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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노승의 골프 타임리프] 역사상 가장 저평가된 골퍼. 빌리 캐스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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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PGA 투어의 레전드 중 한 명인 빌리 캐스퍼.


빌리 캐스퍼(1931~2015 Billy Casper)라는 선수는 대부분의 골프팬에게 낯설다. 기억될 만한 업적을 남겼지만 팬과 미디어로부터 외면 당했다. 2015년 빌리 캐스퍼가 세상을 떠났을 때 그는 골프 역사상 가장 저평가되었다고 인정 받았다.

눈부신 성적

빌리 캐스퍼는 PGA 투어 51승을 달성하여 다승 부분 7위에 올라 있다. 그의 위에는 샘 스니드(82승), 타이거 우즈(79승), 잭 니클라우스(73승), 벤 호건(64승), 아놀드 파머(63승), 바이런 넬슨(52승)이 있을 뿐이다. 위대했던 월터 하겐, 진 사라센, 톰 왓슨, 리 트레비노 등이 그의 아래에 있다.

빌리 캐스퍼는 메이저 대회에서 US 오픈 2승, 마스터스 1승으로 3승밖에 올리지 못한 것이 약점이었다. 그러나 PGA투어의 최저타수상인 ‘바든 트로피’를 5회나 수상했다. 바든 트로피를 더 많이 받은 선수는 타이거 우즈뿐이다. 라이더컵 역사상 가장 많은 승점(23.5점)을 올렸고 1978년 명예의 전당에도 헌액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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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6년 US 오픈에서 우승할 때의 삘리 캐스퍼.


빛 바랜 16년 연속 우승


빌리 캐스퍼는 16년 연속 PGA 투어에서 우승을 거뒀는데 시즌 연승의 기록을 살펴보면 그가 왜 미디어의 주목을 받지 못했는지 납득이 간다.

공동 1위 - 17년
잭 니클라우스(1962 ~ 78년)
아놀드 파머(1955 ~ 71년)
3위 - 16년
빌리 캐스퍼(1956 ~ 71년)
공동 4위 - 14년
리 트레비노(1968 ~ 81년)
타이거 우즈(1996 ~ 2009년)

빌리 캐스퍼의 연승 기록 기간은 아놀드 파머와 정확히 겹치고, 잭 니클라우스와도 많이 겹쳐 있다. 파머와 니클라우스의 인기 속에서 빌리 캐스퍼의 설 자리는 없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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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더컵 캡틴을 맡은 빌리 캐스퍼(왼쪽)의 모습.


IMG의 ‘빅3’


아놀드 파머가 나타났을 때 마크 매코맥이라는 파머의 친구가 매니지먼트 회사를 차려서 파머의 스포츠 마케팅을 시작했다. 그 회사가 현재 세계 최대의 스포츠 매니지먼트 그룹으로 유명한 IMG(International Management Group)이다. 마크 맥코맥은 파머 이외에 잭 니클라우스와 게리 플레이어를 영입하여 ‘빅3(Big Three)’ 라고 부르기 시작했고, 골프 미디어가 이들을 띄워 주었다.

정확히 이 시기에 나타났던 빌리 캐스퍼의 존재는 언제나 빅3에 가려 빛을 보지 못했다. 빌리 캐스퍼의 51승이 파머, 니클라우스, 플레이어, 트레비노 등의 위대한 선수들을 물리치고 따낸 우승이라는 사실은 주목 받지 못한 것이다.

캐스퍼가 1964 ~ 70년 사이에 27승을 기록했는데 이것은 니클라우스보다 2승이 많았고, 파머와 플레이어를 합친 것보다 많았다. 니클라우스는 전성기 때 리더보드를 살피면서 언제나 캐스퍼가 어디에 있는지 살폈다고 한다. 팬과 미디어는 그를 평가절하 했지만, 동료 선수들은 그를 두려워했다.

만일 맥코맥이 게리 플레이어 대신에 캐스퍼를 빅3에 넣었다면 그의 운명은 많이 달라졌을 것이 분명하다.

멘탈 킹의 쇼트게임과 퍼팅

빌리 캐스퍼는 스포츠맨이라기보다 배 나온 평범한 아저씨 같은 체격이었는데 쇼트 게임의 천재였고, 역사상 퍼팅을 가장 잘하는 선수 중 한 명이었으며, 정확한 아이언 샷으로 유명했다. 7번 아이언으로 40야드 앞에 있는 전봇대를 열 번 연속 맞혔다는 일화가 있다.

캐스퍼는 서두르지 않는 자신감을 가진 ‘멘탈 킹’이기도 했다. 1966년 US 오픈의 마지막 라운드에서 아놀드 파머는 4홀을 남기고 5타 차 선두에 나서며 우승을 확신했지만 포기하지 않고 천천히 따라오는 선수에게 역전패 당하고 말았다. 이때 우승한 선수가 빌리 캐스퍼였는데, 미디어는 파머의 역전패를 집중 부각했고 캐스퍼의 극적인 우승스토리는 감춰지고 말았다.

캐스퍼는 1959년 US 오픈에서 우승할 때 진기록을 만들기도 했다. 윙드 푸트 골프클럽의 가장 어려운 홀 중 하나였던 파3 216야드 3번 홀에서 4번의 라운드 모두 그린 공략을 포기하고, 5번 아이언으로 레이업 한 후에 쇼트게임으로 네 번 모두 파를 세이브 한 것은 그의 쇼트게임 능력을 증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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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리 캐스퍼(왼쪽)와 '빅3'. 오른쪽 3명의 빅3를 사진만 보고 맞춘다면 미PGA역사를 어느 정도 안다고 할 수 있다.


내 퍼팅의 비밀은 손목에 있다


벤 호건의 커리어 말기에 볼 스트라이킹 능력은 살아 있었지만 퍼팅이 전혀 말을 듣지 않았다. 벤 호건은 캐스퍼에게 퍼팅 방법을 가르쳐 달라고 요청했다. 이때 캐스퍼가 설명한 퍼팅 방법은 아래와 같다. 현재의 퍼팅 레슨과는 많이 다르지만 퍼팅으로 고민하는 골퍼라면 따라해 볼 만하다.

1. 퍼팅 스트로크는 손목으로만 해야 한다. 머리와 몸 전체는 전혀 움직이지 않고 손목만 까딱 움직인다.
2. 연습 스윙 때 긴장을 풀고 헤드 무게를 느낀다.
3. 헤드를 조금 들었다 놓는 왜글은 좋다.
4. 스트로크를 시작하면서 손을 조금 앞으로 민다(Forward Press). 이것은 다운 스윙으로 볼을 쳐서 오버 스핀을 만드는 효과가 있다.
5. 백 스윙은 포워드 프레스의 연결 동작인데 왼손으로 손목을 꺾는다. 왼손등이 샤프트 아래에 머물러야 한다.
6. 다운 스윙 때 오른손은 파워를 주고 왼손은 방향을 유지한다. 오른쪽 손바닥을 사용하라. 손가락으로 치면 당겨진다.
7. 팔로우 때 짧은 퍼트는 끊어 치고, 긴 퍼트는 스퀘어 상태를 길게 유지한다. 아주 먼 거리 때에는 팔이 조금 움직인다.

역시 퍼팅에는 정답이 없다.

* 박노승 : 건국대 산업대학원 골프산업학과 겸임교수, 대한골프협회 경기위원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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