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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종훈의 빌드업] (27) 경희대 김승섭, '마부작침을 해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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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희대 김승섭이 프로 진출을 앞두고 있다. [사진=정종훈]


[헤럴드경제 스포츠팀=정종훈 기자] 축구선수를 시작한 계기는 다양하다. 월등한 축구 실력이 감독의 눈에 띄어 시작한 경우도 있고, 마냥 축구화를 신고 공을 차는 것이 좋아서 입문한 케이스도 있다. 하지만 막상 축구화를 신고 뛰는 현실의 모습은 자신이 상상하던 모습과는 다른 게 대부분이다. 이 괴리감으로 인해 도중에 축구화를 벗는 이도 많다. 무한경쟁 속에서 뒤처진 자신의 모습을 돌아보는 순간 누군가는 좌절하고, 다른 누군가는 한층 노력해 발전한다. 경희대 김승섭(21)은 후자에 속했다.

김승섭은 초중 시절 튀는 선수는 아니었다. 양평중 3학년 때에야 조금씩 두각을 드러냈다. 춘계, 추계연맹전에서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는데, 추계연맹전 신라중(당시 부산아이파크 U-15)과의 결승전에서 골을 넣었다.

이 계기로 학원축구의 명문 언남고에 입학했다. 하지만 곧바로 경기에 투입되지는 못했다. 팀에 적응하는 데 소요된 시간이 다소 길었다. 그의 입학 동기는 무려 17명. 1, 2학년 때 6명이 떠날 정도로 대부분 선수가 적응에 어려움을 겪었다. 김승섭은 2학년 때까지만 해도 이근호(21 연세대), 한승규(21 울산현대), 민준영(21 동국대), 유영재(21 고려대) 등 동기들이 경기장에서 뛰고 있을 때 주로 피치 밖에서 지켜보기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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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남고 시절 김승섭은 지금과 달리 체격이 왜소했다. [사진=선수 본인 제공]


김승섭은 3학년 때부터 조금씩 피치를 밟기 시작했다. 2014년 제50회 춘계고교연맹전에서 예선과 결승 때 골을 넣으며 팀의 2연패를 이끌었다. 이때를 시작으로 리그 우승과 대통령금배 8강, 왕중왕전 8강 등의 좋은 성적을 기록했다.

대학(경희대)에서도 부침이 있었다. 박인혁(22), 고승범(23 수원삼성) 등 기량이 빼어난 선수들이 공격진에 포진되어 있었기 때문에 김승섭이 비집고 들어갈 공간조차 없었다. 김승섭은 “당시에 워낙 유명한 형들이 많았어요. 뛰고 싶은 마음은 가득했는데, 현실을 직면했습니다. 욕심을 버리고, 운동을 열심히 하자는 생각이 더 컸죠. 다른 1학년 동기들도 다 못 뛰었어요(웃음)”라고 회고했다.

그런 그는 새벽과 저녁에 틈나는 대로 개인 훈련에 매진했다. 고등학교 시절 마른 체형으로 고생했기 때문에 꾸준한 웨이트 트레이닝으로 몸을 키웠다. 이 때문에 힘과 스피드가 붙으면서 자연스럽게 자신감도 상승했다.

김승섭에게는 2학년인 2016시즌 첫 대회가 기회였다. 중앙대와의 춘계연맹전 첫 경기에서 후반 교체 투입되어 경희대 김광진 감독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그것을 시작으로 건국대와의 경기에서 선발로 출전해 1개의 어시스트를 기록했고, 이후 리그와 FA컵 등 대부분 경기를 소화했다. 지난해 6월에서 7월에 열린 KBS N 제 12회 1, 2학년 대학축구연맹전에서는 3위와 함께 대회 우수선수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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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섭은 2학년부터 조금씩 경기 출전 시간을 늘렸다. [사진=정종훈]


플레이 스타일에 변화를 준 것이 주효했다. 언남고 시절에는 주로 공격형 미드필더로 나서 연계에 집중했지만, 대학 무대에서는 왼쪽 측면 공격수로 옮겨 빠른 스피드를 살렸다. 왼쪽 측면에서 중앙으로 좁혀 들어오는 플레이와 저돌적이면서도 적극적인 슈팅으로 수비수들을 괴롭혔다. 여기에 착실한 개인 훈련으로 몸을 키운 것도 한몫했다.

그런데 2017년에도 시작이 좋지 못했다. 동계 훈련 때까지 컨디션이 좋았지만, 춘계연맹전을 앞두고 허벅지 앞 근육이 찢어지는 부상을 당했다. 의사는 치료를 위해 휴식을 권유했지만, 그는 올해 첫 대회인 만큼 포기할 수 없었다. 테이핑을 감고 경기에 나섰지만, 예선에서 고려대에게 패하고 성균관대와 비겨 예선 탈락으로 일찍 짐을 쌌다.

아쉬움을 뒤로 하고, 리그 경기를 통해 조금씩 감을 되찾았다. 리그에서 예열하고, 지난 7월 태백에서 열린 제48회 전국추계대학축구연맹전에서 2경기 연속 해트트릭을 포함해 7골 3어시스트를 기록하며 본인의 가치를 입증하기 시작했다. 팀은 16강에서 숭실대에게 아쉽게 패했지만, 김승섭은 프로 구단들에 확실히 본인의 매력을 어필했다. 더불어 오는 9월에 열리는 2017 아시아대학축구대회 A팀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이러한 노력 끝에 김승섭은 최근 K리그 클래식 구단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내년 프로 진출이 유력한 상황. 단 프로경기에 곧바로 나설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플레이에 기복이 있고, 아직 오른쪽 측면에서는 뛰어본 경험이 없기 때문에 포지션이 다소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또한 강한 압박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섬세한 볼 컨트롤도 요구된다. 김승섭도 이를 인지하고 있었다. “열심히, 죽어라 하는 수밖에 없죠(웃음). 약점을 보완하려고 노력 중입니다.”

김승섭은 매번 출발은 느렸지만, 조금씩 전진했다. 부상과 시련에 물론 좌절도 했지만, 노력하고 또 노력했다. 김승섭은 타고난 실력보다는 노력으로 얻어낸 능력으로 매번 성장했다. 어렵고 힘든 시기에도 자신의 꿈을 결코 포기하지 않았다. 마부작침(磨斧作針)의 노력으로 ‘프로 진출’이라는 꿈이 김승섭의 코앞에 다가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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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섭이 지난 추계연맹전 16강 홍익대와의 경기에서 골을 넣은 뒤 기뻐하고 있다. [사진=정종훈]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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