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정종훈의 빌드업] (18) 노상민, “동남아 축구인생이 부끄럽지 않아요”
이미지중앙

노상민(93번)은 자신의 커리어를 이어가기 위해 캄보디아 리그를 택했다. [사진=선수 본인 제공]


[헤럴드경제 스포츠팀=정종훈 기자] 아마추어 선수들에게 K리그 진출은 ‘하늘의 별 따기’보다 더 힘들다. K리그 구단들에 선택받지 못한 자들은 해외로 발길을 옮긴다. 하지만 이마저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최근 말레이시아, 태국에서는 K리그 경력을 요구하는 곳이 많아져 쉽지 않다. 나머지 선택지인 캄보디아, 홍콩, 베트남과 같은 더 낮은 리그로 눈을 돌린다. 캄보디아에서 뛰는 한국인 5명 중 1명인 노상민(24)도 그러한 케이스다.

노상민은 명문 보인고등학교 출신이다. 중·고교 시절 볼 좀 찬다는 소리를 들으며 성장했다. 포지션은 중앙 미드필더로 팀에 창의성을 불어넣는 역할을 주로 했다.

그는 대학교 진학을 한양대로 향했다. 1학년 때는 많은 경기 출장하지 못했으나 2학년 때부터 조금씩 출전 시간을 늘려갔다. 신현호 전 한양대 감독의 주문에 딱 맞는 플레이를 펼쳤기 때문이다. 이후 3, 4학년 새로 부임한 정재권 감독의 체재에서도 주전으로 출장하며 프로 진출을 노렸다.

이미지중앙

노상민(7번)은 한양대 4학년 추계대학축구연맹전에서 주장 완장을 달고 팀을 이끌었다. [사진=정종훈]


하지만 프로의 벽은 높았다. 프로 구단에서 노상민을 원하지 않았다. 3부 리그격인 내셔널리그 두 팀이 노상민에게 러브콜을 보냈다. 노상민의 선택은 용인시청이었다. 노상민은 “시설 면에서 용인이 더 좋았어요. 그리고 김종필 감독이 저에 대해서 잘 안다고도 했고요”라고 말했다.

학교 울타리에서 벗어난 사회는 결코 만만치 않았다. 용인시청 1년 동안 공식 출전 기록은 단 1경기. 내셔널리그 경기 기록은 전무하고, 양구에서 열린 선수권대회에서 딱 1경기에 출장했을 뿐이다. 당연히 노상민은 답답해했다. 그는 “기회를 많이 받지 못했다. 감독님과 미팅도 했는데, ‘남은 3개월 잘 준비해서 내년을 잘 준비해봐라’라는 답변을 들었어요. 이 말을 들은 후 ‘경기를 뛸까 말까’라는 생각에 초조하기보다는 제 몸을 만드는데, 신경을 써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라고 회상했다.

노상민은 다른 곳으로 눈을 돌렸지만, 둥지를 틀 곳이 마땅하지 않았다. 그러던 중 친구의 소개로 한 에이전트를 소개받고 난 뒤 캄보디아행을 결심했다. 노상민은 캄보디아행을 결심한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첫째, 용인에서 느꼈던 점이 실력을 떠나서 출전기회 같은 것들이 인맥에 좌우된다는 것이었어요. 두 번째는 저도 제가 부족한 것을 느꼈고, 그래서 프로를 가지 못했다고 생각해요. 한국에서 뛰는 사람들 보면 볼을 잘 차서 살아난 사람보다 힘 좋고 많이 뛰는 사람이 살아남는 거 같아요. 근데 저는 그런 것들이 부족했죠. 그래서 그들보다 그런 부분에서 뒤처지니 제가 살아남을 수 있는 곳으로 가자는 생각이 들었어요.”

하지만 아버지가 이에 반대했다. 노상민은 “모든 부모가 자기 아들이 최고라고 생각하잖아요. 아빠는 제가 중학교-고등학교 때 이름 좀 날린다고 알고 있거든요. 근데 제가 저를 제일 잘 알잖아요. 저는 K리그에서 살아남지 못할 것 같다고 설득했어요”라고 말했다.

이미지중앙

노상민(93번)은 캄보디아에서 팀 에이스로 급부상하면서 두터운 신임을 받고 있다. [사진=선수 본인 제공]


그는 결심을 한 뒤 3주 만에 곧바로 캄보디아로 향했다. 2번의 테스트 낙방 끝에 3번째에 붙었다. 연습경기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줘 3일 만에 계약까지 이어졌다. 그가 합격한 팀은 캄보디아 1부리그(Metfone Cambodia League 2017) 소속인 경찰청(G.C National Police). 경찰 배지도 달고 있긴 하지만 소속만 경찰청인 다소 이색적인 팀이다.

노상민은 전반기 12경기 동안 4골 5어시스트를 기록하며 팀의 에이스로 급부상했다. 우수한 공격 포인트 속에는 노상민의 고충이 담겨 있었다. 그는 “수준이 낮아요. 한국에서 할 때는 계속 생각과 상상을 하는데, 여기는 두 번째 생각이 없어요. 한 가지에 꽂히면 그대로 하는데, 이 답답함을 내려놓고 제가 다음 것을 생각해야 합니다. 어떤 상황에서 동료들이 나에게 패스를 줄지를 찾아야 해요”라고 설명했다.

노상민은 캄보디아를 발판으로 태국 또는 말레이시아 리그 진출을 노리고 있다. 실제로 전반기 도중 말레이시아 2부 리그의 부름을 받아 입단 테스트를 진행하기도 했다(자체경기에서 도움 3개나 기록했지만, 팀이 원하는 스타일과 달라 계약이 무산됐다).

인터뷰 도중 한양대 후배 임찬울(23 강원FC)과 윤용호(21 수원삼성)가 노상민의 얼굴을 잠시 보기 위해 카페에 방문했다. 오랜만에 만난 셋은 이야기꽃을 피웠다. K리그와 달리 캄보디아는 매우 열악한 환경에서 축구를 하기 때문에 이전 동료들과의 괴리감도 느끼고, 부끄러워할 법했지만, 노상민은 그런 기색을 전혀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그것을 웃음으로 승화시켰다. 그러면서 그는 담담하고 단단한 어조로 자신의 굳은 신념을 표했다.

“캄보디아에서 뛰는 것이 부끄럽지 않아요. 축구를 꼭 한국에서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잖아요. 한국에서는 여전히 동남아로 가게 되면 뭔가 창피하고 그러는데 저는 그러기 싫어서 오히려 간다고 주변에 다 이야기하고 피하지 않았어요.” 그렇다. 당당함은 성공의 여러 요건 중 하나다.

이미지중앙

노상민은 시종일관 담담하고 단단한 어조로 자신의 신념을 드러냈다. [사진=정종훈]


sports@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
          연재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