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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 찾은 英 웨스트햄 지도자가 말하는 유소년 시스템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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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스트햄 유소년 아카데미 지도자 빌리 레핀(좌), 로리스 코긴(중), 데이비드 존슨(우). [사진=정종훈]


[헤럴드경제 스포츠팀(천안)=정종훈 기자] 프리미어리그 웨스트햄의 유소년 아카데미 지도자들인 데이비드 존슨(David Johnson), 로리스 코긴(Lauris Coggin), 빌리 레핀(Billy Lepine)은 지난 20일부터 4박 5일간 천안축구센터에서 열정을 쏟았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이하 연맹)이 개최한 ‘2017 K리그 아카데미 제2차 유소년 지도자 과정’에 강사로 나선 것이다. K리그 유소년 클럽들의 코칭스태프 약 90여 명이 교육대상이었다. 올해로 2년째인 이 과정은 지난 2월 파주축구센터에 영국 축구협회의 전임지도자 3명을 초청하기도 했다.

연맹이 웨스트햄을 택한 이유는 웨스트햄 유소년 아카데미를 거친 선수가 굵직해서이다. 한때 잉글랜드 대표팀의 중앙 수비수 콤비였던 리오 퍼드난드, 존 테리를 비롯해 조 콜, 프랭크 램파드, 마이클 캐릭, 저메인 데포, 글랜 존슨, 마크 노블 등을 배출했다. 최근에는 구단 시스템을 거친 리스 옥스포드가 구단 내 최연소 출장기록을 갈아치우기도 했다.

웨스트햄 지도자들은 이론교육, 실기교육, 토론 등을 통해 철학을 공유했다. 매번 “맞고 틀림은 없다”라는 전제와 함께 키워드를 화두로 전져 놓고, 지도자들의 생각을 물었다. 키워드에 대한 온전한 답을 찾기보다는 ‘왜’라는 질문을 통해 공유와 생각을 하도록 유도했다.

대개의 한국 정서가 그렇듯 K리그 유소년 도자들은 공개적인 자리에서 다소 소극적이었다. 나중에 1:1 질문 때 많은 질문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이에 대해 데이비드 존슨은 “지도자들이 의견을 교환해야 발전할 수 있다. 이 (교육)코스 프로그램의 취지도 그렇다. 확실히 말할 수 있는 것은, 이 코스에 참가한 지도자들의 경기에 대한 이해도나, 그들이 만들어낸 결과물이 뛰어나다는 것이다. 그 지식을 선수들에게 잘 전달하기 위해서는 자신감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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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리그 유소년 지도자들과 웨스트햄 코칭 스태프는 이날 철학을 공유하려고 노력했다. [사진=정종훈]


최근 한국 축구는 색깔이 사라졌다는 평을 받고 있다. 이는 창의성 문제와 귀결된다. 데이비드 존슨은 선수가 실수를 범하는 것에 대해 격려를 하고, 이후에 어떻게 풀어나갈지를 고민하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지도자의 일방적인 지시보다는 논리적으로 선수를 이해시켜야 한다고 밝혔다. 예를 들어 볼을 빼앗았을 때 단순히 "앞으로 가!"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왜 앞으로 가야 하는지, 앞으로 가면서 얻을 수 있는 효과가 무엇인지를 설명해야 된다고 강조했다.

한국은 여전히 표현 방식에 대해 보수적이다. 선수가 자기 뜻대로 경기가 풀리지 않을 때 A보드를 차거나 물병을 걷어차는 행위를 하게 되면 곧바로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며 손가락질을 받기도 한다. 반면 다양한 국적이 모인 외국은 표현의 방식이 자유롭다.

“조금 다른 환경에서 자라온 선수들도 있기 때문에 정신적인 측면을 강화할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하고 선수들을 개별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선수가 행동에 특이점을 보인다면, 그의 퍼포먼스에 지장을 주지 않도록, 그런 행동을 유발하는 감정을 다스릴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데이비드 존슨)

한국에서도 성적이 아닌 육성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눈에 보이는 결과물인 성적을 내지 못하면 감독들의 목숨은 파리 목숨이기 때문이다. 웨스트햄에서는 아카데미 지도자들을 어떻게 평가할까.

“클럽에 소속돼 근무하는 강사는 모든 나잇대 팀의 지도자와 함께 일한다. 모든 지도자에게 개인 계획과 장기적 목표가 있다. 지도자들을 위한 핵심성과지표가 담긴 서류가 항상 준비되어 있다. 그리고 웨스트햄에선 지도자들이 6주에 한 번씩 행사에 참여한다. 모든 지도자가 이번 행사와 같은 축구협회나 리그의 행사에 참여하도록 권장 받고 있으며, 프리미어리그 행사에도 참여한다. 클럽은 지도자들이 다른 지도자들에게 질문하고 도전하며 아이디어를 나눌 수 있게끔 하는 분위기를 조성한다.” (데이비드 존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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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오는 상황에서도 참가 지도자들은 열정을 쏟아냈다. [사진=정종훈]


웨스트햄의 목표는 ‘개인 성장’이라고 줄곧 강조했다. 18세 이전까지 팀 승리를 강요하지 않고, 경기마다 선수 개인 목표 및 과제를 통해 개인의 성장을 독려했다. 모든 선수들의 실력이 다르기 때문에 IDP(Individual players Development Plan)에 초점을 맞췄다. 한 지도자의 “많은 인원을 모두 관리하는 것이 가능하냐”라는 질문에 데이비드 존슨은 “힘들다(Tough)”라고 답하며 “개개인을 관리해주는 것은 난이도가 높고, 불가능해 보이지만, 세세하게 계획을 세우면 수월해지고 선수의 성장과 함께 클럽의 가치가 올라가며 최종적으로 감독님이 원하는 선수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답변했다. 이어서 “어떤 집도 계획 없이 지어지지 않는다”라고 비유하며 “선수에게 좋은 기반과 디테일이 더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에서는 유망주가 정체현상을 보이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때 동기부여가 필요하다. 내적으로 또래에서 ‘볼 좀 찬다’고 느끼는 순간 성장의 폭이 급격하게 줄어들기 마련이다. 웨스트햄은 이런 점을 멘토를 통해 해결한다고 말했다.

“각 선수를 담당하는 멘토가 있는데, 이 멘토가 꾸준히 동기부여를 해준다. 이 선수가 본인 나이 또래에서 잘하면, 한 단계 높은 연령대에 가서 플레이하기도 한다. 반대로 나태해지면 현 상황을 알아차리라고 한 단계 낮은 팀에 보내기도 한다. 반대로 말하면 나태해지기 시작하면 다른 선수에게 실력을 따라 잡히기 때문에 더 이상 에이스가 아닐 것이다.” (로리스 코긴)

U-15 지도자들이 모인 첫째, 둘째 날에는 참가자들이 5점 만점 중 4.13점의 만족감을 나타냈다. 대부분의 지도자들은 “발전하는 계기가 됐다. 세미나가 지속되었으면 좋겠다”라는 반응을 보였다. 이러한 세미나를 통해 당장 눈에 보이는 변화를 일궈내는 것은 힘들겠으나 젊은 지도자들을 중심으로 조금씩 한국 유소년 축구 기류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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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을 찾은 웨스트햄 유소년 아카데미 지도자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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