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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L이슈] ‘디펜딩 챔피언’ 첼시, 왕좌의 수성을 위한 콘테의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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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시즌 프리미어리그 왕좌를 탈환한 첼시의 안토니오 콘테 감독. [사진=첼시 홈페이지]


[헤럴드경제 스포츠팀=이혁희 기자] 첼시의 안토니오 콘테를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잘하는 것’과 ‘좋아하는 것’이 다른 유형의 감독이다. 콘테를 지금의 위치까지 올려준 전술은 분명 스리백이다. 하지만 콘테가 감독으로 데뷔하며 시작했던, 그리고 가장 신봉하는 전술은 스리백이 아닌 4-2-4다. 포백 시스템을 기반으로, 두 명의 중앙 공격수와 그들만큼이나 높게 위치하는 양 윙어들을 기용하는 아주 공격적인 전술이다.

이미 변화를 감행해 본, 그리고 성공해 본 콘테

11-12시즌, 콘테가 막 유벤투스에 부임했을 때에도 시작은 4-2-4였다. 이 시스템에서는 중원에는 클라우디오 마르키시오, 아르투로 비달, 안드레아 피를로 중 한 명이, 수비진에는 알레산드로 보누치, 안드레아 바르잘리, 지오르지오 키엘리니 중 하나가 벤치에 앉거나 다른 포지션에서 뛰어야했다. 과도기를 거쳐 콘테는 그들 여섯 명을 모두 기용할 수 있는 3-5-2를 찾아냈다. 이는 첫 시즌 세리에A 무패우승을 포함한 3연속 스쿠데토(세리에A 우승컵) 석권으로 이어졌다.

유로2016의 성공을 거쳐 지난 시즌, 콘테가 마침내 첼시에 입성했고, 스리백 전술(3-4-3)로 잉글랜드마저 제패했다. 중요한 것은 현재 콘테의 스리백은 일부 약점을 드러냈고, 또 이를 잘 아는 콘테도 변화를 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변화의 방향은 두 가지다. 첫째는 스리백 내에서 투톱 체제로의 변화이다. 둘째는 포백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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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테 감독이 중앙 미드필더를 두 명에서 세 명으로 바꾸게 된 결정적인 선수, 안드레아 피를로. [사진=유벤투스 홈페이지]


3-5-2

주포 디에고 코스타와의 결별이 확실시되면서, 첼시는 구단 역사상 최고 이적료를 들여 레알 마드리드에서 알바로 모라타를 데려왔다. 하지만 모라타는 지난 리그 2라운드 토트넘과의 경기에서 콘테가 원하는 포스트 플레이에는 적합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줬다. 2번째 옵션인 미키 바추아이는 더욱 어울리지 않는 선수다.

새로운 옵션인 3-5-2에서 투톱의 한 자리는 콘테의 유벤투스 시절, 제공권에 능한, 소위 ‘타깃맨’이 맡을 자리다. 당시에는 페르난도 요렌테가 그 역할을 소화했다. 모라타 영입 이후에도 꾸준히 요렌테 영입설이 나오며 재결합 가능성이 점쳐지는 것이 그 때문이다.

또한 지난 시즌 전술의 성공은 은골로 칸테에게 절반 이상의 공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3-4-3은 3-5-2보다 중원의 숫자가 하나 적은 만큼 두 명의 중앙 미드필더에게 더 많은 부담이 지워지는데, 칸테는 한 명의 미드필더가 더 있는 듯한 존재감을 발휘하며 우승컵을 안겨줬다.

이제 첼시를 상대하는 상대팀들은 훨씬 더 격렬하게 중원 장악을 방해할 것이고, 챔피언스리그까지 병행하는 만큼 칸테에게만 의존하기에는 위험이 크다. 때문에 세스크 파브레가스를 함께 기용, 마치 유벤투스 시절의 피를로처럼 공 배급을 맡기고 칸테와 신입생 티에무에 바카요코가 그 앞을 책임지는 모습을 구상하는 듯하다(3-5-2). 문제는 이 셋을 제외한 백업의 부재다. 때문에 아스날의 다재다능한 미드필더 알렉스 체임벌린과의 이적설이 끊이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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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시즌 첼시의 윙백으로 맹활약을 펼친 마르코스 알론소. [사진=첼시 홈페이지]


포백 체제로의 변화

지난 시즌 양 윙백인 마르코스 알론소와 빅터 모제스는 대체적으로 좋은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알론소는 높은 축구 지능에 비해 발이 느리다. 수준 높고 발 빠른 윙어들을 만난다면 알론소가 고전할 확률이 크기에, 첼시는 꾸준히 유벤투스의 폭발적인 왼쪽 윙백 알렉스 산드루를 노려왔다. 모제스가 지키는 오른쪽은 더 문제가 크다. 그의 단조로운 패턴이 간파 당하면서 스리백의 위력 반감에 주범이 됐다. 보다 견고한 수비가 필요해지면 아스필리쿠에타가 본 포지션인 오른쪽 윙백으로 복귀할 텐데, 그렇게 되면 센터백 자리에 남는 것은 다비드 루이스, 게리 케이힐, 안토니오 뤼디거, 그리고 유망주 안드레아스 크리스텐센까지 4명이다. 케이힐은 만 32세로 노쇠화의 조짐이 조금씩 보이고 있다. 뤼디거는 프리미어리그에서 뛰는 첫 시즌이고, 크리스텐센은 아직 빅클럽의 주전이 될 만큼 만개하지 못했다. 때문에 사우스햄튼의 센터백 버질 반 다이크가 첼시와 염문을 뿌리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보다 수월하게 수비라인을 통제할 수 있는 포백으로 돌아간다면, 센터백을 한 명 덜어낸 만큼 공격진에 신입생 모라타에 더해 기존의 에당 아자르와 페드로 로드리게스, 거기에 스리백 체제에서 입지를 잃은 윌리안까지 모두 기용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된다. 비록 포백 시스템으로 지난 시즌 초반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지만, 콘테는 자신의 이상향인 4-2-4에 충분히 재도전할 능력이 있다.

콘테의 첼시는 이번 시즌이야말로 제대로 된 검증 무대에 섰다고 할 수 있다. 콘테가 한 번도 위용을 떨친 적이 없는 챔피언스리그에 더 강해진 모습으로 대권에 도전하는 경쟁팀들이 즐비한 리그까지, 쉬운 것이 없다. 콘테는 분명 하나의 전술에 집착하는 감독이 아니다. 전술의 명가 이탈리아 출신다운 유연성과 번뜩임을 지닌 명장이다. 그게 바로 이번 시즌에도 이 남자를 주목해야할 이유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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