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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종훈의 빌드업] (26) 대건고 정우영, 꿈을 현실로 만든 예비 분데스리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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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우영은 아직 인천 유나이티드 유소년 팀인 대건고 소속이다. [사진=정종훈]


[헤럴드경제 스포츠팀=정종훈 기자] 지난 6월 소식 하나가 축구팬들을 들썩이게 했다. 한국의 한 10대 유망주가 독일 분데스리가 명문 팀인 바이에른 뮌헨에 입단한다는 것. 분데스리가에서 활약하는 선수는 있었어도, 세계 최고 클럽 중 하나인 바이에른 뮌헨에 입단한 선수는 전무했다. 덧붙여서 카를로 안첼로티 감독이 독일 언론을 통해 “좋은 능력을 갖춘 선수”라고 평해 기대감은 증폭됐다. 최근 많은 축구팬에게 주목을 받는 이 선수의 이름은 정우영(18 대건고)이다.

지난 4월 중순부터 정우영의 분데스리가 입단 테스트 소문이 솔솔 퍼졌다. 이 때문에 대표팀 소집과 소속팀 대건고(인천 유나이티드 U-18) 경기에서 자취를 감췄다. 그는 실제로 4월 중순 수원FC U-18 경기에 결장한 이후로 약 1달 후 강릉제일고(강원FC U-18)와의 경기에 복귀했다.

독일행 소식이 잠잠해질 때 즈음에 소속팀 인천 유나이티드는 정우영의 뮌헨행 오피셜을 띄웠다. 정우영의 이적 조건은 다시 한번 축구계를 놀라게 했다. 뮌헨은 최소한의 훈련보상금만을 인천에 지급하면 되지만, 이적료 70만 유로(약 9억 1,300만 원)를 지급했다는 점과 정우영과 유소년 계약이 아닌 성인 계약(2018년 1월~2022년 6월)을 체결했다는 소식은 신선한 충격을 선사했다.

정우영의 잠재력은 충분했다. 지난해에도 소속팀에서 꾸준히 경기에 출전하며 위협적인 모습을 선보였고, 정정용 감독이 이끄는 U-18 대표팀 매 소집에 부름을 받았다. 올 시즌 대건고에서는 주로 왼쪽 측면 미드필더로 나설 때가 많았고, 대표팀에서는 중앙 미드필더를 도맡으며 저돌적이고 공격적인 매력을 풍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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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우영은 오산고와의 경기에서 후반 교체 출전하여 위협적인 모습을 수차례 선보였다. [사진=정종훈]


그는 지난 15일 2017 아디다스 K리그 주니어 A조 12라운드(후기리그 1라운드) 오산고(FC서울 U-18)와의 경기에서는 후반 교체 출전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후반 12분부터 피치를 밟기 시작해 짧은 시간 내에 공격 포인트는 없었으나 본인의 존재감을 확실히 보여줬다. 기본적으로 수비수 두세 명은 달고 뛰었다. 순간 스피드와 절묘한 타이밍을 이용해 수비진을 휘저었다.

경기 후 대건고 전재호 감독은 “(정)우영이가 가진 능력이 많다. 순간 스피드가 좋다. 하지만 동료를 이용한 플레이와 피지컬은 조금 더 보완해야 한다”고 평가했다. 그런데 우려했던 것과는 달리 많이 왜소하지는 않았다. 이에 대해 정우영은 “최근에 웨이트 운동을 통해 몸을 키우고 있습니다”라고 답했다.

정우영의 어떤 플레이가 뮌헨을 사로잡았을까. 그는 지난 4월 중순 독일로 넘어가 약 1달간 4개의 팀을 돌며 팀마다 1주일씩 입단 테스트를 받았다. 그중 바이에른 뮌헨은 2번째 테스트 무대였다. 2군에서 운동을 하던 중 1군 선수 한 명이 부상을 당하자 1군 훈련에 합류하게 됐다. 그에겐 천금 같은 기회였다.

꿈만 같았다. 필립 람을 비롯해 아르연 로벤, 더글라스 코스타 등 TV 속에서만 보던 월드클래스 선수들이 정우영의 눈앞에 있었다. 그는 “TV에서 보던 사람들이 다 있어서 신기했죠(웃음). 하지만 ‘테스트 생으로 왔기 때문에 그 기분에 빠지지 말고, 열심히 해야겠다’고 마음을 굳게 먹었는데 좋은 결과로 이어졌네요”라며 웃음을 지었다.

뮌헨의 자체 연습 경기에서 정우영은 후보들이 모인 팀에 속했다. 3-4-3 포메이션 중 4에 위치한 왼쪽 윙백으로 경기에 나섰다. 주로 공격 쪽에 주안을 두는 플레이를 했기 때문에 수비 위치가 다소 어색할 법했지만, 숨이 턱까지 차오를 정도로 뛰고 또 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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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에른 뮌헨은 지난 6월 30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정우영의 영입 소식을 알렸다. [사진=바이에른 뮌헨 홈페이지]


그리고 그는 단 한 번의 기회를 결과로 맺었다. 안첼로티 감독이 보는 앞에서 티아고 알칸타라의 골을 도운 것. 정우영은 그 당시 장면을 이렇게 회상했다. “로벤이 람에게 ‘안으로 들어가라’는 사인을 보내더라고요. 필립 람이 공간을 돌아가고 있었고, (그것을 예측해서) 로벤이 람에게 주는 패스를 가로챘어요. 앞으로 치고 나가다 공간이 생겨서 알칸타라에게 크로스를 넣어줬는데, 골로 연결됐어요(웃음).” 경기 결과는 서로 장군멍군을 부른 끝에 2-2 무승부를 기록했다. 그는 그렇게 안첼로티 감독의 시선을 단번에 사로잡았다.

처음에는 은연중에 무시도 당했다. 앳된 동양인 한 명이 갑작스럽게 선수단에 합류한 탓이었다. 정우영은 “맨 처음에는 ‘얘는 뭐지?’ 같은 눈총을 받았죠. 경기장에서 저의 모습을 보여주니까 그제야 사람들이 칭찬하더라고요”이라고 말했다. 많이 부족한 독일어 실력이지만, 선수단 분위기에 따라가려 애썼다.

이후 남은 2팀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은 뒤 당당히 귀국했다. 결과가 좋지 못하더라도 그에겐 매우 소중한 경험이었다. 그의 간절함이 통한 것일까. 긍정적인 결과까지 따라왔다. 뮌헨을 포함해 다른 구단에서도 그에게 관심을 표했다. 결국, 가장 적극적으로 영입의사를 보인 뮌헨과 계약을 체결했다.

기분 좋은 소식은 또 다시 들려왔다. 지난 7월 뮌헨의 프리시즌에 합류하라는 호출을 받은 것. 빅클럽들과의 친선경기는 정우영에게 더할 나위 없는 황홀한 경험이기에 부푼 꿈을 안고 독일행 비행기에 올라탔다. 하지만 합류하기 전 좋지 않았던 종아리 뒤 근육이 발목을 잡았다. 현지병원에서 검사한 끝에 결국 귀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정우영은 “따라가게 되면 1주일 동안은 재활해야 했어요. 기회를 잡지 못해서 아쉬웠지만, 참고 뛰면 더 큰 부상으로 이어질 수도 있어서 더 길게 봤어요. 나중을 위해 한국에서 재활해야겠다고 생각을 했습니다”라며 돌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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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우영은 오는 1월 인천을 떠나 바이에른 뮌헨에 입단할 예정이다. [사진=인천 유나이티드]


국제축구연맹(FIFA)의 선수 이적 규정상 정우영은 곧바로 뮌헨에 합류할 수는 없다. 만 18세를 넘긴 내년 1월에서야 뮌헨 합류가 가능하다. 월드 클래스가 즐비한 뮌헨 1군 엔트리보다는 2군에서의 시작에 무게가 쏠린다. 정우영은 “2군에서 운동할 수도 있고, 잘하면 1군에 합류할 수도 있을 텐데 기회를 잘 잡아서 후반기 1경기라도 뛰는 게 목표입니다”라고 당차게 포부를 밝혔다.

분명 정우영은 뮌헨으로부터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최근 뮌헨은 거액을 들여 유소년 시스템을 개편하고 있기 때문에 그의 앞길은 더욱 긍정적이다. 하지만 여전히 갈 길은 멀다. 거친 환경 속에서 가능성을 실능력으로 이어가는 게 참 어렵다. 1군 데뷔로 가는 혹독한 무한경쟁의 길에서 홀로 우직하게 나아가야 한다.

기대와 함께 우려도 또한 공존한다. 최근 백승호, 이승우가 바르셀로나에서 입지를 잃자 일부는 빈정거리며 그들의 가치를 깎아내렸다. 기대가 큰 만큼 실망도 큰 법이다. 정우영도 벌써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기 때문에 이를 남일 보듯 할 수 없다. 세상 처음 받아보는 관심에 정우영은 부담도 됐지만, 오히려 이를 꽉 물었다. “부담스럽긴 하지만, (저에 대한) 안 좋은 이야기를 들을수록 오히려 더 열심히 하는 경향이 있어요. 도전하는 걸 좋아하고요. (경기장에서) 보여주겠다는 마음이 큽니다.” 그의 축구 인생은 이제 진짜 시작이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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