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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양영아의 차이나는 골프] (2) 중국골프 속의 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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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골프계에서 미모로 유명한 지이판 선수.


지난주는 우한에 다녀왔습니다. 제가 가르치고 있는 여자골프 중국대표팀(아마추어)의 주요선수들이 CLPGA(중국여자프로골프협회)투어 오리엔트마스터스 우한챌린지에 출전했기 때문입니다. 중국은 땅이 넓어서 그런지 프로대회 이름에 꼭 지역명을 넣는 특징이 있습니다. 저는 처음인데 우한은 관광지로 유명하다고 합니다. 미국으로 치면 라스베이거스 느낌이 좀 나는 것 같기도 하고요.

제 선수들은 11명이 보통인데요, 추가로 들어오는 선수들이 있어 이번 주는 14명이 됩니다. 아마추어지만 국가대표인 까닭에 프로대회에 초청으로 출전하죠. 이 칼럼에서 ‘중국의 미셸 위’라고 소개한 류원보(16, 실제 발음은 류웬보로 들립니다)도 4월 장자강 샹산챌린지에서 초청선수로 나가 사상 최연소로 우승한 겁니다. 류원보는 이번 대회는 손목이 좋지 않아 기권했고요, 제 선수 중에서는 두모한이 공동 13위로 가장 좋은 성적을 냈습니다.

참, 한국 지인들에게 들으니 류원보는 실력도 실력이지만 한국에서 미모로 눈길을 끌었다고 하네요. 역시 한국입니다(^^). 그런데 실제로 제 선수 중 외모가 가장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 선수는 지이판(冀怡帆)입니다. 중국에서는 ‘미모의 골프소녀’로 제법 유명하답니다. 모 골프용품사가 후원을 할 정도이고, 얼마전에는 남자 대회에 갤러리를 나갔는데, 현지언론이 ‘미모의 골프소녀 지이판이 코스에 나와 눈길을 끌었다’고 보도하기도 했습니다. 173cm의 큰 키에 전형적인 중국미인 스타일입니다. 검색하시면 쉽게 사진을 찾을 수 있을 겁니다.

오늘은 중국 속의 골프한류를 간단히 소개하려고 합니다. 먼저 음식을 보면 중국 여자선수들 사이에서 한국의 초코파이는 정말 대박입니다. 간식으로 최고의 인기입니다. 숙소에서 저녁에 먹기도 하고, 휴대가 편리한 까닭에 연습 때도 자주 먹습니다. 바나나우유와 과자, 음료수도 눈에 잘 띕니다. 식사도 한국음식이 인기가 많은데 라면, 그것도 특정 브랜드인 'O라면‘의 인기가 아주 좋습니다. 여러 사람들이 한번에 찾는 경우도 있어, 면을 따로 빼놓고 국물을 따로 끓여 나오기도 합니다. 물론 돌솥비빔밥, 육개장, 참치김밥도 인기가 높습니다. 심지어 홍삼정을 먹는 선수도 있답니다. 앞서 설명한 지이판은 육개장 마니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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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중국선수들이 가장 좋아하는 신라면, 최고의 간식 초코파이, 그리고 홍삼정.


음식이 이럴 정도이니 패션은 말할 것도 없죠. 의류나 화장품 등은 한국이 선도합니다. 종종 한국을 다녀는 저도 선수들의 부탁으로 리필용 화장품을 사다주는 것이 일상다반사가 됐죠. 성형수술도 마찬가지입니다. 일정 상 몇 주 만에 선수들을 보게 되면 쌍커플, 코 등 달라진 얼굴이 눈에 띄입니다. 한국과 다른 것은 이런 걸 숨기지 않는다는 겁니다. 오히려 제게 다가와 “량쟈오리엔(양 감독님), 나 달라진 거 없어요?”라고 먼저 묻곤한다.

당연히 한국말에 대한 관심도 높습니다. 한류 열기 때문인지 한국 드라마를 보고, 한국노래를 따라부르면서 한국말을 배운다고 합니다. 중국분인데 한국말을 곧잘 하는 사람들을 가끔 만나 놀라곤 합니다. 저희 선수들 중에서도 진먼이라는 선수는 어머니가 한국에서 일한다고 하는 데 제법 한국어에 능통합니다. 두모한과 장지원이라는 선수도 한국말을 꽤 하는데, 특히 장지원은 최나연을 좋아해 위챗의 프로필사진이 최나연으로 돼 있습니다. 선수들이 노래를 많이 듣는데 죄다 한국노래입니다. 노래나 드라마 등은 저보다 더 잘 압니다. 제가 중국에서 중국선수들로부터 한국 연예계 소식을 듣고 있는 것이죠.

참고로 선수들은 인사까지 한국식으로 허리를 크게 굽혀서 하기도 합니다. “수고하셨습니다”라는 한국말 인사와 함께 말이죠. 특히 장유라는 선수는 제게 늘 90도가 넘는 폴더인사를 해 웃음이 나오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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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이런 식으로 폴더인사를 하는 중국선수 장유.


골프장에서도 한국의 영향은 큽니다. 저희의 여름훈련지인 연태의 남산골프장처럼 한국 골프관광객이 많이 찾는 곳은 곳곳에 한국어 안내가 붙어 있습니다. 식당 메뉴, 그늘집, 스파, 그리고 심지어 캐디평가도 한국어로 합니다.

이렇게 중국 속의 한국골프는 아주 익숙합니다. 뭐 기본적으로 중국선수들이 가장 많이 물어보는 것이 “한국선수들은 어떻게 공을 잘 치느냐?”이니, 한국 골프가 하는 것이면 뭐든 중국의 롤모델이 되는 건 당연한 듯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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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식으로 중국골프장에서는 한국어 안내를 쉽게 접할 수 있다.


끌으로 살짝 자랑 겸 기분이 좋았던 일 하나를 소개합니다. 얼마전 베이징에서 중국 전국체전 골프 예선전을 참관했습니다. 4년에 한 번 열리는 중국의 전국체전은 중국 내에서 올림픽에 버금가는 의미가 있습니다(올해는 8~9월 개최). 각 성의 대표들이 나와 경기를 펼치는데 광둥성의 골프 지도자가 개리 길크라이스트(남아공)였습니다. 미셸 위, 청야니, 에리야 쭈타누깐, 리디아 고를 가르친 유명 티칭프로죠. 제가 비할 바가 아니겠지만, 현재 중국에서는 제(국가대표팀)가 길크라이스트(성 코치)보다 서열이 높았습니다. 뭐 이것도 중국 속의 한국가 괜찮은 위상을 갖고 있다는 수많은 사례 중 하나가 아닐까요? [중국 여자 골프국가대표팀 헤드코치]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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