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그늘집에서] '2인자 설움'에서 벗어난 저스틴 토머스
이미지중앙

주니어 시절 함께 기념촬영한 저스틴 토머스(왼쪽에서 두번째)와 조던 스피스(오른쪽 끝). [출처=조던 스피스 홈페이지]


[헤럴드경제 스포츠팀=이강래 기자] 켄터키 출신의 24세 청년 저스틴 토머스가 CJ컵@나인브릿지에서 우승했다. 토머스는 첫날 9언더파를 몰아쳐 선두에 나선 뒤 연장전 끝에 우승하며 흥행의 ‘알파와 오메가’가 됐다. 토머스가 없었다면 2000만 달러(약 226억원) 이상을 쓴 CJ컵@나인브릿지는 흥행에서 큰 성공을 거두지 못했을 것이다.

지난 12개월간 토머스처럼 격정적인 성공을 거둔 선수는 없다. 무려 6승을 거뒀으며 35위이던 세계랭킹은 3위까지 치솟았다. 그저 ‘골든보이’ 조던 스피스의 절친으로만 알려졌었는데 어느덧 메이저 챔피언에 페덱스컵 우승, 올해의 선수상까지 거머쥔 강자가 됐다. 이제 세계랭킹에서 그의 앞엔 더스틴 존슨과 조던 스피스 2명 밖에 없다.

요즘 PGA투어에서 가장 ‘핫’한 선수는 토머스다. 퍼팅이 강점인 스피스와 달리 토머스는 작은 체구에도 불구하고 장타를 펑펑 날려대는 슬러거다. 흥행성이 더 높다는 뜻이다. 많은 기행에도 불구하고 장타자 존 댈리의 인기가 사그러들지 않는 것처럼 인간 본성을 자극하는 장타력은 시대와 세대를 초월하는 막강한 흥행코드다. 토머스를 소개할 때 ‘조던 스피스의 친구’라고 하던 수식어는 아주 오래된 옛날 얘기가 됐다.

토머스는 주니어 시절 잘 나가는 선수였으나 93년생 동갑내기인 스피스와의 맞대결에선 이기지 못했다. 그런 억눌림은 프로무대에서도 부정적으로 작용했다. 토머스는 일년 먼저 PGA투어에 입성한 스피스가 메이저 연속 우승에 페덱스컵 타이틀, 세계랭킹 1위 등극으로 날아오르자 질투심에 괴로워했다. 하지만 질투심만 있었던 건 아니었다. 인내했고 노력했다. 그리고 화산이 분출하듯 마침내 폭발했다. 토머스는 어느덧 세계 남자골프의 중심이 됐다. '2인자 설움'이 일인자로 발돋움하는 기폭제가 된 것이다.

CJ컵@나인브릿지에서 기자중 일부는 토머스에게 흥미 위주의 질문을 했다. “내년 대회에 조던 스피스가 제주도를 찾는다면 돌개바람과 관련해 어떤 조언을 해 줄 것인가?”라는 식이었다. 이에 대해 토머스는 ”스피스는 바람을 잘 알기 때문에 내 조언이 필요치 않다“고 잘라 말했다.

또 "2015년 한국에서 열린 프레지던츠컵에 출전했던 조던 스피스가 한국의 코스 공략에 대해 조언해 준게 있는가?"라고 묻자 "이번 대회는 완전히 다른 코스에서 열리며 완전히 다른 대회다. 조던이 그런 조언을 할 리가 있겠나?"라고 받아쳤다. 굳이 그런 질문을 왜 하느냐는 딱딱한 반응에 더 이상 스피스와 엮지 말라는 무언의 메시지였다.

작년까지만 해도 여러 면에서 반듯하게 생긴 스피스가 ‘포스트 타이거시대’를 이끌 적임자로 보였다. 하지만 불과 일년 사이 토머스라는 새로운 강자가 등장해 판(板)을 흔들고 있다. 뭔가 약해 보이고 모자라 보이는 토머스가 반전의 역사를 쓰자 세상이 열광하고 있다. 그렇다고 스피스가 쇠락한 것은 아니다. 스피스도 올해 디 오픈에서 우승했으며 AT&T 페블비치 내셔널 프로암과 트레블러스 챔피언십까지 포함해 3승을 거뒀다.

골프역사엔 샘 스니드와 벤 호건, 아놀드 파머와 잭 니클러스, 타이거 우즈와 필 미켈슨 등 대표적인 라이벌이 존재했다. 이젠 스피스-토머스의 시대가 열린 듯 하다. 그들의 나이가 24세에 불과한 것은 ‘골프황제’가 사라진 세계 남자골프계에 커다란 축복이다. 내년 4월 열릴 '명인열전' 마스터스가 기다려진다. 둘 모두 총력전에 나설 첫 대회이기 때문이다.




sports@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
          연재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