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좌충우돌 여자야구 도전기] (22) 풀타임 주전 포수의 길
전국대회를 다녀온 후 치른 친선경기는 많은 것들을 깨닫는 계기가 됐다. 특히 ‘주전 붙박이포수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꼈다. 투수들이 제 아무리 좋은 공을 던진들 받아줄 이가 없으면 무용지물이다. 팀원들 역시 이에 대해 공감했다. 문제는 ‘누가 홈플레이트 뒤에 앉느냐’였다.

이미지중앙

지난 7일 빅사이팅 여자야구단과의 리그 경기에서 포수로 나선 필자. [사진=김종민 제공]


필자도 포수후보 중 하나였다. 지난 3월 말 깜짝 포수 테스트를 본 후 4월 친선전에서 2이닝, 전국대회에서 1이닝을 소화했다. 포수라는 포지션에 적응해가고 매력을 느껴가고 있는 시점이었다. 여러 포지션을 경험했지만 한 곳에서라도 제대로 뛰어보고 싶다는 마음도 들었다. 결국 자진해서 포수를 보겠다고 나섰다. 감사하게도 팀원들은 나의 도전을 희생정신으로 여겼지만 나에게 있어선 기회이기도 했다.

하지만 얻는 게 있으면 잃는 것도 있는 법. 오랜 꿈 중 하나였던 마운드에는 당분간 오를 수 없게 됐다. 꾸준히 포수로 출전하며 경험을 쌓는 데 집중해야만 한다. 마운드를 뒤로 하고 홈 플레이트 뒤를 선택한 대가인 셈이다. 곧바로 지난 7일 열린 리그 개막전부터 포수 마스크를 썼다. 연습경기와 공식전을 통틀어 선발 포수로 풀타임을 치른 첫 경기였다.

4이닝 동안 3명의 투수와 배터리를 이뤘다. 세 명 모두 개성이 뚜렷하다. 귀하디귀한 좌완 투수, 우완 파이어볼러, 제구가 일품인 우완 투수까지. 선발로 나섰던 좌완 투수 동생과의 호흡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함께 배터리를 이룬 2이닝 동안 초점을 맞췄던 부분은 ‘맞을 건 맞더라도 볼넷은 최소화하자’였다. 이날 내준 볼넷은 3개. 충분히 만족할 만한 결과였다. 이후 급격히 떨어진 체력 탓에 날아오는 공을 받기에만 급급했다.

이미지중앙

어디서 본 건 많아서 만루 위기를 맞아 심판에게 타임을 요청하고 마운드에 올랐다. [사진=김종민 제공]


전문적인 훈련 없이 곧바로 실전에 뛰어든 내가 할 수 있는 거라곤 당일 주심의 스트라이크 콜로 존을 파악하는 것과 투수들에게 파이팅을 불어넣어주는 것뿐이었다. 기본적인 캐칭부터 블로킹, 스로잉, 프레이밍, 투수 리드에 이르기까지 어느 하나 부족하지 않은 곳이 없다. 반사속도는 또 어찌나 느린지 순발력이라고는 찾아볼 수가 없었다.

아직 갈 길이 너무도 먼 생초보 포수지만 투수가 던지는 좋은 공을 받는 재미는 그 누구에게도 양보하고 싶지 않다. 직접 투수들의 공을 받다보니 더 좋은 포수가 되고픈 욕심이 샘솟는다.

*정아름 기자는 눈으로 보고, 글로만 쓰던 야구를 좀 더 심도 깊게 알고 싶어 여자야구단을 물색했다. 지난 2016년 5월부터 서울 다이노스 여자야구단의 팀원으로 활동 중이다. 조금 큰 키를 제외하고 내세울 것이 없는 몸으로 직접 부딪히며 야구와 친해지려고 고군분투 중이다.

sports@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
          연재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