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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화영의 골프장 인문학 17] 천국의 섬 피지의 코스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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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나라우 골프장 15번 홀.


[헤럴드경제 스포츠팀=남화영 기자] 동경 180도, 남위 18도 남태평양 한 가운데 산호초로 둘러싸인 섬나라 피지(Fiji). 날짜 변경선을 접하고 있어 지구에서 가장 빨리 태양이 뜨고, 또 가장 늦게 하루가 마무리되는 곳이다.

비제이 싱이 태어나고 자란 피지는 밝은 기운이 항상 충만한 휴양지다. 인사말 ‘불라(Bula)’만 알아도 만사형통이다. 색깔만 22개의 총천연색으로 나뉜다는 남태평양의 휴양지다. 미국, 호주 등에서 셀러브리티가 은밀하고 조용한 휴식을 위해 찾는 곳으로 유명하다.

피지는 330여개 섬과 암초들로 이루어져 있다. 총 면적은 경상북도만 하다. 비티레부, 바누아레부, 타베우니, 칸다부 4개의 큰 섬을 중심으로 조그만 섬들이 흘어져 있다. 전체 인구 중 남섬인 비티레부에 80%가 몰려 있고 경제도 거기서 이뤄진다.

피지 동쪽은 통가제도, 서쪽은 산타크루스제도, 남쪽은 뉴질랜드, 북쪽은 투발루. 기후는 대체로 고온다습하고 월평균 기온은 23∼26℃, 자외선은 한국의 6배에 이른다. 인구는 2011년 기준 88만명이다. 수도는 비티레부 남동쪽에 위치한 수바(Suva)지만 이곳은 비가 많아서 국제공항은 거기서 서쪽 3시간 거리에 있는 난디(Nadi)에 위치한다.

수바와 난디를 잇는 3시간 거리의 퀸즈 로드는 피지의 제1 도로로 오랜 영국 지배 때문에 생긴 이름이다. 한 마을을 지날 때마다 높이 50cm에 폭 2m는 족히 됨직한 우악스런 고속방지턱을 지나야 한다. 마을마다의 속도 기준도 제각각이다. 대체로 마을 안에서는 느리게 가야한다. 처음엔 우스웠지만 곰곰 생각해보니 아니다. 영국 문명의 위세로 도로를 만들었으나 속도 방지턱도 없애고 고속도로처럼 속도 제한을 높였더라면 피지의 고유 문화는 금새 사라지고 없었을 것이다. 피지 추장들은 개발보다 자연 보존을 우선한다. 마을 마다 속도는 피지빨리 가는 게 능사가 아니다.

피지는 18세기 이전까지 끊임없는 부족 전쟁과 식인 풍습이 있었다. 피지 동쪽 섬나라 통가에 들른 서구인들이 “저 서쪽 나라는 가기에 어떠냐?”고 물었다. 그러자 “It's a pity(식인종의 나라에 가니 참 불쌍하게 됐다).” 라고 해서 나라 이름이 ‘피티->피지’가 됐다고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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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지에는 총 16개의 골프장이 있는데 이중 6곳이 18홀 코스다.


하지만 1854년 선교사의 기독교 전파로 식인 풍습이 종식되었고, 20년 뒤 왕이던 다콤바우 추장이 영국에 영토를 복속시켜 94년간 영국령이 됐다가 1970년에 독립했다. 국가 형태는 공화국이며 정부 형태는 의원내각제로 양원제 의회를 채택하고 있으나 2006년 12월 쿠데타 이후로 의회가 해산되어 의회 기능이 정지된 상태이다.

주산물인 사탕수수 재배가 활발해지면서 인도인 플랜테이션 계약 노동자들이 들어와 터를 잡았는데, 100여 년이 지난 오늘날 인도계가 피지 상권을 장악했다. 인구 구성상 절반으로 나뉜 두 민족이 오래 공존했지만 판이한 관습과 문화, 종교 때문에 물과 기름 관계다. 현재 종족 구성은 폴리네시안 계통의 피지 원주민 56.8%, 인도인 37.5%이고 그밖에 중국인, 유럽인이 차지한다.

피지에는 총 16개의 골프장이 있는데 그중 6곳이 18홀을 갖춘 골프장이다. 가장 나중에 조성된 라우쌀라는 리조트 스타일 코스로 극소수 사람이 찾는다. 대표적인 챔피언십 코스로는 나탄돌라베이챔피언십골프코스로 유러피언투어 피니인터내셔널이 17일부터 나흘간 열린다. 데나라우골프&라켓클럽은 전통적인 리조트 코스이고, 남쪽 해안에 있는 더펄 챔피언십은 1978년에 조성된 챔피언십 코스다. 비제이 싱은 난디공항 골프장에서 골프를 배웠다. 수도인 수바에 있는 피지GC는 피지에서 가장 오랜 코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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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림과 산호해안이 공존하는 라우쌀라 리조트.


밀림과 대양의 랑데부 라우쌀라(Laucala)
가수 박진영이 재혼 여행지로 선택한 곳이 라우쌀라 리조트(파72 6245m)다. 난디 공항에 내려서 다시 경비행기를 타고 가는 타베요니섬에 위치해 바다와 해양 액티비티를 하기엔 최고다. 그곳에 밴든듄스를 설계한 젊은 천재 설계자 데이비드 맥레이 키드가 심혈을 기울여 디자인한 18홀 골프장이 2013년 개장했다.

맥레이 키드는 화산 봉우리를 뒤로 하고 앞에 대양을 둔 자연 밀림 사이에 반시계 방향의 레이아웃을 내었다. 그는 ‘주어진 천혜의 환경을 최대한 거스르지 않으면서 섬이 가진 코코넛 플랜테이션 지역을 살려 미니멀한 임팩트를 주려 했다’고 이 코스 설계 철학을 밝혔다. 산호초로 둘러싸여 잔잔한 바다와 쭉쭉 하늘로 뻗은 야자수들, 짙은 우림 속에서 벌새들만 시끄러운 갤러리인 듯 재잘재잘 지저귀는 속에서 라운드는 진행된다.

곳곳에 크리크(개울)가 까다로운 위치에 있어 거리가 짧다고 만만하게 공략할 수 있는 코스가 절대 아니다. 더구나 페어웨이를 벗어나면 쭉쭉 뻗은 야자수 군락으로 인해 페어웨이로 레이업 할 수밖에 없도록 세팅되었다. 8번부터 13번 홀까지는 바다가 선사하는 다양한 오션 풍경을 맘껏 즐길 수 있다. 8번 홀의 별칭은 ‘악마의 피치샷(Devil‘s Pitch)’이다. 블랙티에서 파5 451미터에 불과한데 그린 바로 뒤가 급격한 해안 절벽이다. 모험을 걸었다간 볼을 잃으니 조심조심 샷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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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피지인터내셔널에서는 브랜트 스네데커가 초청선수로 출전해 우승했다.


피지인터내셔널의 전당 나탄돌라베이(NatadolaBay)
비티레부 남서쪽 끝 산호해안인 나탄돌라 해변을 경계로 남쪽을 향해 뻗어나간 나탄돌라베이(파72, 6947야드)는 피지의 흑진주로 불리는 비제이 싱이 설계에 참여했다. 세부 설계와 공사는 IMG가 맡았지만 유명 선수들이 그러하듯 싱은 자신의 이름을 빌려주었고 코스 설계할 때 의견을 주었다. 하지만 싱과 개발업자의 의견차로 인해 싱은 나중에 자신의 이름을 빼라고도 했다. 난디공항에서 남쪽으로 한 시간 이내다. 그린피는 15만원 정도지만 호텔 투숙객은 10만원이면 라운드 가능하다.

2009년 6월에 오픈한 이 코스는 2010년 피지오픈, 2013년 나탄돌라베이피지클래식을 개최한 데 이어 2014년부터는 원아시아투어인 피지인터내셔널이 열렸다. 클럽하우스는 피지의 전통가옥인 부레를 응용해 만들었다. 1번 홀에서 코스를 내려다보면 페어웨이 뒤편으로 하늘과 바다가 경계가 없는 듯 펼쳐져 마치 한 폭의 그림 같다. 전반을 마치고 후반 9홀에 들어서면 코스를 넘어 당장이라도 밀려올 것 같은 파도가 환상적이다.

원아시아투어로 열린 1회 대회에서 호주의 스티븐 제프레스가 10언더파 278타로 우승했다. 허인회는 이때 단독 5위를 했고, 군에서 갓 제대한 뒤에 출전한 지난해 대회에서는 7위를 했다. 올해는 비제이 싱도 초청되었고, 앙헬 카브레라도 온다. 한국 선수 중에서는 왕정훈, 이수민, 장이근이 출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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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나라우 4번 홀은 물고기 모양의 벙커가 새겨져 있다.


해양 생물 벙커가 특징인 데나라우(Denarau)골프&라켓클럽
데나라우 쉐라톤에 속한 리조트 코스 데나라우G&RC(파72, 6,538m)는 일본인 에이치 모토하시가 설계했고 1993년 6월9일 개장했다. 망그로브 나무와 개천이 코스 전체를 감싸고 흐른다. 높낮이 없는 평지에 개울이 종횡으로 코스를 가로지른다. 15개 홀이 워터 해저드를 적어도 한 개 이상 가지고 있으며 각 홀마다 문어, 상어, 붕어, 뱀장어, 게 등의 해양 생물이 벙커 안에 돋을새김 되어 있다.

바다에 면해 있어 거대한 코코넛 나무가 장관이다. 특히 15번 홀 그린에 다다르면 태평양이 한 눈에 들어온다. 난디국제공항에서 15분 거리라서 편의성이 높다. 티 박스가 코코넛 열매 모양인데 코스 전체는 야자 나무로 우거졌고, 비티 레부섬에서 가장 높은 해발 1,076m 코로바 산이 배경으로 둘러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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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8년 개장한 더펄 골프장은 퍼시픽하버 골프장이라고도 불린다.


진주같은 바다가 아름다운 더펄(The Pearl)챔피언십골프코스
로버트 트렌트 존스 주니어가 설계해 1978년 개장한 더펄챔피언십코스(파72 6908야드)는 벙커수는 66개로 많지 않으나 하나하나가 위협적이다. 또한 18개 홀 중 12개에 해저드가 있다. 모든 홀이 페어웨이가 넓어 편안한 느낌을 주지만 벙커와 해저드는 스코어를 위협하는 치명적인 장애물이다. 골프장 개장을 기념해 아마추어 세계 골프 챔피언십이 개최되었는데 그렉 노먼이 우승했다.

그린피는 18홀을 기준으로 외부인은 75피지달러, 호텔 투숙객은 50피지달러 정도다. 퍼시픽하버 골프장이라고도 불린다. 1피지달러가 650원이니 4만원 미만으로 한 라운드가 가능하다. 수도인 수바 방향으로 차로 2시간30분 거리의 남쪽 해안 리조트 퍼시픽하버 리조트에 위치한다. 퍼시픽 하버는 골프보다는 세계적인 다이빙 명소로 이름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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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지GC는 낮에 스콜성 호우가 지나가면 골프 라운드에 최적의 코스로 바뀐다.


피지에서 가장 오래된 골프장 피지GC
수도 수바에 위치한 피지GC(파72, 5,662m)는 피지에서 가장 오래된 코스다. 벽에 걸린 역대 우승자 액자에는 1948년 챔피언부터 기록돼 있다. 이 코스는 특히 수바의 오피니언 리더들이 많이 찾는데, 수상을 지낸 람부카 씨가 회장을 맡기도 했다. 수바는 남태평양 사이클론이 지나가는 길목에 있어 비가 잦다. 이곳의 한국인 회원이 조언하길 오후에 비가 한바탕 내리고 나서 한 라운드하는 기분이 최고란다. 수바 코스는 월요일마다 캐디 대항전이 열릴 정도로 캐디의 골프 실력들도 뛰어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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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디 공항코스는 공항옆 벌판에 조성된 코스지만 업다운도 제법 있다.


비제이 싱이 골프한 곳 난디공항GC
난디공항에서 5분 거리 난디만을 끼고 있는 소담한 코스가 난디공항GC(파70, 5,260m)다. 단층 클럽하우스는 우리나라 80년대 동네 점빵 느낌이다. 가장 긴 12번 홀이 파5, 526m이며 제일 짧은 18번 홀은 고작 파3, 109m에 불과하다. 티잉 그라운드는 남성용 하나만 있고 중간 벙커는 하나도 없이 그린 주변의 사이드 벙커만 두어 개씩 두더지 구멍처럼 놓여 있다. 아침 7시부터 저녁 7시까지 개장하며 토요일 아침이면 클럽 대항전이 열린다. 목요일과 토요일 오후에는 여성 대항전도 열린다.

비제이 싱과 관련된 얘기가 전설처럼 전한다. 싱은 이곳에서 어린 시절 캐디 생활을 했고 난디 근처 모캄보 9홀 코스밖으로 날아간 볼을 주워 팔았다고 한다. 부친인 모한이 비행기 정비사였고, 공항 옆에 살았기 때문에 코스에서 매일 살다시피하면서 골프를 자연스럽게 접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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샹그릴라 리조트에 속한 9홀 코스. 피지에는 이런 9홀 코스가 10곳이 있다.


피지의 리조트 9홀 코스들
피지에서는 리조트에 부속된 9홀 코스가 10군데 있다. 리조트들에 부속해 있어서인지 정규 파36보다 훨씬 짧다. 심지어 샹그릴라 모캄보는 9홀 길이가 고작 1,470야드인 파3 코스다. 라우토카 코스는 라우토카 항구 언덕에 있는데 15번 홀은 피지에서 가장 어렵다. 이밖에 코로선 코스와, 보모섬 리조트에는 500야드 거리의 피치&퍼트장, 썰물에만 가능한 토버라우 피치&퍼트장, 산호해안의 워윅리조트에는 9홀 퍼팅 코스만 있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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