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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노승의 골프 타임리프] 당신의 아이는 골프 천재가 아닙니다

대한골프협회가 주관하는 아마추어 대회에 출전하려면, 중고골프연맹이 주최하는 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을 올려 참가자격을 획득하거나 해당 대회의 예선을 통과해야 한다. 우수한 아마추어 선수들이 대부분 참가하고, 성적에 따라서 국가대표 선발전 출전 자격을 획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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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에게 골프를 가르치는 것은 참 좋은 일이다. 골프를 치는 아이들의 모습.


큰 대회 우승자의 아버지와 나눈 대화


대한골프협회의 메이저 아마추어 대회에서 있었던 일이다. 중학교 3학년 학생이 고등학교 선배들을 물리치고 우승을 차지했다. 학생의 아버지는 아이의 우승을 자랑하고 싶었는데 마침 평소에 눈인사를 나누었던 경기위원이 지나가고 있었다.

“위원님, 안녕하세요? 오늘 우리 아이가 드디어 우승을 했어요. 이제 중학교 3학년입니다.”

경기위원은 그 아이가 아주 유망한 골퍼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아이에게 도움이 될 만한 이야기를 해 주고 싶었던 경기위원이 그 아이의 아버지를 한쪽으로 불러서 말했다.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언젠가 우승할 줄 알았습니다. 그러나 잊지 마세요. 그 아이는 골프 천재가 아닙니다. 이제부터 시작입니다.”

우승했다고 재능이 있는 것은 아니다. 골프에는 천재가 없다. 어린 선수가 선배들을 꺾고 우승했다면 아주 어릴 때부터 강한 훈련을 받았거나 시합날에 컨디션이 좋았을 가능성이 많으며 아직 선수의 재능이 특별하다고 말할 수 없다.

골프선수의 최종 목표가 프로선수로 대성하는 것이라면 아마추어 대회의 우승은 별 필요가 없는 것이다. 너무 어린 나이에 큰 대회에서 우승을 하고 나면, 언제나 자기 또래 선수들 중에서 최고이어야 한다는 부담만 가지게 될 뿐이다.

프로선수가 되어 유명해지기까지의 과정은 마라톤 경기와 같다. 레이스 중간에 선두로 나서는 것은 끝까지 선두를 지키지 못하면 아무 소용이 없다. 아마추어 대회에서 우승을 하거나 국가대표가 되는 것은 프로선수로 대성하는 것과 별 상관이 없다는 이야기이다.

70년 역사를 가진 US 주니어 아마추어 챔피언십은 17세까지 출전이 가능한데 역대 우승자 중에서 유명한 프로가 된 선수는 데이비드 듀발, 타이거 우즈, 조던 스피스뿐이다. 나머지 우승자들은 이렇게 큰 대회의 우승을 프로선수의 성공으로 연결시키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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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니어 시절 골프와 함께 학교생활에도 충실해야 한다.


학교 공부를 포기하는 골프선수


우리나라 골프선수들은 중학교 때부터 학교 공부를 거의 포기하고 골프에 올인한다. 다른 아이가 학교에 안 가고 골프만 치는데 내 아이를 학교에 보내면 경쟁에서 이길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골프는 특별한 스포츠이고, 어려서 잘 치면 프로가 되어서도 잘 치게 된다는 보장이 없다. 필자는 유럽과 미국에 거주하면서 유명했던 어린 선수들이 흔적도 없이 사라져 가는 것을 너무나 많이 보았다.

어릴 때부터 학교를 포기하고 골프만 치는데 못 칠 아이가 있겠는가? 어릴 때 반짝 잘 치는 것을 보고 천재가 나타난 것으로 착각하지만 천천히 기초를 다지면서 따라오는 선수와 어차피 어느 높은 수준에서 다시 만난다. 어떤 선수는 다섯 살 때부터 골프만 쳤고, 다른 선수는 학교에 다니며 공부를 하며 하며 골프를 쳤지만 다시 만날 때에는 기량의 차이가 별로 없다. 그 때 어린 시절에 우승을 했었는지 안 했었는지는 아무 필요가 없고 기량을 증명하는 것은 그 시점의 점수뿐이다. 중요한 것은 모두가 다시 만나는 수준을 누가 먼저 뛰어 넘느냐는 것이다.

자녀에게 골프를 가르친다면

자녀에게 골프를 가르치는 것은 아주 현명한 선택이다. 높은 수준의 아마추어 선수가 되면 꼭 프로골퍼의 길을 가지 않더라도 평생 이븐파를 치는 기량을 유지하며 최고의 골퍼라는 자부심을 가지게 될 것이다. 유학을 가거나, 사회생활을 하더라도 유리한 대우를 받을 가능성이 많다.

우선 아이가 골프를 좋아하는지 살펴보고, 절대로 학교에 가는 것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 학교에 다니며 연습을 해도 충분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것이 골프이다. 그 많은 시합을 따라다니며 돈과 시간을 낭비하지 말고 어쩌다 한 번 출전하여 다른 선수들과 기량을 비교하면 된다. 용하다는 프로들을 찾아 다니지 말고 기본기를 잘 가르치는 선생을 만나서 정기적인 점검을 받으며 천천히 확실하게 배우는 것이 좋다.

고등학교 졸업 무렵에 내 아이에게 특별한 재능이 있는 것으로 판단되고, 아이가 원한다면 골프를 전공으로 하는 대학에 입학하거나 대학을 포기하고 골프로 가는 길을 택하면 되는 것이다. 처음부터 프로골퍼를 만들겠다고 너무 일찍 골프에 올인시키면 비용도 많이 들고 위험부담도 커진다.

부모는 아이의 번아웃(burnout)을 경계해야 한다. 학교에 안 가고 골프만 쳤던 아이가 정신적으로 너무 지쳐서 회복할 수 없게 되는 것은 전적으로 부모의 책임이다.

* 박노승 씨는 골프대디였고 미국 PGA 클래스A의 어프렌티스 과정을 거쳤다. 2015년 R&A가 주관한 룰 테스트 레벨 3에 합격한 국제 심판으로서 현재 대한골프협회(KGA)의 경기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건국대 대학원의 골프산업학과에서 골프역사와 룰에 대한 강의를 하고 있다. 위대한 골퍼들의 스토리를 정리한 저서 “더멀리 더 가까이” (2013), “더 골퍼” (2016)를 발간한 골프역사가이기도 하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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