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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헌 행복골프훈련소장 “골프 연습장은 놀이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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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헌 훈련소장이 개업 강연을 하고 있다.


[헤럴드경제 스포츠팀=남화영 기자] 골프계에 ‘독학 골프’ 트렌드를 유행시킨 김헌 행복골프훈련소장이 “골프 연습장은 놀이터가 되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강남과 분당의 마음골프학교에서 18년간 5천여 명의 골퍼들을 가르친 김헌 교장이 18일 강남역 인근에 2호점을 열고 가진 강연에서 골프 연습장의 미래상을 그려보였다. “기존의 실내 골프 연습장은 스크린골프가 나오면서 사회 문화적인 용도가 급격히 축소되었고, 이제는 동네마다 있는 스크린골프방도 골프 실력을 키우기보다는 유흥 공간이 되면서 골프 실력을 키우는 연습 공간이 부족해진 상태다. 그렇기에 이제부터 연습장은 스스로 연습할 수 있는 곳이면서 머물 수 있는 놀이터가 되어야 한다.”

지난해 가을, 성남 모란에 행복골프훈련소 1호점을 열었던 그는 반 년만에 서울 강남으로 진출했고 널찍한 2호 연습장을 마련했다. 입구에 ‘스타벅스야 골프연습장이야’라고 새겨진 안내판을 보고 들어가니 과연 깔끔하고 세련된 인테리어가 돋보였다.

몇 달 전 그를 만났을 때 “스타벅스와 같은 연습장을 구상하고 있다”던 말이 문득 떠올랐다. “스타벅스는 그냥 커피를 파는 곳이 아니다. 대신 공간을 파는 곳으로 개념을 전환시킨 게 스타벅스의 성공 비결이었다. 내가 구상하는 연습장도 단지 골프 레슨을 파는 곳이 아니라 즐겁게 머물고 스스로의 골프를 발전시키는 공간이어야 한다. 그게 가능한 자율 학습 훈련 시스템을 만들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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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골프훈련소는 넓은 공간에 마치 거실같은 편안한 느낌이 있었다.


훈련소를 들어가 인사를 나누자마자 “‘스타벅스같은 골프 공간’을 줄여서 ‘스프’라는 조어를 만드셨다”고 하자 “그것보다는 ‘스스로 익히는 스마트골프 트레이닝’에서 따와서 스프라고 했다”는 답이 돌아왔다. 공간의 형태는 스타벅스지만 내용은 스스로 스마트에 방점이 찍힌다는 것이다.

김헌 훈련소장의 강연은 저녁 식사를 마친 7시부터 시작됐다. 18년전 처음 출간한 ‘내 안의 골프본능’에서 시작해 소설과 교본 등 골프 관련 서적만 예닐곱권을 썼고, 강남 논현동에서 시작해 분당, 진천, 성남을 오가면서 다양한 골프 제자들을 길러낸 그의 강연은 18년의 내공이 축적되어 있었고, 다양한 고민의 흔적이 묻어나 있었다. 개량 한복을 입고 칠판에서 하는 그의 강의는 들을수록 빠져드는 중독성 매력이 있다. 그의 말은 세상의 이치를 꿰뚫는 격물치지(格物致知)의 통찰이 담겨있다.

* 행복골프훈련소 모델하우스를 만들었다: 훈련소 공간을 만드는데 많은 사람들이 들러서 대체로 ‘예쁘다, 깔끔하다’라고들 했다. 하지만 천장과 바닥은 손 대지 않고 벽과 인테리어에만 돈을 들였다. 가구나 연습 장비에는 원목도 쓰면서 아끼지 않았다. 이런 공간을 만들기까지 18년의 시간이 걸린 것 같다. 연습장이 그냥 좋은 시설과 가구를 갖추는 건 쉽다. 하지만 어떤 공간을 만들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그건 어떻게 골프를 즐길 것인가의 문제다. 앞으로 서울 시내에 10곳 정도는 넓혀나가고 싶다. 그래서 이곳은 행복골프를 전파하는 모델 하우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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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윙을 하고 나면 천장과 정면과 후면 3가지 방향에서 내 모습이 비춰졌다.


* 골프연습장의 본질은 무엇인가: 서울 도심에서 예전에 번성하던 실내외 연습장들이 최근 급속도로 사라지고 있다. 왜 그럴까? 십수 년 전부터 스크린 골프방이 들어와 급속도로 확산됐다. 골프 연습장을 가던 사람들이 스크린으로 넘어갔다. 골프를 시작하는 초보자들도 스크린골프방을 거쳐 필드로 나갔다. 그러다보니 연습장들은 점차 도태되었다. 동시에 요즘에는 각종 레슨 영상이나 컨텐츠가 넘쳐 난다. TV뿐만 아니라 네이버, 블로그, 유튜브 등의 SNS 공간에서 동영상 레슨이 넘쳐 난다. 요즘 사람들은 레슨에는 지갑을 쉽게 열지 않는다. 그런 골퍼들이 실내연습장에 가자니 너무 고루하고 따분하다. 그렇다고 스크린골프방을 가자니 훈련 기능은 없다. 결국 골퍼들이 실력을 키우고 트레이닝 할 공간이 오히려 부족해진 것이다. 기존 연습장에서는 레슨프로에게 수강료를 내거나 연습만 하기엔 따분하다. 골퍼들은 밴드나 커뮤니티, 동호회 사람들끼리 서로 모여서 레슨도 쉽게 주고받을 수 있는 놀이터가 필요하다. 스스로 골프하는 어른들의 공간이 필요하다. 골프 연습장의 미래다.

* 스스로 골프는 목표 설정에서 시작한다: 나는 마음골프 시절에 ‘골프란 샷의 불안정성을 전략으로 풀어내는 게임’이라고 누누이 강조했다. 행복골프학교에서 만든 스크린 화면을 주목하시라. 여기서는 스스로 학습하는 프로그램을 깔았다. 각 샷을 할 때마다 롱게임과 숏게임의 목표를 설정하도록 했다. 30분을 측정해보면 내가 어느 부분이 부족하고 어떤 점을 보완해야 할지 진단이 나온다. ‘스스로 익히는 골프’는 이처럼 목표 설정에서 시작한다. 행복훈련소의 스크린 연습 프로그램은 ‘골프력(力)’이라는 게임이면서 동시에 훌륭한 연습 가이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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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강연회에는 40~50여명의 회원과 제자, 지인들이 모였다.


* 스스로 골프는 느낌을 주어야 한다:
스스로 골프를 익히는 두 번째는 과정의 설계다. 내가 무엇이 부족한지를 파악했다면 다음은 학습 설계를 해야 한다. 이때 훈련소의 조교들이 필요하다. 레슨 프로가 필요한 게 아니다. 훈련을 익히는데 도움을 줄 가이드와 보조도구가 필요하다. 스윙을 할 때 팔이 계속 굽혀지면 ’팔을 뻗으라‘고 말할 게 아니라 팔을 뻗게 하는 기구를 주고 연습스윙을 하면 고쳐진다. 기존의 연습장 프로들은 ‘이렇게 자세를 취하라’ ‘저렇게 스윙하라’하면서 늘상 ‘지적질’을 했다. 하지만 그보다 어떻게 연습하는지 도구를 주고 그걸 익히는 방법을 알려주면 된다. 통상 프로에게 레슨을 받으면 당장은 그걸 들어서 알지만 그건 머리로 습득하는 것이다. 필드에 나가면 머리로 익혔던 것을 되새기느라 중요한 것을 놓치게 된다. 우리 훈련소에는 자신의 잘못된 스윙 동작과 불안정한 자세를 고치기 위한 연습도구가 넘쳐난다. 조교(코치)에게 사용법을 물어 익히면 된다. 친구들이 왔다면 서로 물어서 가르치고 배워도 된다. 백돌이를 가장 잘 가르치는 사람은 98타를 친 사람이다. 우리 훈련소는 그게 가능하다.

* 동네에 하나 있으면 좋은 공간: 이제 강남에 모델하우스를 오픈했다. 방문한 이들이 ‘우리 동네에도 이런 놀이터가 하나 있으면 좋겠다’는 말을 했다. 지금까지 내가 골프를 18년간 가르치면서 나 역시 ‘레슨’이라는 틀을 벗어나지 못했었다. 하지만 생각의 틀을 바꿔보니 결국은 스스로가 학습하도록 시스템을 갖추면 되는 거였다. 자신의 장단점을 진단하도록 하고, 약을 주면 되는 것이었다. 한쪽 방에는 필라테스 도구도 마련해 뒀다. 우리 조교들이 골프 스윙을 위한 필라테스에 대한 간단한 안내도 할 것이다. 이런 공간이 내가 18년의 교육 과정을 거쳐서 나왔다. 복잡한 퍼즐이 이제야 맞춰졌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올해 안으로 서울 시내에 10곳 이상 넓혀나갈 것 같다. 앞으로 이 공간에서 다양한 실험과 시도를 할 것이다. 시대의 흐름에도 맞는다고 나는 생각한다. 오늘날 골퍼들이 이런 연습장을 원하는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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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라테스 공간에는 각종 골프 근력 강화 장비가 놓여져 있었다.


강연이 끝난 뒤 행복골프훈련소를 둘러보았다. 스크린 타석은 5개가 일렬로 있다. 한 구석에는 스크린 골프 게임을 할 수 있는 방도 마련되어 있다. 반대편은 웨이트트레이닝과 필라테스 장비도 놓여 있는 체력단련 방이다. 클럽을 수선하는 피팅 공간도 있고, 안내 데스크에는 각종 소모품을 구매한다고 ‘편의점’이라고 위트 있게 팻말을 만들어두었다.

서가에는 ‘골퍼가 읽으면 좋은 100권의 책’이 꽂혀 있고 소파 개수도 넉넉했고, 얘기 나누고 세미나까지 할 수 있을 테이블이 놓여 있었다. 공간 곳곳에 김헌 소장이 쓴 각종 붓글씨와 골프에 대한 격언이 적혀 있었다. 행복골프훈련소의 사명이 눈에 띄었다. 회원들의 골프가 행복해지도록 돕는다를 시작으로 마지막이자 다섯 번째 사명은 이러했다. ‘우리는 지역 사회의 일원으로 행복한 세상을 만드는 일에 공헌한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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