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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NBA] ‘열정맨 vs 욕심쟁이’, 러셀 웨스트브룩의 명암

[헤럴드경제 스포츠팀=양현우 기자] 작년 웨스트브룩은 평균 31.6점 10.7리바운드 10.4어시스트를 달성하며 NBA 정규시즌 MVP의 영광을 얻었다. 그는 ‘득점왕’과 ‘42번의 트리플더블’을 동시에 석권하며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지난 시즌 웨스트브룩의 존재감은 케빈 듀란트가 골든 스테이트 워리어스로 떠났음에도 빈자리가 느껴지지 않을 정도엿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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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시즌 MVP 웨스트브룩. [사진=오클라호마시티 페이스북]


웨스트브룩의 활약에도 불구하고 오클라호마시티는 지난 시즌 플레이오프에서 휴스턴 로키츠에 1승 4패로 패했다. 웨스트브룩 혼자서는 PO 이상의 성적을 이룰 수 없다는 지적이 나왔다. 시즌이 끝나고 팀은 웨스트브룩을 달래듯(?) 여름에 폴 조지와 카멜로 앤서니를 데려오며 빅3를 구축했다. 3인방의 호흡 문제가 대두됐지만, 당시 큰 문제점은 없었다. 오히려 농구 팬들은 빅 네이밍 영입으로 우승을 향한 열정을 드러낸 오클라호마시티의 프런트를 칭찬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팬들의 기대와는 달랐다. 우려하던 호흡 문제가 발생했다. 특히, ‘시즌 MVP' 웨스트브룩을 향한 평가가 많다. 칭찬과 비판이 공존한다. 그를 향한 어떤 목소리가 있을까. 그 속내를 들여다봤다.

■ 명(明) : 열정은 으뜸

웨스트브룩의 공격력은 올해도 최고다. 지금까지의 기록을 살펴보면(12월 17일 기준) 평균 22.7득점 10.0어시스트 9.7리바운드다. 올해도 트리플더블에 가까운 활약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작년과 비교하면 득점이 약 10점이나 준 것이 눈길을 끈다. 하지만 이는 팀 동료에게 기회를 양보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빌리 도노번 감독도 “웨스트브룩이 패스를 통해 기회를 창출하는 것이 인상적이다. 팀이 시너지 효과가 생기고 있다”고 칭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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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스트브룩의 눈빛을 보면 열정이 느껴진다. [사진=오클라호마시티 페이스북]


또한 그의 열정은 팀을 승리로 이끌고 있다. 지난 1일, 팀 부진과 관련해 리더로써 팀 훈련에서 제일 마지막까지 남아 책임감을 드러냈다. 코치, 단장과도 많은 얘기를 나누며 승리를 갈망했다. 팀이 패배하면 벤치에 앉아 아쉬움을 가장 드러내는 선수 역시 웨스트브룩이다.

그의 투지가 통한 것일까. 오클라호마시티는 부진을 딛고 12월에 67% 승률(6승 4패)에 달성했다. 엄밀히 말하자면 높은 승률은 아니다. 하지만 10, 11월과 비교하면 비약적인 발전(특히 오클라호마시티는 원정에서 약했다)이다. 오클라호마시티 빅3에서 웨스트브룩은 여전히 중심이다. 그리고 그의 ‘열정’만큼은 팀에서 으뜸이다.

■ 암(暗) : '꼬부기'는 욕심쟁이

명이 있으면 암도 있는 법. 웨스트브룩은 욕심으로 팀 사기를 저해시킨다는 평이 많다. 우선, 올해 시즌 기록을 살펴보자. 그가 이뤄낸 올해 트리플더블은 기초 작업을 하지 않은 공사와 같다. 즉, 허수와 가까운 셈. 야투성공률은 38.8%이고, 3점슛성공률은 30.9%다. 자유투성공률 역시 70.0%로 낮다. 지난 시즌의 야투성공률 42.5%, 외곽성공률 34.3%, 자유투성공률 84.5%를 고려할 때 전체적으로 정확도가 떨어졌다. 지난 11월 10일 덴버와의 대결에선 결정적인 순간에 얻은 자유투를 모두 놓쳐 패배하기도 했다.

그런데도 웨스트브룩은 이번 시즌 평균 약 20점을 기록할 수 있었을까. 답은 의외로 간단하다. 바로 안 들어간 만큼 슈팅 시도가 많기 때문이다. 무리하게 돌파하거나 터프 슛을 던진다. 특히 경기가 과열되면 혼자 풀어가려는 경향이 강하다. 12월만 경기 평균 야투를 24.8번 시도했다. 이는 지난 시즌(24.0번)보다 많은 수치다.

심지어 리그 전반적으로 심판의 파울콜도 줄어들었다. 파울콜이 줄어들어 불만을 지닌 웨스트브룩은 항의하다가 벌금을 물기도 했다. 만약 자유투를 얻어내더라도 앞에서 언급했듯이 성공률이 낮다. 지난 시즌 웨스트브룩에 밀려 MVP를 아깝게 놓친 하든도 적어진 파울콜로 처음엔 고전했다. 하지만 그는 새로운 방식에 어느덧 적응을 마쳤다. 이런 차이가 올해 오클라호마시티(8위)와 휴스턴(1위)의 격차를 만들었다.

웨스트브룩의 욕심으로 인해 팀원들의 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앤서니도 그 피해자 중 한 명. 그의 부진 원인을 살피면 웨스트브룩의 이기적인 플레이가 한몫했다. 그는 데뷔 시즌부터 평균 20점을 꾸준히 넣던 선수다. 득점 욕심이 꽤 있는 편이다. 하지만 웨스트브룩이 혼자 플레이를 펼치다 보니 슛 기회가 자주 찾아오지 않는다. 그렇기에 기회가 생기면 바로 공을 던진다. 상대팀 입장에선 이런 선수는 수비하기 쉽다. 그저 방해로 슈팅 정확도를 낮추면 디펜스는 끝. 덕분에 파괴력은 떨어졌고, 야투 성공률도 현저히 낮아졌다. 앤서니는 8일 브루클린 전 이후 “내 농구 인생에서 힘든 순간이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이뿐 아니라 팀 전체 공격 흐름도 단조롭다. 선수들의 스페이싱이 적고, 패스 횟수도 리그에서 꼴찌다. 반면 욕심을 나타내는(?) 지표인 아이솔레이션 시도 횟수는 NBA에서 가장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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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스트브룩이 엠비드를 뚫고 레이업을 시도하고 있다. [사진=오클라호마시티 홈페이지]


‘NBA의 SNS 스타’ 조엘 엠비드의 레이더망에도 웨스트브룩의 탐욕이 들어왔다. 오클라호마시티와 필라델피아의 3차 연장 승부 후 엠비드는 “웨스트브룩은 슈팅을 33번 중 10개를 성공했다. 나도 33개를 던지고 싶다. 그러면 우리(필라델피아)가 이길 확률이 올라갔을 것이다”고 신경전에 나섰다.

심지어 웨스트브룩은 턴오버도 자주 범한다. 정확히 말하자면 작년도 실책은 많았다. 하지만 작년은 홀로 팀을 이끌었고, 그에 따른 성과가 나왔기에 사람들의 비난을 피할 수 있었다. 그렇지만 올해는 다르다. 평균 4.8개의 실책은 용납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게다가 실책 비율을 따지면 15.9%에서 17.2%로 증가했다. 개인기 위주의 공격을 펼쳤다는 방증이다.

만화 캐릭터 ‘꼬부기’를 닮은 웨스트브룩이 과연 올해 명암논란을 딛고 오클라호마시티를 플레이오프로 이끌 수 있을까? 남은 시즌 성적이 궁금해진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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