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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골프상식 백과사전 81] 미래의 골프 주민증 ‘핸디캡 증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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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SGA의 진(GHIN)프로그램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핸디캡도 투명하게 공개한다.


[헤럴드경제 스포츠팀=남화영 기자] 혹시 핸디캡 증명 카드의 존재를 아시는가? 주민등록증도 잊고 다닌 지 오래되었는데 핸디캡 증명서를 가질 일이 뭐 있겠나 싶지만 앞으로는 골프장에서나 해외에서 요긴할 듯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최근 핸디캡은 2.8이다. 지난해 10월14일에 코스레이팅 74.7인 난이도 높은 코스에서 36홀 라운드를 했는데 각각 86, 84타를 쳤다. 올해 1월1일부터 유효한 윙드풋, 트럼프인터내셔널 등 그가 회원권을 소유한 코스에서의 공식 핸디캡은 2.8이었다. 이것이 국가 기밀이 아니다. 골퍼라면 지위신분고하를 막론하고 알 수 있는 핸디캡 증명서 때문에 누구나 어렵지 않게 핸디캡을 검색할 수 있다.

영국이나 미국의 오랜 역사를 가진 명문 코스에서는 게스트 골퍼에게 핸디캡 증명서를 종종 요구한다. 유럽의 유서깊은 골프장을 방문하는 골퍼는 대한골프협회(KGA)와 회원제 골프장을 통해 핸디캡을 산정해 만들거나 해외 골프 여행 상품을 파는 여행사를 통해 몇몇 골프장에서 기록한 스코어를 챙겨 모아 급조해 만들어 나가곤 했다.

몇 년 전 뉴질랜드에 골프장 취재를 갔을 때의 일이다. 프로샵 직원이 그린피를 받고 스코어카드를 영수증처럼 출력해주면서 내 핸디캡을 물었다. 직원은 “외국인이라 의무적이지는 않지만, 뉴질랜드에서는 라운드를 마친 뒤에 핸디캡을 적어 기계에 넣으면 그날의 타수가 골퍼 데이터에 반영된다”고 했다. 독일에서는 골프를 배우는 사람이면 기본적으로 핸디캡을 받아야 첫 라운드가 가능하도록 제도화했다고 한다. 하지만 한국에서 ‘골프 핸디캡’은 단어의 의미에서부터 많은 골퍼들의 인식에 핸디캡이 되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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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GA에서는 골프장에는 코스레이팅을 일반 골퍼에는 진을 통한 핸디캡 증명을 보급하고 있다.


2020년부터 세계 통용 증명서
핸디캡 증명이 자동차 면허증처럼 골퍼에게 필수가 될 날이 멀지 않았다. 미국골프협회(USGA)와 영국왕립골프협회(R&A)는 오는 2020년부터 월드골프핸디캡(World Golf Handicap: WGH) 시스템을 통일하기로 합의했다. 현재 미국, 캐나다, 한국 등 일부에서 쓰이는 핸디캡 산정 방식이 세계 어디서나 동일한 방식으로 채택되기 때문이다. 이는 USGA의 ‘진(Golf Handicap & Information Network: GHIN)’ 프로그램이 전 세계 골퍼를 하나로 묶는 일종의 ‘세계 골프 주민등록증’이 된다는 의미다.

대한골프협회(KGA)는 올해부터 USGA와 계약을 맺고 핸디캡을 산출하는 진(GHIN) 프로그램을 사용, 보급하고 있다. KGA가 코스 레이팅과 관련한 프로그램과 시스템을 USGA로부터 받아들인 것은 이미 꽤 오래됐다. 국내 골프장에서는 USGA 기준에 따라 코스레이팅, 슬로프레이팅을 하고 있다. 하지만 일반 골퍼들에게 핸디캡 증명을 보급하는 진 프로그램은 올해부터 추진하는 국내 골프 선진화 사업의 일환이다.

KGA는 소속 회원사 코스의 회원들을 중심으로 진 핸디캡 증명과 보급하는 일을 진행하고 홍보하고 있다. 이 증명 카드가 단지 미국 뿐 아니라 향후에는 유럽과 아시아 지역 국가에서도 널리 통용될 것이기 때문이다. 미약한 정도지만 최근 스마트폰에서 애플리케이션을 다운받아 사용하는 골퍼의 숫자도 조금씩 늘고 있다고 한다.

향후에 보다 보편적으로 사용될 진 프로그램을 위한 몇 가지 상식을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우선 핸디캡 증명 카드를 만들려면 기본 데이터가 필요하다. 그 전에 자신이 속한 소속 골프장이 KGA 회원사에 등록되어 있고, 코스레이팅 값까지 나와 있어야 한다.

이때의 스코어는 조정 스코어여야 한다. 조정 스코어는 동반 플레이어들이 스코어를 검증한 5개의 스코어가 필요하다. 그런데 여기서 생기는 의문 한 가지. 왜 그냥 스코어는 안 되고 스코어를 조정해야 할까?

여기에 일반 골퍼들에 대한 배려가 깔려 있다. 아마추어골퍼들은 가끔 한두 홀에서 아웃오브바운즈(OB)가 나면서 타수를 한 번에 크게 잃는다. 친선라운드에서는 더블보기 정도로 적고 양파, 쿼드러풀 보기는 눈감아 준다. 눈치 빠른 캐디는 “우리 골프장에서는 더블보기까지만 적는다”고 장단을 맞춰주기도 한다. 이처럼 한두 번의 실수로 인해 타수가 무너지는 골퍼들에게 타수의 하한선을 두는 게 형평 타수 제한(Equitable Stroke Control: ESC)이다. 그리고 이를 반영한 것이 조정스코어다. 그렇게 하는 이유가 있다. 핸디캡의 존재 이유란 조정된 타수를 입력해 골퍼의 잠재적인 실력까지 표출되도록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한두 홀에서 망가지는 아마추어 골퍼들에게는 반갑고 고마운 정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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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 앱을 깔면 국내 20여곳 골프장 스코어를 올려 핸디캡을 얻을 수 있다. 골프장은 코스레이팅을 통해 리스트에 들게 된다.


국내 20여곳 골프장은 진 프로그램
현재(8월 기준) KGA의 회원사 골프장 중 코스 레이팅을 의뢰해 협회로부터 인증을 받은 골프장은 모두 198곳이며 그중 88곳이 유효값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회원사 골프장은 아니지만 KGA에 코스 레이팅을 의뢰한 골프장도 10곳이나 된다.

현재 진 프로그램에 스코어 표기가 가능한 골프장은 구룡대체력단련장, 대구, 드림파크, 라비에벨, 블루원디아너스, 블루원용인, 블루원상주, 샌드파인, 스카이72, 아시아나, 우정힐스, 유성, 임페리얼레이크, 클럽나인브릿지, 핀크스, 해슬리나인브릿지 등이다. 국내 19곳의 회원제 골프장에서는 회원들이 진 프로그램을 스마트폰 앱에서 다운받아서 핸디캡을 가입할 수 있도록 했다. 이 골프장들은 스코어 등록이 가능할 뿐 아니라 진 계정을 만들어주고 관리할 수 있는 곳들이다. 이들 골프장 외에도 레이팅 유효값이 있는 골프장 스코어는 모두 포스팅할 수 있다.

진은 핸디캡 관리 프로그램으로 골퍼 자신이 직접 스코어를 등록함으로써 공인 핸디캡을 산출하는 근거가 된다. 이걸로 전 세계 어느 골프장에서나 자신의 핸디캡을 확인할 수 있고 해당 골프장에서의 코스 핸디캡으로 변환할 수 있다. 인터넷 접속만 되면 세계 어디서나 써먹을 수 있다는 얘기다. 또 골프장의 난이도에 맞게 자신의 목표 스코어(코스 핸디캡)를 계산할 수 있다. 그리고 이메일을 통해 자신의 핸디캡 추이나 각종 데이터를 받아볼 수 있어 유용하다.

KGA에 따르면 국내에서 핸디캡 증명서는 연간 700~1000장 정도 발급되고 있다. 그중에 80%는 대회 참가를 위한 선수들이 발급하는 것이다. 따라서 일반 아마추어 골퍼의 핸디캡 증명서 발급은 극히 드물다. 하지만 최근 젊고, 글로벌한 골퍼를 중심으로 진 프로그램에 관한 문의가 늘고 있다고 한다. 앱으로 설치된 진의 현재 유저는 600명 정도다.

전 세계에서 통용되는 골프 핸디캡 주민증이 보급되는 등 활발한 변화가 일어나지만 국내는 아직 잠잠하다. 크게 두 가지 이유를 꼽을 수 있다. 첫번째는 골프장의 비협조에 있다. 골프장을 운영하는데 코스레이팅을 받지 않아도 큰 문제가 없기 때문에 정확한 코스레이팅을 받는 자체에 관심이 적다. 둘째는 골퍼들의 무관심이다. 자신의 핸디캡을 정확하게 공증 받으려는 인식이 부족하다. 그때그때 자신의 핸디캡이 10여타를 오간다.

KGA에서 회원사 골프장을 지원하고 핸디캡과 코스 레이팅 관련 업무를 맡고 있는 안형국 과장은 “올해처럼 시행초기에는 골프장을 통한 회원가입이 가능하지만 조만간 시스템의 수요가 많아지면 골프장을 통한 가입이 아니더라도 동호회-클럽 에도 일정 조건이 맞을 경우 진을 사용할 계정을 부여할 수 있게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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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골프협회가 목표스코어와 핸디캡을 설명하는 스티커 문구 이미지.


안 과장은 “KGA에서 올바른 핸디캡 시스템 보급에 책임과 의무가 있기 때문에 진 프로그램을 홍보하는 중”이라면서 “USGA 핸디캡 시스템이 글로벌 스탠더드인만큼 이 프로그램이 일반 골퍼에게도 널리 알려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진 프로그램을 깔고 자신만의 핸디캡을 가졌다면 다음 단계는 그걸 활용하는 것이다. 자신의 핸디캡이 13이라면 이를 새로운 라운드에 적용해야 한다. 처음 가본 골프장의 스코어카드를 봤더니 73.2라고 코스레이팅 값이 나와 있다면 자신의 코스 핸디캡 값(13)을 더한 86.2타에서 반내림한 86타가 목표 스코어가 된다. 그날 라운드를 마치고 나온 스코어가 이보다 높으면 잘 친 것이다.

미국에서는 흔한 ‘어니스트(Honest) 존’이라는 골프게임이 이를 활용한 것이다. 서로 다른 핸디캡을 가진 골퍼들이 경기할 때 자신이 쳐야할 스코어보다 잘 치면 내기돈을 따고 목표보다 못쳤을 때 잃는 게임이다. KGA에서는 진 프로그램과 함께 핸디캡과 코스레이팅을 활용할 수 있는 ‘목표 스코어’를 알리는 포스터도 제작해 회원사 골프장에 배포하고 있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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