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한글날과 더씨제이컵 트로피의 어울림
이미지중앙

한글과 직지심체요절을 모티브로 한 우승 트로피 [사진=CJ그룹]


[헤럴드경제 스포츠팀=남화영 기자] <백운화상초록불조직지심체요절(白雲和尙抄錄佛祖直指心體要節)>은 전세계에서 현존하는 금속활자로 인쇄된 책중 가장 오래된 책이며, 백운화상 경한이 선(禪)의 요체를 깨닫는 데에 필요한 내용을 뽑아 1377년7월에 청주 흥덕사에서 펴낸 불교 서적이다. 줄여서 ‘직지심체요절’ 혹은 ‘직지’로 부른다.

오는 19일부터 나흘간 제주도 나인브릿지골프클럽에서 CJ컵@나인브릿지를 신설 개최하는 CJ그룹은 한글날을 하루 앞둔 8일 우승 트로피를 공개했다. CJ그룹에 따르면 모두에게 기회를 열어준 대한민국 고유의 자산인 한글과 현존하는 세계 최고의 금속 활자본인 ‘직지심체요절’을 모티브로 한 우승 트로피에는 대회에 참여하는 78명 선수 모두의 한글 이름을 활자본 도판에 담았고, 우승 선수의 이름은 특별히 골드 처리하여 기념하도록 되어 있다.

트로피는 목재로 되어 있으며 하단부의 목재 다리 모형은 클럽나인브릿지의 18번 홀의 실제 다리를 형상화했는데 대회에 출전한 78명 모두 이 다리를 지난다는 의미를 품고 있다. 나인브릿지라는 명칭 또한 골프장 곳곳에 있는 8개의 다리에 고객과 골프장의 마음을 잇는 9개의 다리라는 뜻에서 그렇게 이름지었다.

CJ그룹 관계자는 “세계에서 가장 완벽하고 조형적으로 창제된 한글은 모두의 목표, 기회, 꿈을 실현하는 연결 통로로 ‘실현의 다리(Bridge to Realization)’라는 대회 컨셉과 부합되며, 직지심체요절은 한국을 대표하는 세계문화유산으로써 CJ그룹이 표방하는 K-컬쳐와 일맥상통하다”고 말했다.

이미지중앙

나무 재질로 종이에 잉크를 묻혀 찍어내도록 제작되었다. 출전선수 78명이 한글로 모두 적혀 있다.


가로 36cm, 세로 39.5cm, 무게 3.9kg인 트로피의 낱 활자들은 분해와 조합이 가능하며, 서체는 CJ그룹 자체의 CJ 온리원(ONLYONE) 폰트를 적용했다. 또한 실제 종이에 잉크를 발라 찍으면 이 대회에 출전하는 연도와 선수들을 실제로 인쇄할 수 있도록 정교하게 제작했다.

‘직지심체요절’은 사람이 마음을 바르게 가졌을 때 그 심성이 곧 부처님의 마음임을 깨닫게 된다는 직지심체(直指心體)를 간략하게 요약한 내용이다. 현존하는 것은 하권 1책 38장 뿐인데, 1800년대 말 콜랭 드 플랑시 주한 프랑스 공사가 구입했다. 후일 골동품상 앙리 베베르가 경매에서 180프랑을 내고 산 뒤에 프랑스 국립도서관에 기증해 오늘날에 이른다.

직지는 현존하는 금속 활자본 책 중에서 독일의 <구텐베르그 성경>보다 70여년이나 앞선 가장 오래된 것으로 밝혀졌고, 1972년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 도서 박람회에 공개되었다. 2001년 9월4일 <승정원일기>와 함께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되었다.

이미지중앙

세계에서 가장 오랜 금속활자인 직지심체요절.


이보다 143년 앞선 최초의 금속활자 인쇄물로 <상정고금예문>이 있으나 현존하지 않는다. 현존하는 세계 최고(最古)의 목판 인쇄물 <무구정광대다라니경>은 불국사 삼층석탑(석가탑)에서 발견되었으며 제작연대는 751년 통일신라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현재 불교중앙박물관에 소장중이며 국보 제 126호이다.

올해로 세종대왕이 훈민정음을 반포한 지 571주년이 되었다. 올해 신설되는 이 대회가 한국 문화를 알리는 것에 큰 뜻을 두고 출전 선수들의 이름을 모두 한글로 표기한 것은 환영할 일이다. 기왕 인쇄 가능한 한글 트로피를 만들었으니 대회 주최측은 이를 보다 발전시켰으면 좋겠다. 출전하는 선수 모두에게 트로피에 인쇄된 자신의 이름이 새겨진 한지를 행사를 대회 전 프로암에서 진행하면 어떨까. 선수들이 자신의 한글 이름을 찍어 SNS에 올리면 그건 한글을 알리는 문화 활동이 된다.

또한 앞으로 10년간 개최하는 이 대회에서 매년 이같은 목판본이 누적되면 10개의 목판본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이를 골프장에 전시하고 보존하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다. 트로피가 단지 대회를 마칠 때만 반짝 등장하는 소품이 아니라 가치와 역사를 담는 일종의 ‘대장경(大藏經)’이 되기 때문이다. 자음과 모음이 모여 새로운 의미 구조를 창출한 한글의 원리도 이런 뜻과 멀지 않을 것이다.
sports@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
          연재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