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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에서] ‘언더독 반란’ 계명고, 2번의 해체에서 왕중왕전 첫 승리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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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훈 감독이 이끄는 계명고가 처음으로 진출한 왕중왕전에서 대륜고를 꺾었다. [사진=정종훈]


[헤럴드경제 스포츠팀(창녕)=정종훈 기자] 왕중왕전에 첫 진출한 계명고가 파란을 꿈꾼다.

‘계명고’ 하면 축구부가 떠오르지 않는다. 축구로 유명한 학교는 아니기 아니다. 오히려 축구 외적인 부분으로 인해 수원 지역 내에서는 부정적인 여론이 강하다. 계명고는 두 번의 해체 아픔을 겪었고 2015년에 새롭게 재창단됐다.

재창단과 함께 정영훈 감독이 새판을 짰다. 당시 양평중에서 김승섭(현 대전 시티즌), 한준규(현 부산 아이파크) 등 제자들이 잘 키워냈기 때문에 자신감이 있었다. 서두르지 않았다. 조금씩 팀을 구성했다.

올 시즌 초부터 조금씩 희망의 싹이 트기 시작했다. 지난 2월 문화체육관광부장관기 대회와 지난 6월 금석배 대회에서 조별 예선 통과 후 토너먼트까지 올랐다. 전반기 고등리그 경기 RESPECT 23권역에서는 6승 1무로 무패 우승을 달성했다. 이로써 사상 첫 왕중왕전 진출에 성공했다.

첫 왕중왕전 64강 맞대결은 대륜고. 대륜고는 지난해에도 왕중왕전에 참여했을 만큼 꾸준히 성적을 내는 팀이다. 당연히 계명고보단 대륜고의 승리를 점치는 관계자들이 많았다. 21일 오전 10시 경남 창녕군에 위치한 창녕스포츠파크 양파구장에서 두 팀의 64강 경기가 펼쳐졌다.

계명고가 풍기는 매력은 세련됨과는 거리가 멀다. 잦은 컨트롤 미스로 대륜고에 쉽게 공의 소유권을 내주는 경우도 많았다. 단, 쉽게 포기하지 않았다. 실수가 있었을지언정 끝까지 대륜고를 물고 넘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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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명고가 대륜고를 2-1로 꺾고 32강에 진출했다. [사진=정종훈]


기회를 살린 것은 대륜고가 아닌 계명고였다. 경기 점유는 대륜고가 했지만 계명고가 상대 수비진의 실수와 빠른 역습을 통해 전성수가 2골을 뽑아냈고 2-1 승리를 챙겼다. 단조롭지만 실리적인 전술을 통한 것이다.

계명고 정영훈 감독은 “왕중왕전에 처음 진출해 첫 경기에서 승리해서 기분이 좋고 운이 따라준 것 같다”고 운을 뗐다. 창단 4년 차이기 때문에 힘든 점도 많았을 터. 정 감독은 “신생팀을 만드는 과정이 힘들다. 지금 역시도 만드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지만 (이번 대회를 통해서) 좀 더 도약할 기회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계명고는 승리보단 패배가 익숙한 팀이었다. 자연스럽게 패배의식이 스며들었다. 정영훈 감독도 이를 인정했다. “패배의식에 젖어 있던 팀이었고 항상 지는 게임만 하다 보니 쉽지 않았다. (올 시즌) 한 게임, 한 게임 이기고 권역별 리그에서 무패로 우승을 하면서 아이들이 조금 더 강팀을 만나도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을 느끼게 된 것 같다.”

정 감독은 자신이 추구하는 축구 스타일을 버렸다. 선수 개개인의 특성을 반영하고 그 능력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게끔 틀을 구성하려 했다. “각 친구마다 다른 학교를 나왔기 때문에 제가 원하는 축구 스타일대로 맞춰갈 수가 없다. 그것보단 기술이 좋은 선수, 볼을 원투터치 잘 치는 선수, 결정력이 좋은 선수 등 각기 가진 장점들이 다르기 때문에 ‘그것을 최대한 극대화해주자’라는 취지로 운영하고 있다.”

축구 외적인 부분에서도 제자의 자율성을 존중한다. 학교 특성상 내신 점수를 따기 수월해 선수들이 자발적으로 공부하는 경우도 있다. “개인적으로 공부를 하겠다고 하는 아이들은 조금 늦게까지 공부를 시켜준다. 그런 부분을 자율적으로 한다. 이 경우 새벽운동을 없애고 아이들을 재운다. 내신 관리를 하는 친구들이 더 노력하게끔 배려를 해주고 있다.”

첫 관문을 통과했음에도 정영훈 감독은 욕심이 없다. 오히려 왕중왕전을 발판으로 삼아 다음 대회에 전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왕중왕전은 백록기 대회를 앞두고 거울삼아서 체력적인 부분을 보완하고 백록기 대회에 조금 더 쏟을 것이다.”

계명고는 24일 오후 5시 32강에선 창녕고를 만난다. 이 역시도 쉽지 않은 경기가 예상된다. 하지만 계명고는 자신감으로 이미 똘똘 뭉쳤다. 팀 내 에이스 전성수는 화끈한 경기력으로 이미 관계자들 사이에서 소문이 자자하다. 계명고는 후회 없이 언더독 반란이라는 축구 드라마를 쓰려 한다.

■ 계명고 2 : 1 대륜고 경기 골 영상


영상=풋앤볼코리아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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