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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L 8R] 리버풀, 슈팅 19개를 퍼붓고도.맨유와 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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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종일관 위협적인 돌파와 창의적인 패스를 선보인 리버풀의 필리페 쿠티뉴.[사진=리버풀 공식 트위터]


[헤럴드경제 스포츠팀=이혁희 기자] 치열한 더비에서 최근의 기세는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못했다. 14일 오후 30분(한국시간) 리버풀의 홈 안필드에서 열린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8라운드에서 리버풀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와 0-0 무승부를 거뒀다. 무승부로 끝났지만 시종일관 리버풀이 주도권을 쥐고 흔들었다.

최근 분위기는 단연 맨유의 우세였다. 6연승을 달리며 20골을 터트리는 화력과 3골만을 내주는 수비력을 동시에 선보였다. 홈과 원정, 리그와 챔피언스리그를 가리지 않고 '압도적인' 경기력을 이어오고 있었다. 반면 리버풀은 지난 9월 9일 맨체스터시티에게 당한 충격적인 0-5 대패 이후 7경기에서 단 1승에 그쳤다. 심지어 지난 A매치 기간 '에이스' 사디오 마네가 햄스트링 부상으로 장기간 결장이 불가피해지면서 더욱 싸늘한 가을이 예고되었다.

맨유도 A매치 후유증은 마찬가지였다. 폴 포그바가 없는 자리를 훌륭히 메꿔온 마루앙 펠라이니가 부상을 당하며 3선 미드필더에 네마냐 마티치, 안데르 에레라만이 남았다. 양팀 모두 최상의 전력을 갖추지 못한 채 이번 경기에 임했다. 그래도 여전히 맨유의 우세가 점쳐졌다.

정작 뚜껑을 열어보니 경기 진행은 모두의 예상과 정반대로 흘러갔다. 고질적인 수비 불안을 해결하지 못해 번번이 승점 획득에 실패했던 리버풀이 맨유의 공격을 완벽하게 막아냈다. 올 시즌 10경기 11골을 터트리며 몸값을 증명하고 있는 로멜로 루카쿠는 조엘 마팁과 데얀 로브렌, 두 리버풀 중앙 수비수에게 번번이 차단되어 위협적인 모습을 전혀 보이지 못했다. 더불어 2선에서 창조성을 불어넣어야 할 헨리 미키타리안은 리버풀의 조던 헨더슨을 포함한 미드필더들의 압박에 둘러싸여 존재감 자체가 지워졌다.

맨유의 수비도 만만치 않았다. 상대 맞춤형 전술에 일가견이 있는 조제 무리뉴 감독답게, 리버풀의 스리톱을 적절한 대인 방어로 효율적으로 막아냈다. 상대가 올라섰을 때, 그 뒷공간을 가장 위협적으로 공략하는 팀이 리버풀임을 알고 있는 무리뉴는 수비 중심을 뒤로 물린 채 견고한 수비를 선보였다. 이에 반응한 것이 리버풀의 두 브라질리언 듀오였다.

'마법사' 필리페 쿠티뉴는 언제나처럼 측면 공격수와 중앙 미드필더 자리를 부지런히 오갔다. 혼자 수비수 두세 명을 달고 다니며 맨유의 진영을 흐트렸고, 그로 인해 발생하는 공백을 끊임없이 공략했다. 거기에 제로톱 역할을 소화하는 호베르투 피르미누 또한 평소보다 더 깊숙히 내려오며 팀의 연계에 관여했다. 스리톱 중 두 명이 아래로 내려가자 맨유의 수비수들은 전담할 상대를 종종 놓치는 일이 발생했다.

여기에 리버풀에게 딱 하나 아쉬운 점이 골 결정력이었다. 경기 통틀어 19번이나 슈팅을 시도했음에도 유효 슈팅은 5차례에 불과했고, 그 유효 슈팅마저 번번히 다비드 데 헤아의 선방에 가로막혔다. 돌파와 득점에 모두 능해 쿠티뉴의 득점 부담을 덜어줄 수 있는 마네의 공백이 뼈아팠다. 조국 이집트를 28년 만에 월드컵 본선에 진출시키며 영웅이 되어 돌아온 모하메드 살라 또한 여전히 결정력에서 아쉬움을 보였다.

이번 경기에서 리버풀은 양면성을 띄는 과제를 가지게 되었다. 마네와 아담 랄라나가 부상에서 복귀한다면 리버풀의 화력이 배가 될 것이라는 점은 자명하다. 마네와 살라가 측면에서 뒤흔들고, 쿠티뉴가 조율하고 랄라나가 압박하는 리버풀의 화력을 견딜 팀은 유럽에서 몇 되지 않는다. 팬들도 그 사실을 알고 있기에 최근 부진한 모습에도 기대를 걸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반대로, 그들 중 몇 명이 없더라도, 다른 접근법으로 경기에서 승점 3점을 가져올 수 있는 '플랜 B'의 부재는 여전히 위르겐 클롭 감독의 구상에 없는 듯하다. 맨유는 포그바와 펠라이니가 동시에 부상으로 낙마, 팀의 척추가 무너진 상황에서도 조심스러운 접근으로 까다로운 안필드 원정에서 값진 무승부를 따냈다. 리버풀도 때론 '일단 이기고 보는', 혹은 '지지는 않는' 경기를 보여줄 필요가 있다. 리버풀 입장에서 오늘 경기는 '지지는 않은' 경기가 아니라 '이기지 못한' 경기였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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