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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국서 염소가 캐디해주는 이색 골프장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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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오리건의 맥베이 건틀릿 코스에서는 염소가 캐디를 본다.


[헤럴드경제 스포츠팀=남화영 기자] 염소가 캐디를 해주는 이색적인 7홀 골프장 맥베이 건틀릿(McVeigh Gauntlet)코스가 미국 오리건의 한 목장에서 도입되어 화제다.

미국 오리건주 포틀랜드에서 남동쪽으로 2시간 거리에 있는 실비스밸리 목장은 1883년 광활한 멀루어 국유림의 초림에 조성된 곳이다. 목장의 넓은 부지에는 링크스 스타일의 45홀 규모의 골프 코스가 있고, 전통 스파 시설과 글램핑 캐빈 등이 있는 여느 리조트에 지나지 않는다. 하지만 이곳의 한 계곡을 따라 올 7월 개장하는 맥베이 건틀릿 코스가 미국 언론들로부터 집중 조명을 받고 있다. 여기서는 캐디가 사람이 아닌 염소이기 때문이다.

맥베이 건틀릿 코스는 파3 5개에 파4 두 개로 구성된 7개 홀로, 염소가 풀 뜯는 언덕과 계곡을 따라 시계방향으로 흐르는 업다운 심한 레이아웃을 가졌다. 카트가 없으므로 걸어서 라운드해야 하고, 염소줄을 잡고서 다음 홀로 진행하면 된다. 클럽은 2~4세의 염소 등에 안장처럼 만든 특별 백에 꽂아서 라운드한다. 총 4마리인 염소들은 잘 훈련된 캐디여서 골퍼가 샷을 하고 이끌면 잘 따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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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비스밸리랜치의 염소 캐디들.


4살 된 염소 ‘브루스 르고트’는 3년간의 훈련을 받아 숙련된 솜씨를 보여 캐디마스터로 불린다. 브루스의 친구인 ‘마이크 르세본’은 캐디 캡틴인데 어릴 적부터 브루스와 함께 캐디 훈련을 받아 능숙하게 골퍼를 돕는다고 한다. ‘피너트 르고트’는 2살된 훈련생 캐디 염소로 브루스의 사촌 동생이다. ‘라운드어바웃 라도에’는 1살 반이 된 유일한 암컷 캐디다. 이 4마리 캐디 염소들은 실비스랜치 목장의 엄선된 엘리트들이다. 실비스랜치 홈페이지에는 ‘150마리의 캐디 후보들 사이에서 온순하면서 사람을 잘 따르는 염소를 중심으로 선발했다’고 소개하고 있다.

염소 캐디 프로그램은 총 2천여마리에 이르는 염소 목장 실비스렌치의 미국 염소 목축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나왔다. 염소 캐디들의 근무 조건은 나쁘지 않다. 일주일에 3, 4번 일하는데 하루에 6시간 이내 근무 원칙이 내규로 정해져 있다. 실비스 랜치 홈페이지에는 ‘코스가 경사가 급한 언덕과 계곡에 위치하기 때문에 카트를 끌기 어려운 곳이라서 결코 사람의 직업을 염소가 뺏은 게 아니다’라고 설명하고 있다. 이 목장에서는 염소 캐디의 은퇴 이후 입양 프로그램까지 꼼꼼하게 마련해두고 있다.

맥베이 건틀릿 코스에서 라운드하려면 골프백을 바꿔야 한다. 염소 등에 장착하는 전용 백에 클럽을 옮겨 실어야 한다. 염소의 무게 부담을 줄이기 위해 백을 최대한 가볍게 제작했다. 클럽은 6개, 골프볼은 12알 한 더즌, 티와 맥주캔은 6개까지 실을 수 있다. 땅콩꽂이도 비치되어 있다. 맥주는 골퍼를 위한 것이고 땅콩은 염소에게 주는 캐디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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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소의 골프백에는 땅콩주머니가 있다. 캐디 팁이다.


염소 캐디에게 많은 것을 바라서는 안 된다. 가끔씩 염소가 딴 짓을 하거나 주변에 풀을 뜯고 있다면 땅콩을 주거나 달래서 길을 재촉하면 된다. 염소를 잘 유도하는 건 골퍼의 개인 역량에 달려 있다. 그린에서 볼을 닦거나 라인을 읽는 것, 볼을 찾아주는 것도 다 골퍼의 몫이다. 염소 캐디는 클럽을 메고 골퍼를 따르는 본업에만 충실하다. 가끔씩 자기들의 울음소리로 골퍼가 샷을 했을 때 ‘굿 샷’을 외치지만, 그것도 염소 캐디가 원할 때만 들을 수 있다.

코스 이름인 ‘맥베이’는 마일스 맥베이라는 이 목장 개척자의 이름에서 따왔다. 장난이 심했던 맥베이가 친구들과 ‘손장갑(건틀릿)’을 계곡으로 던지는 내기 놀이를 했다고 하는 데서 따왔다고 한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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