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김상록의 월드 베스트 코스 기행 13] 아일랜드의 디오픈 개최지 로열포트러시
이미지중앙

하늘에서 내려다 본 로열포트러시.


북아일랜드의 로열 포트러시를 가려면 큰 마음을 먹어야 가능하다. 스코틀랜드 최동북단에 있는 로열도노크 정도로 먼 길 가는 느낌이다. 그러나 반드시 방문해야 할 코스 중의 하나다.

로열 포트러시는 세계 100대 코스임은 물론이고 북아일랜드에서는 로열카운티다운과 쌍벽을 이루는 코스로 전 세계 골퍼의 사랑을 받는다. 골프장이 주변의 아름다운 경관과 함께 역사성이 어우러지면서 세계적인 골프장으로 등극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만약 영국 본토에 있었다면 아마도 그 어떤 코스보다 상위에 올랐을 것이다.

영국 본토의 디오픈이 순회 개최지 9개 코스를 제외하고 이외 지역인 이곳에서 1951년에 유일하게 개최되었고, 오는 2019년 다시 개최키로 결정되었으니 그 위용이 새롭다. 무려 68년 만에 본토를 벗어나 개최되니 새롭게 조명받는 것은 당연하다.

본토가 아닌데 다시 개최하게 된 동기는 여러 면에서 찾을 수 있다. 첫째는 영국이란 국가 아래 개최지가 잉글랜드와 스코틀랜드에만 국한되어 있으니 불만이 많았다. 특히 디오픈에서 우승한 대런 클락과 로리 맥일로이, US오픈 우승자인 그레엄 멕도웰이 북아일랜드 출신이다. 로리가 TV 인터뷰에서 “이제는 북아일랜드에서도 개최될 때가 되었다”는 코멘트 이후에 폭넓게 북아일랜드 개최에 대한 당위성이 확대됐다.

특히 대런 클락이 로얄포트러시 소속 프로이니 그 영예가 이곳으로 돌아가는 것은 당연한 것이 아닌가 싶다. 물론 로열카운티다운도 있지만, 그곳에서 배출한 걸출한 영웅적 골퍼가 없었다는 것이 로얄 포트리러로 영광이 넘어가는 결정적인 이유라고 본다.

이미지중앙

클럽하우스에는 회원인 대런 클락이 디오픈 우승한 것을 기념하는 진열장을 만들어 두고 있다.


1888년 시작한 던루스 코스
로열 포트러시는 36홀로 구성되어 있다. 챔피언 코스인 던루스 코스는 파72, 7143야드다. 1888년 개장이니 로얄카운티다운보다 1년이 앞선다. 처음에는 9홀로 개장했고 이듬해 18홀로 확장했다. 그러나 처음에는 바다 쪽 듄스가 아닌 내륙 언덕 쪽으로 둥지를 틀었는데 그 유명한 링크스 디자인의 선구자 해리 콜트에 의해 1929년 바닷가 모래사구 쪽으로 코스를 확장하면서 지금의 모습을 갖추었다. 그에 의해서 제대로 된 링크스가 탄생한 것이다.

여기서 해리 콜트에 대해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그는 영국이 낳은 코스 디자인의 선구자이다. 현존 코스 설계가인 로버트 트렌트 존스2세는 ‘코스 디자인의 지지 않는 해’로 묘사했다. 그가 만든 코스는 10개 이상이 ‘세계 100대’ 반열에 올라 있다.

클럽하우스로 들어가면 오른쪽에 대런 클락의 사진과 함께 디오픈의 상징인 클라렛저그가 전시되어 있다. 전통과 자존심에 대한 경외감에 사진을 찍게 된다. 원래 클라렛저그는 주최 측 보관이지만 그해 우승자에게 주는 메달은 우승자가 영구 보관한다. 그 메달이 나란히 전시되어 있다.

1번 홀 티박스에 들어서면 너무나 넓은 페어웨이에 놀란다. 많은 캐디들이 줄을 서서 골퍼들을 기다리며 티 샷을 감상한다. 갤러리에 약한 골퍼의 형편없는 티 샷에 웃음이 나온다. 그러나 티 샷만 제대로 간다면 어려운 홀은 아니다. 그린은 우에서 좌로 올라가면서 많은 브레이크를 가지고 있으니 첫 홀부터 3퍼트로 기분을 망치지 않도록 유념해야 한다. 홀을 나오면서 뒤를 돌아보기 권한다. 그린이 높은 곳에 있어 뒤로 넓게 펼쳐진 오른쪽 바다, 포트러시항구의 소담한 건물, 크지 않으나 붉은색 지붕이 좌측 언덕으로 펼쳐진 이동 차량인 카라반과 함께 파노라마처럼 펼쳐져 명품 골프장의 전주곡을 듣는 듯하다.

통상 링크스 코스는 2, 3번 홀 정도 가면 바다가 주는 갯내음으로 링크스에 왔다는 것을 자각하게 된다. 그러나 이곳은 4번 홀까지 남북으로 연결하는 도로를 옆에 두고 해안선을 따라 남동쪽으로 전진한다. 물론 왼쪽엔 바다가 있지만, 갈매기 소리만 바다를 가늠케 할 뿐 다소 답답한 느낌을 준다.

이미지중앙

로열포트러시 5번 홀 그린과 6번 티.


5번 홀은 411야드 내리막으로 우측 도그레그 홀이다. 티박스에 올라서면 바다가 보인다. 포트러시가 자랑하는 무엇인가 나올 것 같은 느낌이다. 캐디가 ‘바다를 바라보며 듄스 위의 흰색 방향 표지석을 보고 샷을 하라’ 한다. 멀리 잔잔한 바다를 보고 깊은 숨을 내쉬고 드라이버를 마음껏 휘두른다. 날아가는 볼을 바라보며 그간 쌓였던 인생의 고뇌가 한 번에 날아가는 느낌이다. 페어웨이를 걸으며 오른쪽으로 간 나의 샷이 안전하다는 것을 느낀다. 우측에 깊은 러프가 자리할 것이라는 통상의 링크스 세팅과는 다르게 관대한 러프가 자리한다.

오르막 그린으로 샷을 하고 걸어가는 발걸음이 점점 가볍다. 그린 뒤의 백사장으로 몰려오는 파도 소리가 귀를 자극한다. 페어웨이 우측으로 수 킬로미터 길게 병풍처럼 펼쳐진 백색의 절벽은 이곳이 시그니처 홀임을 직감케 한다. 동서로 길게 누운 백사장으로 북해와 대서양의 파도가 밀려온다. 북서풍이 끊임없이 불어 수억년 동안 그 절벽을 두드린 결과일 것이다.

6번 홀은 파3, 189야드다. 130년 전에 190야드에 가까운 숏 홀을 만들었다는 자체가 흥미롭다. 물론 바다에서 내륙으로 북풍을 등에 업고 샷을 하지만 당시 장비나 능력으로 보아 아주 도전적인 홀이 아니었을까 짐작한다. 8번 홀은 파4, 433야드로 별칭이 히말라야다. 티박스에 올라서면 멀리 보이는 바다와 좌우로 무수한 작은 듄스의 행렬이 마치 히말라야 봉우리 같다고 해서 붙인 이름같다.

이미지중앙

북아일랜드 북동쪽 끝에 위치한 로열포트러시는 링크스의 진수를 보여준다.


디오픈 챔피언이 느낄 색다름
14번 홀 역시 파3, 210야드이다. 평소 불어오는 북서풍을 감안하더라도 해리 콜트가 얼마나 챌린징한 설계가인지 가늠이 간다. 너무 바다 바람을 의식해 짧은 클럽으로 공략하면 그린 앞 계곡이 볼을 삼키고 돌이킬 수 없는 낭패를 맛본다. 따라서 티 샷은 여러 상항을 고려해 섬세하게 점검하고 클럽을 선택하기 권한다. 바람, 습도, 컨디션 등등을 고려해 가능하면 길게 보내야 한다.

17, 18번 홀은 부지가 부족했던지 길게 서쪽으로 달려가고 다시 동쪽 클럽하우스로 돌아오는 일직선이다. 너무도 그 직선이 반듯해 밋밋하게 느껴질 정도다. 어떻게 이런 마지막 피날레를 이렇게 밋밋하게 장식했을까 의문이 간다. 17번 홀은 581야드 파5 일직선이지만, 핸디캡 인덱스가 4다. 길이가 그만큼 길고 IP 지점 우측에 둥지를 틀고 있는 벙커를 조심하지 않으면 그린으로 전진하기 어렵다. 마지막 스트로크를 마치고 퍼트를 들어 올리는 순간 갤러리의 환호 소리가 환청처럼 들린다. 2019년 디오픈에서 챔피언이 받을 감동을 먼저 훔쳐본다.

로열포트러시(Royal Portrush) 던루스(Dunluce) 코스
주소: 아일랜드 앤트림 던루스로드 BT56 8JQ, 벨파스트공항에서 90km(1시간20분 소요)
연락처 : + 44 28 7082 3335, royalportrushgolfclub.com
설계 : 36홀 던루스와 밸리 코스, 해리 콜트 설계 1888년 개장
특이 사항 : 카트 없고 캐디 가능
역사 : 1888년 9홀 개장 당시 ‘더컨트리클럽 The County Club’. 이듬해 18홀 확장. 1892년 로열CC로 개명한 뒤 1895년 현재 이름 개명, 1951년 디오픈 개최 후 2019년 2회째 개최.

글을 쓴 김상록 씨는 전 세계 수많은 베스트 코스를 라운드 한 구력 26년 핸디캡 6인 골퍼다. 영국과 싱가포르를 번갈아 거주하는 김 씨는 쿠알라룸푸르 트로피카나 회원이다.

sports@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
          연재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