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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상현의 축구화(靴/話)] (9) 끈없는 축구화가 업그레이드 됐다! - 신제품 '아디다스 네메시스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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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디다스 네메시스 17+ 360 Agility의 측면모습. [사진=아디다스]


드디어 축구화의 계절, 6월이 돌아왔다. 4일 레알마드리드의 2연패로 끝난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을 마지막으로 2016-2017 유럽축구리그의 대장정이 막을 내렸다. 하지만 축구용품 업체들은 일찌감치 신제품 개발을 끝내놓고, 다음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6~7월 주요 축구용품 브랜드는 신제품 전쟁을 펼치는 것이다.

첫 스타트를 끊은 브랜드는 아디다스다. 아디다스는 지난 6월 1일 새로운 사일로(Silo, 축구화에서는 ‘계열’이나 ‘콘셉트’의 의미)인 ‘아디다스 네메시스 17’를 출시했다. 리오넬 메시는 지난 5월 27일(현지시간) 스페인 코파 델 레이 결승전에 이 축구화를 신고 출전했다. 또한 치차리토(바이엘 레버쿠젠), 이승우(FC바르셀로나 후베닐A), 디에고 페로티(AS로마), 호베르투 피르미누(리버풀) 등도 이 제품을 착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네메시스 17은 끈없는 축구화다. 아디다스는 이제 끈없는 제품을 만드는데 달인이 된 듯하다. 이 축구화는 기존에는 없던 새로운 형태인 밴디지(Bandage) 콘셉트로 권투선수나 발레리나가 시합전에 테이핑하는 것을 디자인적인 요소로 활용했다. 발전체를 삼선이 새겨진 테이프로 감싼 시각적 효과를 보여주고, 그 위에 아디다스의 상징인 굵은 삼선을 얹혔다. 또한 테이핑 중간에 감각적으로 ‘NEMEZIZ’란 문구를 새겨 넣었다. 발목을 감싸는 부분도 기존 축구화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테이핑이 교차된 형태로 만들어 차별화했다.

디자인은 전체가 밴드로 감싸져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토(Toe)와 힐(Hill)부분은 ‘메시 16’에 사용했던 애자일리티 니트(Agility knit)를 업그레이드해서 적용했다. 이 니트가 적용된 토부분은 상당히 유연하다. 또한 발등을 비롯한 발 중간 부분은 토션테이프(Torsiontapes)라는 밴드소재를 적용해 발전체를 견고하고 안정적으로 감싸줄 뿐만 아니라 끈 역할을 대신한다. 끈 없이도 발을 꽉 잡아준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매장에 가서 직접 착용해 본 결과, 니트 부분은 상당히 유연했고, 밴드부분도 발을 부드럽게 감싸주는 점이 상당히 놀라왔다. 슬립온 신발에 스터드만 달린 기분으로 착용감이 뛰어났다.

기존의 ‘아디다스 메시’는 메시만을 위한 축구화로 이를 착용하는 선수는 소수에 불과했지만, 후속작으로 출시된 네메시스는 그만을 위한 축구화가 아니다. 다른 선수들이 착용할 ‘네메시스’와 메시만이 착용할 ‘네메시스 메시’로 나눠 출시할 계획이다. 이로써 아디다스는 주력으로 판매할 네 가지 사일로(Silo)를 새단장했다. 엑스(스피드), 에이스(컨트롤), 네메시스(민첩함), 코파(편안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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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디다스 네메시스 17+ 360 Agility의 측면모습. [사진=아디다스]


하지만 우려 되는 부분은 서로 다른 콘셉트를 가진 네메시스(민첩함)와 엑스(스피드)의 마케팅 포지션이 서로 겹친다는 점이다. 네메시스가 가볍고 얇은 갑피를 사용했다는 점과 공격수와 윙어들이 착용한다는 점에서 엑스와 유사하기 때문이다. 또한 엑스를 신던 선수(이승우, 린가드, 페로티)에게 네메시스를 신기면서 자기잠식효과(Cannibalization)를 스스로 야기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든다. 나이키의 경우, 머큐리얼과 하이퍼베놈의 관계로 볼 수 있는데, 하이퍼베놈은 민첩함이라는 콘셉트지만 어퍼에 강력한 슈팅을 위한 기능을 넣으면서 공격수용 축구화라는 인식을 더 깊이 새겼다. 비록 많은 선수가 착용하진 않지만 최고의 골잡이들이 하이퍼베놈을 착용하며 그 의미를 부각시켰다. 이 문제점을 어떻게 해결해 나갈지 앞으로 아디다스의 전략을 지켜보면 흥미로울 것 같다.

이런 우려가 있지만 아디다스는 완벽한 네메시스 라인업을 구축했다. 축구화뿐만 아니라, 같은 밴디지 컨셉의 풋살화와 트레이닝화까지 동시에 출시했다. 또한 축구화 최상급 버젼은 끈이 없는 것과 끈이 있는 것으로 나눠 선수들의 기호에 맞게 착용할 수 있도록 했다(이승우의 경우 끈이 있다).

아디다스는 2000년대 초반 나이키 머큐리얼 출시 후 비슷한 콘셉트의 아디제로를, 니트를 대중화한 나이키 마지스타 출시 후 대거 니트를 적용하는 등 타 브랜드를 팔로우(Follow) 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최근에는 끈없는 축구화를 비롯해 이 새로운 밴디지 콘셉트의 네메시스를 출시하며, 광고 속 폴 포그바의 외침처럼 트렌드를 'Never follow' 하며 자신만의 아이덴티티를 만들어가는 것이 상당히 인상적이다.

아디다스는 지난 6월 1일 네메시스를 비롯해, 엑스의 업그레이드 버전인 엑스17, 에이스 17, 코파17을 새로운 컬러을 적용한 ‘더스트 스톰팩’을 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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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디다스 더스트 스톰팩. 왼쪽부터 네메시스 17+ 360 Agility, 에이스 17+ 퓨어컨트롤, 엑스 17+ 퓨어 스피드, 코파 17. [사진=prodirectsoccer.com]



* 글쓴이 이상현은 신발 아웃솔 전문 디자이너로 활동 후, 현재 3D프린팅 맞춤인솔 전문회사인 ‘피츠인솔’에서 설계 디자인을 담당하고 있다. 축구화에 대한 남다른 열정으로 개인블로그와 페이스북 페이지를 운영 중이다. 디자이너와 축구팬의 관점에서 축구화에 대한 다양한 스토리를 전할 예정이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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