와 미켈슨


타이거와 미켈슨에게 다음과 같은 질문을 하면 어떤 답이 나올까.

“내년에 메이저 대회 1승을 하는 것과 이번 라이더 컵 선수로 뛰는 것 중에서 하나를 선택하라면 무엇을 고르겠는가?”

타이거와 미켈슨은 당연히 라이더 컵을 선택할 것이다. 라이더 컵에서 플레이를 해 본 선수들은 그 경험을 무엇과도 바꿀 수 없다고 말한다.

현재 골프 미디어들은 타이거의 선발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의 팬들이 원하고, TV 채널이 원하고, 심지어는 유럽 팀의 선수들까지 타이거가 플레이 하기를 원한다. 짐 퓨릭은 대세를 거부할 수 없어 보인다.

미켈슨은 1995년부터 2016년까지 11회 연속 출전하여 닉 팔도와 공동으로 최장 기록을 달성했다. 올해도 출전한다면 12회 연속 출전의 최고 기록을 달성하게 된다. 과거 11회 동안 언제나 자력으로 출전했으며 한 번도 캡틴의 와일드 카드 선발을 받은 적이 없었다. 만일 11위의 타이거를 선발한다면 10위의 미켈슨도 당연히 뽑혀야 한다는 것이 미켈슨 팬들의 논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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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US 오픈에서 만난 두 선수.


무엇이 문제인가?


우선 미켈슨의 최근 성적이 너무 나쁘다. 금년 WGC에서 1승을 했지만 5월 이후 톱10이 한 번도 없는 슬럼프에 빠져 있다. 드라이버의 난조도 심각해 보인다. 과거 라이더 컵 성적을 보면 18승 20패 7무승부로 명성에 비해 저조했다.

타이거는 최근 컨디션이 좋고 상승세이지만 드라이브 샷에 대한 불안감이 있고 라이더 컵 성적을 보면 미덥지 않다. 13승 17패 3무승부로 과거 전성기에도 라이더 컵에서는 유독 약했다. 더구나 대회가 열릴 르 골프 나쇼날 코스는 페어웨이를 놓친다면 크게 불리해진다. 이제 유럽팀의 선수들은 타이거의 명성을 전혀 두려워하지 않는다. 그런 우려를 떨치기 위해서 타이거는 이번 주부터 PGA 플레이 오픈 3차전까지 3주 연속 출전을 강행하여 짐 퓨릭에게 자신의 최근 성적이 우연이 아님을 증명하려고 한다.

타이거와 미켈슨이 동시에 들어오면 함께 플레이할 파트너를 정해 주는 페어링 작업도 어려워진다. 그래서 타이거가 선발되면 최근 그의 연습라운드 파트너인 디셈보가 함께 선발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미켈슨이 선발 될 경우 프레지던트 컵에서 함께 좋은 성적을 보였던 케빈 키스너가 유력한 파트너 후보이다.

2004년 라이더 컵 때에는 당시 미국의 1,2위였던 타이거와 미켈슨이 한 조로 나갔는데 최강으로 믿어졌던 두 선수는 2전2패를 기록하고, 미국 팀도 원정 온 유럽 팀에게 대패하고 말았다.

라이더 컵은 팀 플레이이기 때문에 팀 룸에서 모일 때 선수들의 정신적인 단결력이 중요하다. 타이거나 미켈슨 중에서 한 명만 참가하면 그를 중심으로 선수들이 뭉칠 수 있는데 두 명이 모두 들어오면 구심점이 두 개가 되어 팀웍이 흔들릴 수 있다. 미국 팀은 이미 그런 경험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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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두 선수의 분위기는 한층 부드러워졌다.


침묵하고 있는 짐 퓨릭

짐 퓨릭은 침묵을 지키고 있다. 마지막까지 지켜보고 가장 컨디션이 좋은 선수를 선발하겠다고 말했다. 그래서 타이거와 미켈슨이 플레이오프 대회 출전을 계속 강행해 좋은 성적을 보여줌으로써 캡틴을 압박하려고 한다. 현재 페덱스 컵 랭킹을 보면 미켈슨이 10위 타이거가 20위에 올라있다.

짐 퓨릭은 바이스 캡틴인 데이비스 러브 3세와 스티브 스트리커의 의견을 존중하고, 이미 선발된 8명 선수들의 의견도 경청해야 한다고 말한다. 만일에 있을지도 모르는 의외의 선택이 본인 혼자만의 결정이 아니라는 것을 미리 예고하는 것이다.

캡틴은 외롭다. 승패에 대한 최종 책임을 져야 한다. 선수를 선발할 권한이 있지만 마음대로 선발할 수도 없다. 그의 마음 속에는 전성기가 지난 두 베테랑보다 잔더 쇼플레나 토니 피나우 같은 젊은 선수들이 있을지도 모른다. 이번 주부터 3주 연속 열리는 PGA 플레이오프 경기에서 후보 선수들이 어떤 활약을 할지, 그리고 짐 퓨릭이 어떤 결정을 내리는지를 지켜보는 것은 골프 팬으로서 매우 흥미 있는 일이다.

* 박노승 : 건국대 산업대학원 골프산업학과 겸임교수, 대한골프협회 경기위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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