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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아름의 아마야구 人덱스] (23) ‘너는 나의 힘’ 동의대 좌완듀오 김정호-박희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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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친구는 인생의 보배다' 동의대 좌완듀오 박희주(왼쪽)와 김정호.


라이벌(rival)의 존재는 성장의 원동력이 된다. 서로에게 자극이 되고 나란히 발전해가는 관계가 바로 진정한 라이벌이다. 동의대학교 야구부에는 나이도 같고, 체격조건도 엇비슷한 왼손잡이 투수 두 명이 있다.

룸메이트이기도 한 김정호와 박희주(22)는 지난 4년간 선의의 경쟁을 펼치며 함께 성장했다. 대학 입학 당시 둘의 스타일은 확연히 차이가 났다. 박희주가 힘으로 누르는 ‘파워피처’였다면, 김정호는 제구력을 위주로 승부를 펼치는 ‘컨트롤피처’였다. 함께 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다양한 변화구 구사, 정교한 제구력, 특유의 위기관리능력 등에서 둘은 다른 듯 닮아갔다.

순천 토박이 박희주, 생애 첫 국가대표 승선

친구 따라 강남 간다고 했던가. 야구의 ‘야’자도 몰랐던 박희주는 초등학교 4학년 때 왼손잡이가 유리하다는 친구 얘기만 듣고 따라갔다가 야구의 매력에 빠졌다. 함께 갔던 친구는 1년도 채 되지 않아 야구를 그만뒀지만 박희주는 계속 남아 야구선수의 길을 걸었다. 당시 포지션 역시 투수였다.

투수로 성장하는 길이 순탄치는 않았다. 순천남산초 시절부터 꾸준히 투수로 경험을 쌓았지만 중학교 시절 슬럼프를 겪으며 한동안 타자로만 경기에 나섰다. 순천효천고 진학 후 다시 마운드에 오른 그는 투수로의 성장을 위해 동의대 진학을 선택했다. 순천에서 나고 자란 박희주의 첫 타향살이였다. 낯선 환경에서 적응을 마친 박희주는 올해 제대로 기량이 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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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의대 투수 박희주. [사진=선수 본인 제공]


박희주는 지난해까지 영점이 잡히지 않아 제구 난조가 심했고, 힘으로만 던졌다. 그런데 올해 그던 박희주는 더 이상 없다. 여유와 경험이 생긴 그는 제구가 잡히기 시작하며 경기운영 능력에서 큰 발전이 있었다. 옆에서 박희주를 지켜 본 김정호는 “올해 (박)희주는 타자들과 상대하는 법을 깨우친 것 같다. 위기 상황에서 힘으로 승부해야 하는 시점과 야수들과 함께 잡아내야 하는 시점을 판단하는 능력이 달라졌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성적은 자연스레 따라왔다. 17경기에 나서 79⅓이닝을 소화하며 8승 2패 평균자책점 2.28을 기록했다. 동의대 에이스로 성장한 박희주는 오는 8월 대만에서 열리는 2017 타이베이 하계유니버시아드대회 출전을 위한 대표팀에 합류했다. 생애 첫 국가대표팀 발탁이었다. 박희주는 “오전에 쉬고 있을 때 대표팀 발탁 소식을 듣고 무척 기뻤다”며 소감을 밝혔다. 이어 “부모님께서는 잘해서 뽑힌 거니까 초심 잃지 말고 가서도 잘하고 오라고 말씀해주셨다”며 부모님의 믿음과 격려가 큰 힘이 되고 있음을 전했다.

박희주의 롤 모델은 고향의 연고팀인 KIA 타이거즈의 프랜차이즈 스타 양현종(29)이다. 박희주는 “원래 롤 모델은 장원준(32 두산) 선수였는데 올해 양현종 선수로 바뀌었다. KIA가 좋은 성적을 내고 있는 것도 분명 영향을 끼치긴 했지만 양현종 선수의 유연한 투구 폼을 배우고 싶다”고 말하며 자신의 보완해야 할 부분으로 유연성을 꼽았다.

‘좌완 윤성환’을 꿈꾸는 김정호

지난해 동의대 마운드의 중심은 김정호였다. 백미는 지난해 4월 20일 중앙대와의 춘계리그 4강전이었다. 이날 선발투수로 나선 김정호는 무사사구 완봉승을 거두며 팀의 결승행을 이끌었다. 아쉽게 준우승에 그쳤지만, 대회 감투상은 결승전에서도 팀의 마지막 투수로 등판해 3⅔이닝 1자책을 기록한 김정호의 몫이었다. 지난 시즌 성적은 총 13경기에 나서 63⅓이닝을 소화하며 3승 3패 평균자책점 3.57.

그런데 성장그래프가 본격적으로 상승 곡선을 타야할 시점인 올해 갑작스레 부침이 찾아왔다. 김정호에게 ‘시련의 해'가 된 것이다. 9경기에 출전해 1승 2패 평균자책점 7.39. 김정호는 “작년만큼 기량이 안 나왔다. 스피드보단 제구로 승부를 보는 스타일인데 올해 제구력에서 많은 아쉬움이 남는다. 올 시즌을 앞두고 동계 전지훈련에서 공을 많이 던지지 못했던 것이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지 않았나 싶다”라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하지만 얻은 것도 있다. 벤치에 있는 시간 동안 정신적으로 한 단계 더 성숙해졌다. “사실 시합을 뛸 때 투수는 자리가 딱 하나뿐이잖아요. 제가 뛸 때 다른 친구들이나 후배들도 얼마나 던지고 싶었을지 그 마음을 이해할 수 있는 기회가 됐어요. 그래서 등판 기회를 잡으면 그런 동료들의 마음을 업고 던진다는 생각으로 더욱 집중하게 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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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의대 투수 김정호. [사진=선수 본인 제공]


슬럼프에 빠진 김정호에게 가장 힘이 된 사람은 삼성라이온즈의 투수 윤성환(36)이다. 감천초-대신중-개성고(전 부산상고)-동의대 선배인 그는 김정호의 멘토이자 롤모델이다. 우완과 좌완이라는 차이는 있지만 정확한 제구력으로 중심으로 다양한 변화구를 구사하며 뛰어난 경기 운영 능력을 자랑하는 윤성환은 김정호에게 있어서 최고의 멘토가 됐다.

윤성환의 수많은 조언 가운데 김정호의 뇌리에 박힌 것은 바로 ‘캐치볼을 할 때부터 그날 공 던지는 것은 시작된다’이다. 평소 캐치볼은 팔만 간단히 풀고 마운드 위나 피칭장에서 본격적으로 공을 던진다는 생각을 했던 김정호는 캐치볼을 할 때부터 자세 하나하나 신경 써서 던지라는 윤성환의 조언에 마음가짐을 달리 먹게 됐다고 밝혔다.

최근 KBS 2TV 시사프로그램 <다큐 3일>은 독립야구단인 연천 미라클 선수들의 3일을 밀착 취재했다. 김정호 역시 이 방송을 챙겨봤다. 그는 “야구를 그만두고도 다시 도전하는 선수들을 보면서 남은 2달 동안 후회도 미련도 남지 않도록 더 열심히 땀흘려야겠다고 다짐했다”라며 다시 한 번 의지를 불태웠다. [헤럴드경제 스포츠팀=정아름 기자]

* ‘800만 관중 시대’를 맞은 한국프로야구. 프로야구가 ‘국민 스포츠’로 추앙 받고 있는데 반해 그 근간인 아마야구에 대한 관심은 냉랭하기만 합니다. 야구팬들이 쉽게 접할 수 없는 아마야구 선수들 및 관계자들의 이야기를 <아마야구 人덱스>가 전하고자 합니다. 독자들의 제보 역시 환영합니다. 아마야구 선수 및 지도자, 관계자들에 대한 소중한 제보를 이메일(sports@heraldcorp.com)로 보내주시면 적극 반영해 취재하겠습니다. 야구 팬 여러분의 성원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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