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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아름의 아마야구 人덱스] (17) ‘재능기부’ 하는 야구선수, 문예대 전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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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서울문화예술대 중견수 전현재는 주말마다 틈틈이 여자야구팀 재능기부에 나서고 있다. [사진=정아름 기자]


자신이 지닌 재능을 사회 혹은 집단에 기부하는 '재능기부'. 야구계의 재능기부는 대체로 지도자 혹은 은퇴선수들의 몫이었다. 그런데 현역 엘리트 선수가 이 대열에 동참했다. 단순한 보여주기식의 일회성 재능기부도 아니었다. 디지털서울문화예술대 외야수 전현재(24)는 대학 마지막 시즌을 앞둔 올해 팀 훈련이 없는 일요일마다 여자야구단 팀 훈련에 참여해 재능기부에 나서고 있다.

수비 훈련을 위해 펑고를 쳐주는 것부터 타격 훈련을 위한 배팅볼을 던져주고 타격 자세를 교정해주는 등 그야말로 전천후 코치다. 연습경기가 진행되면 자연스럽게 홈 플레이트 뒤로 가 심판 노릇까지 맡는다. 시간만 허락한다면 계속해서 재능기부를 이어가고 싶다고 한다. 이와 관련해 전현재를 일문일답으로 들여다봤다.

- 여자야구팀 재능기부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사실 선수들에게 휴식일은 정말 소중하지 않은가. 고작 하루밖에 불과한 휴식일의 절반가량을 재능기부에 투자하는 이유가 있을 것 같다.
▲ 같은 팀에 있는 최희성 투수코치님 덕분에 연이 닿아서 참여하게 됐다. 최 코치님께서 ‘가면 너도 분명 배울 점이 있을테니 같이 나가보자’고 하셨다. 물론 쉴 때 개인적인 시간을 보내고 싶다. 올해가 졸업을 앞둔 마지막 해이기 때문에 남은 1년은 쉬는 날까지도 야구 생각만 하고 싶어서 계속해서 참여하게 됐다. 코치님의 권유로 시작했지만 이젠 오히려 내가 재밌어서 자발적으로 나오게 됐다.

- 어떤 점이 특히 재밌나? 재능기부 전과 후를 비교해 여자야구에 대한 인식 변화도 생겼을 것 같다.
▲ 뭔가를 알려드리면 바로바로 습득하는 걸 보니까 ‘이런 맛으로 지도를 하는구나’라는 깨달음이 생겼다. 여자야구는 있는지는 알았지만 이렇게 주말마다 열리는 리그가 따로 있는 지까지는 몰랐다. 처음엔 주말에만 나와서 하다 보니 즐기기 위한 것인 줄만 알았는데 전문선수만큼 열정이 있어서 상당히 놀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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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능기부 현장에서 연습경기 심판을 보고 있는 전현재. [사진=선수 본인 제공]


- 야구는 언제 어떤 계기로 시작하게 됐나.
▲ 초등학교 4학년 때였다. 겨울방학 때 집에서 컴퓨터 게임만 하고 있으니 아버지께서 근처 초등학교로 데리고 나가셨다. 마침 거기 야구부가 있어서 반강제적으로 야구를 시작하게 됐다. 왼손잡이다 보니 내야 포지션은 한정적이라 주로 외야에서 뛰었다. 좌익수, 중견수, 우익수 모두 경험했지만 가장 자신있는 포지션은 외야의 중심인 중견수다. 지금도 맡고 있다.

- 고등학교 및 대학교 성적을 살펴보니 고등학교 2학년 때 성적이 나쁘지 않았다. 그에 비해 3학년 진학 후 부진이 이어졌다.
▲ 고3때 경험만 믿고 훈련을 소홀히 했던 것이 지금 와서는 후회가 된다. 1,2학년 때부터 경기 출전이 많아서 ‘당연히 3학년 때 더 잘하겠지’라고 생각했다. 그런 안일한 생각 때문에 연습을 게을리 하게 됐고 성적은 역시 거짓말을 하지 않더라.

- 대학 재학 중 빠른 군 입대를 선택했다. 군 제대 후 신체적이나 정신적인 변화가 있었다면.
▲ 군 입대를 결심한 가장 큰 이유는 야구의 권태기가 왔다. 대학에 와서도 부진이 이어졌다. 잘 안 되다 보니 야구하기가 너무 싫었다. 운동장에 나가면 시간을 보내려고 억지로 하는 사람 같았다. 이럴바엔 군대에 먼저 다녀오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떻게보면 군입대가 야구 인생에 중요한 반환점이 된 것 같다. 군 제대 후 감독님을 비롯해 코치님들께서 하나같이 많이 성숙해진 것 같다는 말씀을 하셨다. 개인적으로도 2년의 공백기가 정신적으로 많이 도움 됐다. 일단 군 문제가 해결이 되니 마음이 편해졌고, 야구 역시 다시 하게 된다면 누구보다 열심히 할 마음의 준비가 되어서 나왔던 것 같다.

- 군 생활에 얽힌 특별한 에피소드는.
▲ 삼척에 있는 23사단 화기중대에서 군 생활을 했다. 중대별로 티볼대회를 한 적이 있었는데 내가 속해있었던 8중대가 우승을 했다. 당연히 MVP는 나였다. (웃음) 중대장님께 포상 휴가를 받았던 것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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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비와 작전수행능력에 자신감을 보인 전현재. 올 시즌 3할 8푼대의 타율로 타격에서도 눈을 떴다. [사진=정아름 기자]


- 올해 타격 전반에 있어서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28일 현재 타율 0.381 장타율 0.595 출루율 0.509 42타수 16안타 1홈런 16타점 9볼넷 5삼진). 졸업을 앞두고 마지막 시즌 준비를 많이 한 것 같다.
▲ 올 초 태국 전지훈련에서 굉장히 많은 연습량을 소화했다. 이렇게 준비했는데 못하는 게 이상할 정도로 말이다. 타격에 조금 더 신경을 쓰고 준비했다. 특히 지난해 타석에서 여유가 없어서 삼진이 꽤 많았는데 올해 타격 자세에 변화를 준 것이 효과를 봤다. 타석에서 중심을 뒤에 두고 공을 보다보니 선구안이 많이 개선됐다(지난해 BB/K 0.33, 올해 BB/K 1.80).

- 지난 3일 계명대와의 경기에선 만루홈런을 날렸다. 당시 상황은 어땠나.
▲ 당시 팀이 6-2로 리드하고 있었지만 추가점이 절실히 필요한 상황이었다. 6회초 2사 만루에서 타석이 돌아왔다. 풀카운트 승부까지 가는 접전 끝에 가운데 높은 하이볼이 들어왔다. 그걸 찍어서 때린 게 홈런이 됐다. 연습경기에서는 몇 번 있었지만 공식전에선 첫 홈런이었다. 첫 홈런을 만루홈런으로 때려서 좋았고, 후배들이 나보다 더 좋아해줘서 정말 고마웠다.

- 아무래도 4학년이다 보니 프로지명에 대한 부담감이 있을 것 같다. 만약 프로행이 좌절된다면 제2의 진로는 어느 쪽으로 생각 중인가.
▲ 물론 부담이 안 된다고 하면 거짓말일 것이다. 하지만 평가는 내가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경기에 나갈 때 최선을 다하는 것이 끝인 것 같다. 아직 미지명 이후 확실한 진로 계획은 세우지 않았다. 다만, 야구가 아닌 다른 길을 걷게 된다면 요리를 전문적으로 배워보고 싶다. 평소에 요리에 관심이 많기도 하고, 가업을 이어받게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마지막 대회를 앞두고 특별한 각오를 세우기보다는 마음 편하게, 여유 있게 임해서 좋은 결과를 낳을 수 있도록 하겠다.

인터뷰가 진행된 지난 24일. 유니폼을 입은 여성들 한 무리가 목동야구장을 찾았다. 전현재가 재능기부에 나서고 있는 서울 다이노스 여자야구단 선수들이었다. 따로 응원가까지 준비한 열성적인 응원 덕분인지 전현재는 그날 성균관대 투수진을 상대로 4타수 3안타 3타점 경기를 펼쳤다. 어느 대학선수의 재능기부로 흔히 볼 수 없는 아마야구와 여자야구 간 긍정적인 교류의 물꼬가 트였다. [헤럴드경제 스포츠팀=정아름 기자]

* ‘800만 관중 시대’를 맞은 한국프로야구. 프로야구가 ‘국민 스포츠’로 추앙 받고 있는데 반해 그 근간인 아마야구에 대한 관심은 냉랭하기만 합니다. 야구팬들이 쉽게 접할 수 없는 아마야구 선수들 및 관계자들의 이야기를 <아마야구 人덱스>가 전하고자 합니다. 독자들의 제보 역시 환영합니다. 아마야구 선수 및 지도자, 관계자들에 대한 소중한 제보를 이메일(sports@heraldcorp.com)로 보내주시면 적극 반영해 취재하겠습니다. 야구 팬 여러분의 성원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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