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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복싱] 감동의 물결! 진짜 외팔 복서의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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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를 모으고 있는 '진짜 외팔복서' 손선기 씨. [사진=복싱을디자인하다 체육관]


[헤럴드경제 스포츠팀=유병철 기자] ‘야근하고 집에 와서 유튜브를 켰고, 이 영상이 나왔다. 나의 지난 삶을 반성한다. 사고로 팔을 잃은 외팔 복서... 말도 안 된다. 그런데 무명의 외팔 복서는 해냈다. 존경합니다.’

12일 한 블로거가 ‘가능한 것이나 한 것인가? 어느 외팔 복서’라는 제목의 게시물에 쓴 글이다. 우연히 접한 외팔 복서의 동영상에 감동을 받은 것이다. 실제로 유튜브에 올라온 이 외팔 복서의 동영상에는 ‘눈물이 나네요’, ‘진짜 화제의 동영상, 볼 때마다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냥 존경한다는 말밖에 안 나온다’ 등의 댓글이 달려 있다.

화제의 주인공은 대전에서 공기업에 다니는 28살의 손선기 씨. 3살 때 오른팔이 기계에 빨려들어가는 사고를 당한 손 씨는 지난 11일 중구구민회관에서 열린 KBI 전국생활체육 복싱대회 성인남자부 65kg급에 출전했다. 한 쪽 팔 전체가 없으니 왼손에 글러브 하나만 낀 채였다.

생활체육대회는 4명이 한 조를 이뤄, 하루에 2경기를 치러 순위를 결정한다. 모습 자체로 사람들의 관심을 모은 손 씨는 2경기에서 모두 판정승을 거두며 우승을 차지했다. 경쾌한 발놀림을 바탕으로 왼손으로 시종 유효타를 터뜨리며 상대를 압도했다. 이것이 크게 화제가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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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어색. 손승기 씨의 경기 후 심판이 손을 잡아야 하는데, 승자의 오른 팔이 없었다. 위치를 바꿔 손승기 씨의 왼손이 올라갔다. [사진=KBI]


‘외팔 파이터’는 격투기에서 종종 화제가 된 바 있다. 그런데 격투기는 킥을 사용할 수 있는 까닭에 한쪽 팔이 없다는 단점을 어느 정도 만회할 수 있다. 또 한 쪽 팔을 완전히 잃은 선수는 드물다. 장애가 있지만 글러브를 낄 수 있는 경우가 많았다(국내 격투기계에서는 최재식, 김선기).

복싱에서는 미국의 마이클 코스탄티노(39)가 2012년 최초의 외팔 복서로 데뷔전에서 승리를 해 큰 화제를 모았다. 그런데 정확히 말하면 한 쪽 팔이 짧을 뿐 글러브를 끼고 나와, 짧은 팔은 수비용으로 사용했다(데뷔전 승리 후 바로 은퇴). 팔 하나가 완전히 없는 복서는 손선기 씨가 처음인 셈이다.

한쪽 팔이 없는데 손선기 씨는 왜 팔이 중요한 복싱을 선택했을까? “남자는 강함을 추구한다. 어렸을 때부터 한 쪽 팔이 없다 보니 동정의 시선을 많이 받았고, 이는 콤플렉스가 됐다. 복싱을 통해 강함에 대한 욕망을 실현하고 싶었다.” 팔이 하나 없어도 충분히 강할 수 있다! 그렇다면 킥을 사용하는 격투기보다 양 손을 사용하는 복싱이 정면돌파로는 제격이었던 것이다.

부산에서 2년 정도 복싱체육관을 다닌 손 씨는 대전으로 이주했고, 6개월 전 용두동의 ‘복싱을 디자인 하다’ 체육관에 등록했다. 여기서 서동우 관장과 죽이 맞았다. 서 관장은 소년체전 금메달, 전국체전 은메달(고등부) 등 주니어시절 나름 잘 나갔지만 160cm가 안 되는 작은 키로 인해 일찌감치 은퇴하고 지도자의 길을 택했다. 키가 작다는 콤플렉스를 운동으로 극복했기에 팔이 없는 손 씨와 잘 맞았다. 복싱훈련을 거듭하면서 대회출전을 권유받았고, 이번에 처음 공식 대회에 나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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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손선기 씨의 경기장면. [사진=KBI]


서동우 관장은 “손선기 씨가 주목 받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복싱을 하면서 모 방송사가 다큐멘터리를 찍자고 제의해왔지만 거절하기도 했다. 대신 복싱에 대한 열정은 엄청나다. 정말이지 많은 대화를 나눴고, 피나는 노력을 했다. 한 손으로도 보통선수들처럼 팔굽혀펴기를 할 정도”라고 설명했다.

손선기 씨의 외팔 복싱은 특이했다. 하나밖에 없는 손으로 잽을 던지고, 가끔 공격을 하는 게 보통이다. 하지만 손 씨는 철저한 연구 끝에 좋은 포지션을 미리 확보하며 왼손을 공격적으로 사용했다. 이를 위해서는 체력 우위와 강한 펀치력은 기본이었다. 과감한 작전이었는데 실전에서 성공한 것이다. 당연히 앞으로 생활체육대회에 계속 출전할 계획이다.

KBI복싱대회는 그동안 50대 올드복서, 40대 다둥이엄마, 허약한 체질의 명문대생, 배우 이시영 등 화제의 선수를 배출했다. 그리고 2018년 첫 대회에서는 감동의 외팔 복서를 선보였다. ‘팔 하나가 없어도 복싱경기에서 승리할 수 있다.’ 먹고살기 힘든 시대, 많은 이들에게 용기를 불어넣는 스포츠실화가 탄생했다.


■ 외팔복서 손선기 씨의 경기 동영상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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