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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태원의 KBO 핫클립] 2017 KBO, 10개 구단 시즌 결산

# 2009년 이후 8년 만에 KIA 타이거즈가 한국시리즈 정상에 오르며 2017년 한국 프로야구가 7개월 긴 여정에 마침표를 찍었다. V11에 도전했던 KIA와 한국시리즈 3연패를 노린 두산간의 사상 첫 ‘단군매치’는 예상보다 싱겁게 끝났지만(KIA 4승1패), 10개 구단이 올 시즌 써내려간 스토리는 여전히 강한 여운을 남긴다. 1위 KIA부터 10위 kt까지 구단별로 나누어 2017 시즌을 간략히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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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KBO리그 챔피언 KIA 타이거즈. [사진=KIA타이거즈 인스타그램]


1위 KIA 타이거즈(87승1무56패)

올 시즌 주인공은 KIA였다. 오프시즌 때 FA로 최형우를 영입했고, 김선빈과 안치홍은 지난해 9월 병역 의무를 마치고 복귀했다. 그리고 시즌 중에는 트레이드로 이명기와 김민식을 데려왔다. 결과는 대성공. 외국인타자 로저 버나디나까지 한국 무대에 완벽히 적응하면서 KIA 타선은 폭발했다. 6월 27일 삼성전부터 7월 5일 SK전까지 8경기 연속 두 자릿수 득점을 기록하는 등 전반기에 적수가 없었다. 비록 후반기에 타선과 선발진이 동시에 흔들리면서 위기를 맞았지만 끝내 선두를 지켰다.

좌완 양현종(29)은 마운드에서 에이스로 자신의 역할을 120% 해냈다. 올해 KIA와 FA 1년 계약(계약금 7억5,000만 원, 연봉 15억 원)을 맺고 광주에 남은 그는 생애 첫 20승(6패, 평균자책점 3.44) 고지에 올라 자신의 가치를 증명했다. 한국시리즈에서도 2차전 완봉승, 5차전 1이닝 세이브를 기록하며 시리즈 MVP의 영예를 안았다. 오는 6일 발표되는 정규시즌 MVP마저 거머쥔다면, 양현종은 KBO리그 최초로 같은 해에 정규시즌과 한국시리즈 MVP를 독식하는 주인공이 된다. 한편 또 다른 선발 자원인 헥터 노에시도 20승을 달성하며 KIA는 1985년 김시진-김일융 이후 32년 만에 단일 구단 20승 투수 듀오를 배출했다.

2위 두산 베어스(84승3무57패)

2017년 두산의 가을이 허무하게 지났지만 정규시즌 후반기 그들이 보여준 레이스는 가히 놀라웠다. 두산은 주전들의 줄부상으로 시즌 중반까지 가을야구 탈락이 우려됐지만 후반기 42승2무18패, 무려 승률 70%의 괴력을 발휘하며 시즌 최종일까지 선두 KIA를 위협했다. 플레이오프에서 NC를 가볍게 제압하고 3년 연속 한국시리즈 우승에 도전했지만 실패로 끝이 났다. 마지막이 쓸쓸했지만 ‘두산은 여전히 강한 팀’이라는 인식을 심어주기에 충분했다.

두산에서 가장 빛났던 이는 김재환(29)이다. 시즌 내내 풀타임 4번으로 뛰면서 기복이 없었다. 데뷔 후 처음으로 전 경기에 나선 김재환은 타율 .340 35홈런 115타점 110득점 OPS 1.039로 맹활약했다. 후반기에는 KBO리그 역대 최초 12경기 연속 타점 기록을 쓰기도 했다. 올해 좌익수 수비도 크게 향상돼 리그 최고 수준의 4번타자로 손색없다는 평가가 주를 이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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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만에 관중 100만 명을 사직으로 끌어들인 롯데자이언츠. [사진=롯데자이언츠 인스타그램]


3위 롯데 자이언츠(80승2무62패)


롯데는 두산과 함께 리그 후반기 돌풍을 주도했다. 그들은 6월까지 외국인 투수들의 잇따른 교체, 그리고 전준우가 옆구리 근육 파열로 한동안 전력에서 이탈해 하위권에서 맴돌았다. 이랬던 롯데가 7월부터 서서히 완전체로 변모했다. 브룩스 레일리-박세웅-조쉬 린드블럼-송승준-김원중으로 꾸려진 선발진은 리그 최고의 안정감을 자랑했고, 박진형, 조정훈, 배장호, 손승락의 필승조도 뒤를 든든하게 받쳤다. 타선에선 손아섭이 개인 첫 20-20을 달성하고, 최다 안타 1위(193안타)에 오르는 등 최고의 한해를 보냈고, 돌아온 ‘조선의 4번’ 이대호는 팀의 중심을 잡았다. 여기에 외국인 타자 앤디 번즈가 3할을 쳤고, 수비는 리그 최소실책 1위(86개)에 올랐다. 준플레이오프에서 NC에 2승3패로 무릎을 꿇었지만 롯데는 5년 만에 가을야구에 참전하며 반등의 계기를 마련하는 등 소중한 한해를 보냈다.

클로저 손승락(35)은 올 시즌 리그 최고 마무리 투수로 도약했다. 올해 61경기에 나서 1승3패 37세이브 평균자책점 2.18을 기록, 3년 만에 구원왕 타이틀을 거머쥠과 동시에 6년 연속 20세이브 금자탑을 쌓았다. 특히 후반기에는 2패 22세이브 평균자책점 1.86으로 완벽에 가까웠다. 블론세이브는 단 한 차례, 그리고 WHIP(이닝당 출루허용률)는 0.90에 불과했다.

4위 NC 다이노스(79승3무62패)

NC의 네 번째 가을은 유난히 길었다.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SK를 누르고 준플레이오프에 올라 롯데와 5차전까지 가는 혈투를 벌였다. 천신만고 끝에 3승2패로 우위를 점하고 플레이오프에서 ‘가을 대장’ 두산과 맞닥뜨렸다. 결과는 1승3패로 탈락. 지난해 포스트시즌에서 부진했던 나성범이 전 경기에 출장해 타율 .400 4홈런 11타점으로 공격의 선봉에 섰고, 모창민(타율 .300 2홈런 8타점)과 권희동(타율 .382 6타점)이 뒤를 받쳐 상대 마운드를 괴롭혔다. 하지만 마운드의 붕괴를 견디지 못하고 결국 플레이오프에서 짐을 쌌다.

NC는 정규시즌 초반에 거침없이 질주하다 후반기 두산, 롯데의 질주에 밀려 4위로 떨어졌다. NC 외국인 선발 듀오가 크고 작은 부상으로 온전히 시즌을 치르지 못하면서 자연스레 그 부담이 불펜진으로 향했다. 가장 빛난 이는 마당쇠 역할을 자청한 김진성(32)이다. 69경기에 등판해 89⅓이닝으로 구원투수 최다이닝을 기록한 그는 10승6패 15홀드 평균자책점 3.61로 활약했다. 구원투수로 8년 만에 두 자릿수 승수를 기록한 것만 봐도 김진성이 얼마나 고생했는지 알 수 있다.

5위 SK 와이번스(75승1무68패)

감독과 단장 등 많은 것이 바뀐 SK는 만족할 만한 성과를 거뒀다. 트레이 힐만 감독 체제로 변신한 SK는 KBO리그 한 시즌 팀 최다홈런(234개)을 쳐내 거포 군단의 이미지를 못 박았다. 불펜과 수비라는 큰 단점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대포 한 방, 그리고 선발이라는 더 큰 장점으로 이를 상쇄했다. 에이스 김광현이 시즌을 통째로 쉰 선발 마운드에는 박종훈(12승7패), 문승원(6승12패) 등 새로운 얼굴이 등장했고, 메릴 켈리(16승7패 189탈삼진)는 예년보다 더 뛰어난 투구를 펼쳤다. 시즌 전 중하위권에 머물 것이란 평가를 받았지만 기대 이상의 성적으로 가을의 맛까지 본 SK의 올 시즌은 해피엔딩이다.

수훈선수를 꼽자면 단연 이 사람, 최정(30)이 떠오른다. 그는 올 시즌 130경기서 .316의 타율에 46홈런 113타점으로 SK의 타선을 이끌었다. 그는 현재 선발 20승 듀오(양현종-헥터)와 함께 정규시즌 MVP 3파전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비록 잔부상으로 인해 14경기에 결장하면서 50홈런 고지를 밟지는 못했으나 .427에 이르는 출루율(리그 4위)은 팀에 큰 보탬이 됐다. 올 시즌에 친동생(최항)도 1군 소속으로 37경기를 소화, 형제 동반 선발이라는 개인적으로 뜻깊은 기록도 달성했다.

6위 LG 트윈스(69승3무72패)

가을야구 진입 문턱에서 좌절한 LG는 감독 교체라는 극약처방을 내렸다. 양상문 전 감독을 단장으로 임명하고, ‘삼성 왕조’를 일궈낸 류중일 감독이 지휘봉을 물려받았다. LG는 팀 평균자책점 1위(4.32) 구단이 가을야구 티켓을 따내지 못한 역대 최초의 사례를 만들었다. 방망이가 허약했다는 것을 방증하는 대목이다. 팀 타율(.281)은 7위지만 팀 OPS(.748) 9위, 팀 홈런(110개) 최하위에 머무는 등 장타에의 목마름을 해소하지 못했다. 외국인타자 제임스 로니의 무단 출국으로 인해 시즌 막판 국내 타자들로만 타선을 꾸리는 어려움을 겪었다.

그럼에도 베테랑의 품격은 빛났다. 꾸준함의 대명사 박용택(38)은 올해도 LG 타선의 '군계일학'이었다. 올해 규정타석을 채운 유이한 LG 타자인 그는 타율 .344 14홈런 90타점을 기록했다. 타율은 물론 타점도 팀 내 으뜸이다. 또 KBO리그 사상 최초 6년 연속 150안타란 대기록을 작성했고, 9년 연속 3할 타율 달성으로 리그 타이기록을 이뤘다. 개인 통산 2,225안타로 내년엔 양준혁의 2,318안타에 도전장을 던진다. 한국 나이로 마흔에 다다르는 내년에도 박용택의 성적에 대해서는 의심할 여지가 없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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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한해를 보낸 3년차 김하성(왼쪽)과 1년차 이정후. [사진=넥센히어로즈 인스타그램]


7위 넥센 히어로즈(69승2무73패)

넥센은 올해 가을야구 단골손님의 자격을 잃었다. 지난해 염경엽(현 SK단장) 감독과 작별한 넥센은 당시 운영팀장이었던 장정석을 후임감독으로 임명했다. 5연패로 시즌을 시작했지만 이내 제 자리를 되찾았다. 시즌 내내 중위권을 형성한 넥센은 전반기를 4위라는 좋은 성적으로 마쳤지만 9월 들어 잇따라 연패에 빠지며 분위기가 냉각됐다. 결국 7위로 시즌을 마쳐 아쉬움을 삼켰다. 외국인 용병의 활약에 희비가 엇갈렸는데, 시즌을 함께 시작한 션 오설리반과 대니 돈은 실망감을 안겼지만 이후 영입한 제이크 브리검과 마이클 초이스는 팀의 기대에 부응했다. 넥센은 브리검-초이스와 재계약을 체결했고, 한화에서 잠시 활약하며 큰 반향을 일으켰던 에스밀 로저스(32)를 데려왔다.

젊은 팀답게 이정후(19)와 김하성(22), 최원태(20) 셋이 전방위에서 활약했다. 만장일치 신인왕이 유력한 이정후는 올 시즌 144경기 전 경기에 출장해 타율 0.324 2홈런 47타점 111득점 179안타 등으로 맹활약했다. 최다안타 공동 3위, 득점 부문 3위에 신인 최다안타, 최다 득점 신기록을 세웠다. 김하성은 4번타자로 뛰면서 유격수 역대 3번째로 100타점을 돌파했고, 최원태는 팀 내 유일 규정이닝(25경기 149⅓이닝), 그리고 최다승(11승7패)을 따내며 2년차에 선발진의 주축으로 자리매김했다.

8위 한화 이글스(61승2무81패)

한화는 험난한 한해를 보냈다. 김성근 전 감독이 5월에 퇴진하며 이상군 감독대행이 바통을 이어받았지만 끝내 반등에 실패하고 8위로 시즌을 마감했다. 올 시즌을 앞두고 알렉시 오간도, 카를로스 비야누에바 등 현역 메이저리거 2명을 영입하는 데 총 330만 달러(약 36억 원)라는 거액을 투자했지만 좋은 결실로 이어지진 못했다. 오간도는 한화 소속 외국인투수 가운데 3번째로 10승(5패)을 달성했지만 부상으로 단 19경기만 뛰었고, 비야누에바 또한 20경기를 뛰면서 5승 7패에 그쳤다.

그나마 제 몫을 해준 이는 윌린 로사리오(28)다. 그는 지난 시즌에 이어 또 다시 강렬한 존재감을 심어줬다. 로사리오의 올 시즌 기록은 119경기 타율 .339 37홈런 111타점 100득점. 외국인 타자로선 100타점-100득점을 동시에 달성한 역대 8번째 사례로 이름을 남겼다. 그리고 6월 16일 kt와의 원정경기에서는 KBO리그 역대 2번째로 1경기 4연타석 홈런을 쏘아 올렸다. 일본팀들의 러브콜이 쇄도하고 있어 한화와 인연이 계속될지는 장담할 수 없다.

한편 한화는 새 사령탑에 프랜차이즈 출신 한용덕 전 두산 투수코치를 공식 임명했다. 한화는 또 장종훈 수석코치 겸 타격코치, 송진우 투수코치 등 구단 레전드들로 코칭스태프를 꾸리며 일찌감치 차기 시즌 대비에 돌입했다.

9위 삼성 라이온즈(55승5무84패)

삼성이 2년 연속 9위에 머무름과 동시에 구단 창단 후 처음으로 80패를 당하는 수모를 겪었다. 지난해를 끝으로 최형우(KIA), 차우찬(LG)과 이별한 삼성은 시즌 초반 마운드가 무너지고 타선 또한 좀처럼 살아나지 않으면서 ‘KBO리그 사상 첫 100패’ 가능성이 점쳐지기도 했다. 5월 중순 이후 반격에 나서 kt를 끌어내리고 9위로 한 계단 올라선 것은 그나마 다행이었다. 아쉬움만 남는 것은 아니다. 구자욱이 데뷔 후 처음으로 한 시즌 20홈런을 넘겼고, 심창민-장필준은 삼성의 새로운 필승조로 가능성을 보였다. 시즌 최종전이자 ‘레전드’ 이승엽(41)의 은퇴경기였던 10월 3일 넥센 전에서는 10-9 짜릿한 승리로 유종의 미를 거뒀다.

‘국민타자’ 이승엽은 올해를 끝으로 은퇴했다. 1995년 삼성에 입단한 그는 23년 동안 프로선수로 뛴 한국 대표 거포였다. 지난 5월에는 KBO리그 최초로 통산 450호 홈런이라는 대기록을 세웠다. 그는 프로야구 10개 구장을 도는 은퇴 투어에서 박수를 받으며 그라운드와 작별했다. 박수를 받을 또 다른 한 명은 외국인 타자 다린 러프(31)다. 러프는 올 시즌 134경기서 타율 .315 162안타 31홈런 124타점으로 맹활약했다. 4월까지 타율 .143 빈타에 허덕였으나 5월 이후 폭주해 최형우(120타점)를 밀어내고 타점왕을 차지했다. 이런 그를 삼성이 놓아줄리 만무하다. 구단 측에서 재계약을 체결할 방침을 갖고 있어 내년에도 인연이 이어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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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미야자키에서 마무리 훈련 중인 kt. [사진=kt위즈 페이스북]


10위 kt 위즈(50승94패)

시즌 초 반짝했던 kt는 3년 연속 최하위에 머물렀다. 팀 타율, 안타, 홈런, 장타율, 평균자책점은 리그 9위, 타점, 출루율은 최하위로 각종 부문에서 힘을 쓰지 못했고, 실책 1위(112개), 수비율 최하위(.979)의 야수들은 번번이 패배의 빌미를 제공했다. 희망적인 부분은 있었다. 트레이드로 합류한 윤석민이 확실한 4번타자로 자리매김했고, 데뷔 첫 풀타임 시즌을 치른 유격수 정현은 3할 타율(.300)에 턱걸이했다.

김진욱 kt 감독은 “당초 목표치를 너무 높게 잡았다. 내 잘못이다”라고 실수를 인정하며 “내년 구단 목표 중 육성은 빠진다. 이젠 순위 싸움을 할 수 있는 경기를 하겠다”고 칼을 갈았다. 올해는 FA 시장에서 호락호락 물러나지 않겠다는 각오다. kt는 지난 9월 11일 KBO 신인 드래프트에서 투타를 겸비한 특급 신인 강백호(서울고3)를 품에 안으며 화제의 중심에 섰다. 과연 내년에는 꼴찌를 면할 수 있을까? kt에 주어진 당면과제다.

* 2017년 4월 10일 첫 번째 KBO 핫클립 <'깜짝 1위' kt, 마운드로부터 시작되는 커피매직>을 시작으로 총 28개의 클립을 꺼내어봤습니다. 되돌아보니 꽤 오랜 기간 작성했네요. 이 기간에 온전히 시즌을 위해, 팀을 위해, 또 자신을 위해 그라운드에서 땀을 흘린 10개 구단 모든 선수 및 코치진 여러분들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냅니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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