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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와키 칼럼] 권동영의 골프 코스 난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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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퍼의 기량에 따라 실력자(빨간선)은 두 번에 그린으로 가고, 그렇지 않으면 세 번(파란선)에 나눠 간다. 코스는 골퍼의 기량차에 따른 다양한 선택지를 제공해야 한다. [그림-권동영]


‘난이도(Resistance to Score)란 자연 변수에 인간의 상대성을 시험하는 과제다.’ 골프디자인연구소를 운영하는 권동영 설계가(권동영골프디자인연구소장)는 코스 난이도를 그렇게 설명한다.

코스 난이도에 대해 한 잡지는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얼마나 어려우면서도 동시에 공정한가. 아마추어 스크래치 골퍼가 백 티에서 플레이하기에 적당한가?’ 그 설명이 그래도 좀 어려울 수 있으니 코스 난이도를 쉽게 이해하자면 ‘코스 레이팅’과 ‘슬로프 레이팅’ 측정법부터 구분해야 한다.

코스 레이팅은 스크래치 골퍼가 플레이할 때의 난이도를 수치화 한 것으로 숫자가 높을수록 어려운 코스다. 슬로프 레이팅은 보기플레이어가 느끼는 난이도로 55~155까지 표시하는데 113이 보통 수준의 코스 난이도에 해당한다.

이 둘은 코스 길이, 벙커수, 해저드 위치, 장애물 배치, 심리 등 변수에 따라 달라지는데 골퍼의 핸디캡 지수를 구하는데 중요하며, 3명 이상의 코스레이터가 매 홀마다 ‘거리에 영향을 미치는 5가지 요소’와 ‘10가지 장애물 요소’를 감안해 측정한다.

비거리에 영향 미치는 5가지 요소란 1)볼의 낙하 지점(IP)이 오르막인가 내리막인가에 따른 볼 구르기, 2)티에서 그린까지의 전체적인 고저차, 3)도그레그 홀인 경우 가로질러 치거나 워터해저드, 벙커와 같은 장애물에서 얼마나 더 길거나 짧게 플레이 하는가, 4) 해안 지대 등에서의 바람 변수, 5) 대기압이 희박한 해발 600m(약 2000피트) 이상에서 비거리가 길어지는 현상이다.

코스 난이도를 측정하기 위해서는 비거리 요소뿐만 아니라 다음의 10가지 장애물도 고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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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원 상주 3번 홀의 실제 전경.


1)지형: 페어웨이에서 스탠스나 라이가 영향을 받는 경우 또는 그린까지 샷을 할 때 오르막 혹은 내리막인가.

2)페어웨이: 스크래치 및 보기플레이어가 두 번째나 세 번째 샷을 하려는 IP의 페어웨이 폭은 어느 정도인가.

3)그린 목표: 어프로치 샷으로 그린에 볼을 올리는 난이도로 그린의 크기와 경사, 모양, 지면의 굳기, 그린 가시성은 얼마나 확보되나.

4)러프와 회복성: 샷이 그린을 빗나갈 가능성과 그린에 올릴 확률은 얼마나 되나.

5)벙커: 벙커의 개수보다는 크기 및 목표 지점에 대한 접근성을 고려한다. 각 샷의 IP 지점 크기를 벙커가 얼마나 좁혀놓는가와 벙커에 빠졌을 때의 탈출 가능성을 살핀다.

6)OB &심한 러프: 홀의 외곽 경계가 볼 낙하 구역 혹은 그린 중앙에 얼마나 접근해 있느냐를 본다. 샷 길이와 IP, 그린 주변의 OB나 심한 러프까지의 거리를 기준으로 평가
한다.

7)워터해저드: IP나 그린으로부터의 거리에 달려 있으며 해저드가 홀에 가로놓여 있는 경우 그 해저드를 넘어가는 사항도 포함된다.

8)나무: 크기 및 밀도, 페어웨이나 그린의 중앙부로부터의 거리, 회복성, 난이도, 홀 길이에 따라 평가한다.

9)그린 표면: 퍼팅 관점에서 고려한 그린 빠르기와 지형과 경사도를 살핀다. 이때 그린의 크기는 의미 없다.

10)심리: 다른 장애물들이 골퍼의 심리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들의 난이도를 평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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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원 상주 3번 홀의 등고선 계획도(contour plan).


이를 토대로 경북 상주에 위치한 블루원상주(구 오렌지 골프리조트)의 3번 홀(파5, 500m)을 살펴보자. 홀의 등고선 계획도(Contour Plan)를 보면 백 티에서 첫 번째 IP까지 거리가 260m이고 두 번째 IP까지는 460m이며 그린 중앙까지 총 500m다. 그림에서 보면 난이도가 낮은 청색선의 공략 루트와 적색선과 같이 단거리 루트를 택하는 두 가지가 병존한다. 적색선을 택한다면 드라이버로 최하 280m 이상을 보낼 수 있어야 하고, 페어웨이우드로 어프로치 샷을 200m이상 보내야 한다. 이 정도 수준이면 USGA가 규정하는 스크래치골퍼의 수준을 능가하는 상황이므로 결코 쉬운 조건은 아닐 듯하다.

우측 적색선의 티샷 IP 지점의 벙커를 조금 지난 지점에 소나무 한 그루가 있다면 없는 경우에 비하여 티샷을 얼마나 더 멀리 띄워 보내야 할까? 나무의 키가 10m 내외라면 아마도 10m 이상은 더 멀리 보내야 할 것 같다. 그렇다면 티샷이 최하 290m이상을 날아가야 한다. 그 뒤에 어프로치 샷은 아마 180m이상 날려 보내는 것으로 실제보다 쉽게 홀을 공략할 수 있다. 하지만 티샷에서 이 정도를 보내지 못한다면 세 번의 샷으로 공략하는 게 오히려 현명하다.

골퍼에게 어느 정도까지 볼을 잘 보낼 수 있고 어떤 전략을 택해야 하느냐를 고민하게 만드는 기준이 난이도다. 결국 골프에서의 ‘난이도’는 절대 조건에 대항하는 골퍼의 상대적 판단에 의하여 다소의 기복을 유발시키는 요소지만, 냉정을 잃지 않으며 분석적이고 기량을 충분히 갖춘 골퍼에게는 큰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요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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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원 상주 3번 홀의 입체코스 공략도. 실력자(빨간선)와 그렇지 않은 골퍼의 궤도가 달라진다.


이밖에 좋은 코스를 가려내고 평가하기 위해서 전문가들은 코스 난이도 외에 대체로 다음과 같은 4가지 정도의 기준을 가지고 코스를 평가한다. 우선, 샷가치(Shot Value)다. 각 홀이 얼마나 다양한 위험과 보상을 동시에 제공하는가. 길이와 정확성, 그리고 전략을 고르게 평가하는가? 디자인 다양성(Design Variety)도 따진다. 홀마다 길이와 모양, 해저드의 배치, 그린의 형태와 윤곽이 다양한가?

기억성(Memorablility)도 중요하다. 각 홀이 디자인을 이루는 요소들(티 박스, 페어웨이, 그린, 해저드, 초목과 지형)이 홀마다 개성을 지니면서도 18홀에 걸쳐 연속성을 지니고 있는가? 심미성(Aesthetics)은 감성의 요소다. 코스의 미적인 가치(풍경과 초목, 호수나 강, 코스 주변 배경)가 라운드의 즐거움을 더해주는가?

글을 쓴 권동영 씨는 블루원상주를 비롯해 몽베르, 마이다스밸리, 힐드로사이, 더플레이어스 베트남에 트윈도브, 젠스필드 등의 코스 설계에 참여했다. 6월 중순 착공 예정인 ‘스타스콥C.C’ 9홀 증설 설계를 최근에 끝내고 현재는 감리 준비중이다. 대학 시절 미술을 전공했다. 뛰어난 조형 감각을 코스에 응용했고, 미적인 코스 설계로는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국 골프장 설계의 1세대인 임상하 씨의 수제자였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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