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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러시아WC] 김영권과 장현수, ‘간절함과 안일함의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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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 전 한국의 중앙 수비수로 선발 출전한 김영권과 장현수. [사진=대한축구협회]


[헤럴드경제 스포츠팀=이준호 기자] 장현수(27 FC도쿄)에게도 채찍이 필요했던 게 아닐까.

신태용 감독(48)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이 18일 저녁 9시(한국시각) 러시아의 니즈니 노브고로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F조 조별리그 1차전에서 스웨덴에 0-1로 패했다. 한국은 후반 20분 김민우(28 수원삼성)의 반칙으로 내준 페널티킥 상황에서 스웨덴의 주장 안드레아스 그란크비스트(33 FC크라스노다르)에게 실점을 허용했다.

월드컵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신태용호의 가장 큰 고민은 수비였다. 철저한 도전자의 입장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수비 안정이 중요했다. 신태용 감독은 최적의 수비 조합을 찾기 위해 수많은 선수를 시험했고, 결국 10명의 수비수를 월드컵에 데려가는 강수를 뒀다. 그리고 신 감독은 스웨덴 전에서 김영권(28 광저우헝다)과 장현수를 중앙 수비수로 두는 백 포(back-four) 전술을 꺼냈다.

스웨덴을 꺾기 위해서는 수비의 중심 김영권과 장현수의 각성이 절실했다. 하지만 두 선수는 상반된 활약을 펼쳤고, 이것이 결국 패인으로 이어졌다. 왼쪽 중앙 수비수로 나선 김영권의 활약은 인상적이었다. 전반 17분 그란크비스트에게 일대일 기회를 내줄 뻔했던 위기를 완벽한 태클로 저지했고, 28분 코너킥 상황에서는 마르쿠스 베리(32 알아인FC)의 슈팅을 몸을 던져 막았다. 후반전에는 몇 차례의 패스 실수를 범하기도 했지만, 본업인 수비에서 안정감을 유지하며 패배에도 불구하고 칭찬을 받았다. 비공개 평가전이었던 세네갈 전 이후 “직접 본 김영권의 경기 중 최고였다”라며 찬사를 보낸 신태용 감독의 믿음에 부응한 경기력이었다.

그러나 오른쪽 중앙 수비수로 나선 장현수의 경기력은 기대 이하였다. 고질적인 단점으로 꼽혔던 ‘잦은 실수’가 또다시 그의 발목을 잡았다. 전반 26분 스웨덴의 압박이 전혀 없던 상황에서 박주호(31 울산현대)에게 보낸 장현수의 롱 패스는 부정확했고, 이 패스 실수는 결국 박주호의 햄스트링 부상으로 이어졌다. 장현수의 패스 실수가 부른 사고였다. 실점 상황 역시 장현수의 실수가 시발점이었다. 후반 16분 장현수의 패스 실수가 스웨덴의 역습으로 이어졌고, 이 역습은 결국 한국의 페널티킥 실점으로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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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 전에서 치명적인 실수를 범하며 실점의 빌미를 제공한 장현수. [사진=대한축구협회]


스웨덴 전에서 상반된 활약을 펼친 두 선수는 월드컵으로 오는 여정에서도 큰 차이가 있었다. 먼저, 스웨덴을 상대로 좋은 활약을 펼친 김영권의 러시아행은 순탄치 않았다. 신태용호 1기에서는 부상으로 제외된 기성용을 대신해 주장을 맡기도 했지만, 최종예선 이란 전 이후 ‘관중 탓’ 논란에 휩싸이며 입지가 급격히 줄었다. 논란 이후 플레이가 소심해졌고, 결국 신태용 감독의 믿음을 잃었다. 2017 EAFF E-1 챔피언십에서는 아예 대표팀에 승선하지 못했고, 올해 1월 터키 전지훈련에서는 첫 경기에서 부진한 뒤 출전 기회를 얻지 못하며 월드컵과 멀어지는 듯했다. 하지만 김민재(22 전북현대)가 부상으로 대표팀에서 낙마하며 김영권에게 다시 기회가 찾아왔고, 김영권은 이 기회를 붙잡아 러시아로 갈 수 있었다.

반면, 장현수의 러시아행은 굴곡이 없었다. 장현수는 슈틸리케 감독(64) 시절부터 대표팀의 완전한 주전 수비수로 자리 잡아 대표팀의 모든 일정을 소화했다. 부상 혹은 소속팀 일정으로 인해 경기를 소화하지 못한 경우를 제외하면, 거의 모든 경기의 선발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치명적인 실수를 범하며 패배의 빌미를 제공한 경우가 종종 있었지만, 슈틸리케 감독과 신태용 감독은 장현수에 대한 신뢰를 늘 놓지 않았다. 장현수에 대한 비판 여론이 불거질 때면 감독이 먼저 나서 선수를 보호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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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권은 스웨덴 전에서 안정적인 수비를 펼쳤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이처럼 신태용 감독은 러시아로 가는 과정에서 김영권과 장현수에게 다른 방식의 동기 부여를 했다. 김영권에게는 ‘채찍’을, 장현수에게는 ‘당근’을 주며 선수의 멘탈을 관리했다. 그리고 ‘채찍과 당근’의 차이는 스웨덴 전에서 두 선수의 활약 차이로 이어졌다. 채찍을 받았던 김영권은 경기 내내 헌신적인 수비를 펼쳤다. 경기 후 인터뷰에서는 “막지 못하면 죽어야겠다는 생각으로 경기에 임했다”며 간절했던 각오를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당근을 받았던 장현수는 안일한 수비로 아쉬움을 남겼다.

‘관중 탓’ 논란이 있던 김영권 못지않게, 장현수도 그간 대중에게 큰 비판을 받아왔다. 하지만 유독 장현수에게는 감독의 채찍이 가해지지 않았다. 김영권이 감독의 채찍을 통해 성장한 것을 보면, 참 아쉬운 대목이다. 특히 잔 실수가 잦았던 장현수에게 채찍이 아닌 당근만을 줬던 선택이 그에게 안일함을 심은 것은 아닐까. 아직 월드컵이 끝나지는 않았지만, 수비 실수로 인한 스웨덴 전 패배가 유독 뼈아프게 느껴지는 이유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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