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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인투나인’ 셀프 플레이 체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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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더링스의 나인투나인의 전반은 전동 트롤리를 끌며 걷는 라운드다.


[헤럴드경제 스포츠팀=남화영 기자] 골프 18홀 라운드에 얼마 정도면 골프 대중화가 이뤄졌다고 할 수 있을까? 캐디피와 카트비가 준다면 저렴한 골프에 한 발 더 다가섰다고 할 것이다. ‘나인투나인(9to9)’은 7만9천 원으로 한 라운드가 가능한 충남 태안 현대더링스 골프장의 주중 이벤트 프로그램이다.

최근 지인 2명과 팀을 이뤄 지난해 11월 도입됐다는 ‘나인투나인’을 체험해봤다. 현대에서 목장지대로 마련한 평야(태안기업도시)를 골프장으로 만든 곳이라 많이 걷는다는 이 프로그램이 그나마 도전할 만 했다. 36홀 중 B(늘보)코스 18홀에서만 나인투나인이 운영되고 있다.

나인투나인이란 9홀은 전동 트롤리를 끌면서 라운드하고 나머지 9홀은 전동 카트를 스스로 운전하면서 라운드하는 방식이라서 이름 붙여졌다. 비용이 착해서 마음에 들었다. 모두 합쳐서 7만9천 원이다. 주중 18홀 그린피는 5만3천 원이다. 전동 트롤리 9홀 대여비가 5천 원, 전동 카트 9홀 대여비가 1만원이다. 여기에 홀과 홀 사이에 골퍼들의 진행을 돕는 관제(管制)비 5천 원이 추가되고, 6천 원은 9to9 프로그램 이용료다.

오전 8시59분에 티오프했다. 캐디 없이 세 명이 각자 트롤리를 끌고 라운드하려니 부산스러웠다. 라운드 전 스트레칭은 각자 해결하고 티부터 꽂았다. 이 코스는 홀과 홀 사이에 워터해저드가 무척 많다. 볼을 해저드에 빠뜨리면 시간이 지체될 여지도 많아 보였다. 그래서 라운드 시작과 동시에 스마트폰에 GPS프로그램부터 설치했다. 늘보캐디 앱을 깔았더니 홀 정보와 거리가 음성으로 안내되었다. 버튼을 누를 때만 GPS가 작동되니 배터리 소비도 거의 없었다. 다만, 갤럭시에서는 바로 되는데 아이폰은 앱이 신청 중이어서 안되는 게 옥의 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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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보캐디 앱을 깔자 코스 정보가 상세하게 바로 스마트폰 화면에 떴다.


볼을 찾느라 옆 홀로 가도 거기서부터 그린까지 거리가 제대로 측정되어 나왔다. 다음의 골프지도맵을 이용하는데, 골퍼와 핀이 있는 곳을 방위까지 맞춰가며 알려준다. 골퍼들은 각자 GPS캐디를 통해 핀까지 공략 정보를 얻는다. 이 앱은 라운드를 마치면 그날 라운드에 대해 홀마다 거리와 코스 매니지먼트 정보까지 얻을 수 있다. 내 비거리와 또 슬라이스가 나는지 등 샷의 경향이 여기서는 데이터로 기록된다는 건 그만큼 골프에 대한 분석이 가능해진다는 얘기다.

최봉민 늘보캐디 대표는 ‘단순한 GPS거리측정기가 아니라 골프장으로서는 진행을 돕는 효자’라고 설명한다. “골프장에서는 많은 비용을 들여 관제 시스템을 설치한다. 그건 주로 카트에 설치해서 전체 골프장에 카트들이 어떻게 이동하는지 파악하는 구조다. 하지만 늘보캐디는 골프장으로서는 관제 기능을 고객의 앱다운으로 확인할 수 있다. 골퍼가 어느 홀에서 GPS로 그린까지 거리를 확인할 때마다 그가 있는 지점을 확인할 수 있다. 이 시스템이 자동적으로 포어캐디의 역할을 하는 것이다.”

전동 트롤리 작동은 금새 익숙해졌다. 내가 하는 것은 핸들 조작 뿐이다. 오르막에서 4단으로 했더니 빠르게 올라갔다. 30도 오르막까지 커버된다. 내리막에서는 2단으로 낮췄더니 걸음 보폭에 맞춰서 느려졌다. 수납 공간도 넓어 음료수와 타월 같은 셀프라운드 장비를 담기에 무리가 없었다.

트롤리에 익숙해졌을 11시10분에 9홀이 끝났다. 전반 홀을 세 명이 걸어서 라운드하는 데 2시간 11분이 걸렸다. 스타트하우스에서 간식을 먹은 뒤 후반 라운드는 5인승 전동 카트를 이용했다. 전반에 걸을 때는 페어웨이를 걷는 맛이 좋고 운동을 제대로 하는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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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인투나인의 후반은 전동 카트를 직접 몰면서 셀프라운드를 한다.


후반은 카트여서 페어웨이에 들어갈 수는 없었지만 편했다. 카트를 직접 운전하는 재미도 쏠쏠했다. 전반보다 진행은 더 빨랐다. 막걸리 한 통에 안줏거리를 싣고 가면서 먹으니 신선 놀음이 따로 없었다. 9홀 라운드를 마치고 주차장에 골프백 싣고 카트를 반납하고 나니 1시20분이었다. 후반 9홀 소요 시간은 2시간이 채 걸리지 않았다.

4시간 20분에 한 라운드를 마쳤다. 진행상 막히는 일이 없었고, 재미는 배가되었다. 한 라운드에 쓴 돈은 8만원에서 1천원이 빠졌다. 9홀을 제대로 걸었더니 허벅지는 묵직하고 뱃살은 쏙 들어가는 느낌이었다.

올초 ‘골프장 위탁경영 세미나’에서 강연자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주변의 공무원을 하는 친구에게 ‘얼마 정도면 내 돈 내고 골프 라운드를 즐겨나가겠냐’고 물었다. 그들의 답변은 한 라운드 10만원 미만이었다.” 당시에는 그렇다면 한국에서 골프 대중화는 아직 한참 멀었다고 느꼈다. 하지만 이 정도 금액에 또 라운드의 만족도라면 골프대중화는 바로 다가온 듯했다.

SF소설가 윌리엄 깁슨의 말이 새삼 떠올랐다. ‘미래는 이미 와 있다. 다만 널리 퍼져있지 않을 뿐이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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