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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아름의 아마야구 人덱스] (10) ‘선글라스’ 벗은 포수, 대구상원고 이유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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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원고의 안방을 지키고 있는 이유석. [사진=정아름 기자]


토너먼트 방식으로 진행되는 전국대회. 패자는 미련 없이 짐을 싸야만 하고, 최후에 남는 두 팀만이 정상을 놓고 겨룰 수 있는 기회를 얻는다. 이런 대회에서 신입생이 주전으로 나선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때는 2015년. 주말리그 경상권 1위(5전 전승)로 황금사자기에 진출한 대구 상원고(이하 상원고)의 안방은 앳된 얼굴의 1학년 이유석의 차지였다. 신입생답지 않은 야무진 플레이와 더불어 그가 낀 선글라스는 관중을 비롯해 경기를 지켜보는 스카우트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선글라스를 껴야만 했던 포수

10일 황금사자기 대회가 한창인 목동야구장에서 만난 이유석의 모습은 다소 낯설었다. 마치 상징과도 같았던 그의 선글라스는 온데간데 없었다. 이유석은 선글라스 착용으로 인한 불필요한 오해를 없애기 위해 선글라스를 벗었다며 담담히 말했다. “시력이 양쪽 모두 0.5라 선글라스를 끼는 것이 편했어요. 단순히 편해서 낀 건데 여러 이야기들이 돌아서 불편해도 렌즈를 끼고 경기에 나서고 있습니다.”

경북 도산초등학교 4학년 때 야구를 시작한 이유석. 내야, 외야, 투수까지 다양한 포지션을 소화했다. 6학년으로 올라가던 해 포수 자리가 비며 처음으로 포수 마스크를 썼다. 그때나 지금이나 포수가 가장 재밌다는 이유석은 도대체 어디서 포수의 매력을 느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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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있는 것은 송구' 수도권 A구단의 스카우트는 이유석의 송구 및 경기 운영 능력을 높이 평가했다. [사진=정아름 기자]


"야수들은 공이 올 때도 있고, 안 올 때도 있잖아요. 그런데 포수는 공 하나하나 다 연결되니까 그게 좋아요. 모두를 바라볼 수 있는 자리이기도 하고, 경기를 이끌어나갈 수 있다는 점이 매력 아닐까요?"

포수는 그야말로 ‘극한직업’이다. 경기 내내 앉았다 일어 섰다를 수백 번을 반복하며 언제 어느 상황에서 충돌이 생길지 모른다. 부상이 많을 수밖에 없는 자리다. 이유석은 부상을 방지하기 위해 몸을 사리지 않는다. 할까 말까 고민하다 보면 다치는 경우가 더 많아 오히려 과감하게 플레이 하는 것이다. 이유석은 몸을 아끼지 않는 허슬 플레이로 투수들에게 믿음을 쌓아왔다.

KIA 최원준을 두 번 울린 빨랫줄 송구

2년이 흘렀지만 2015년 황금사자기 4강에 얽힌 기억은 이유석에게 아직도 생생하다. 당시 상원고는 준결승에서 주효상(2016 넥센 1차지명), 최원준(2016 KIA 2차 1R), 임석진(2016 SK 2차 1R)이 타선에서 버티고 있던 서울고와 맞붙었다. 선발 포수로 경기에 나섰던 겁 없는 신입생 이유석은 3회와 5회 상대 리드오프 최원준의 도루를 연이어 저지하며 추격의 맥을 끊었다. “제 어깨에 대한 자신감이 있었어요. 두 번의 도루 저지가 큰 경험이 됐죠. 이후 자신감이 되게 많이 붙었어요.”

신입생 시절 이유석은 큰 경기에 나선다는 부담감보단 형들을 따라 그저 열심히 하자는 마음으로 한 경기, 한 경기 임했다. 탄탄대로가 펼쳐질 것 같았지만 고교 생활은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2학년이 된 후 1년 선배인 박민호에게 안방을 내주고 주로 지명타자로 경기에 나섰다. 타격에서는 괄목할 만한 성장세를 보였지만, 포수로서의 성장은 다소 정체됐다. 이유석 역시 이에 대한 아쉬움을 표했지만 올해 다시 포수로 경기에 나서며 수비 안정감을 찾아가고 있다며 웃어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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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수가 아닌 지명타자로 경기에 출전했던 지난 1년. 이유석의 타격 성장세는 가팔랐다. [사진=정아름 기자]


올 시즌 이유석의 타율은 4할(30타수 12안타 6도루)이다. 상원고 이종두 감독 역시 타선에서 제 몫을 해줘야 할 선수로 망설임 없이 이유석을 꼽았다. 이 감독은 "(이유석은) 포수로서 좋은 자질을 갖춘 선수다. 전체적으로 스피드도 빠르고, 스로잉도 좋다. 볼 빼는 속도 역시 빠르다. 아직 힘이 덜 붙었지만 미세한 부분들만 보완된다면 좋은 선수로 성장할 재목"이라며 제자를 평가했다.

어느덧 졸업반이 된 이유석에게 올해 황금사자기 대회는 남다른 의미일 터. 그러나 이유석은 자신이 무언가를 보여주겠다는 것보다 선수들을 하나로 잘 뭉쳐 팀으로 좋은 결과를 내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유석의 이번 시즌 목표 역시 '다치지 않고 팀 동료들과 함께 좋은 추억을 쌓아가는 것'이란다. 이쯤 되니 그의 좌우명이 궁금해졌다.

"'이기적으로 플레이하지 말자'요. 왜냐면 옆에 친구들이 있어야 저도 있는 거니까요. 동기들 모두 같이 잘 되는 게 중요해요."

혼자 잘살기도 벅찬 세상에서 '같이'의 가치를 이야기하는 18살의 소년. 나이답지 않은 의젓함이 묻어났다. 나 홀로 빛나기보단 함께 빛을 내기 위해 희생하겠다는 자세다. 포수는 그라운드의 어떤 포지션보다 희생이 불가피하다. 포수란 ‘투수’를 더욱 빛나게 하기 위해 고요한 밤하늘처럼 담담하고 묵묵히 자리를 지키는 조력자가 아니던가. 어쩌면 이유석에게 포수는 딱 맞는 옷일지도 모르겠다. [헤럴드경제 스포츠팀=정아름 기자]

* ‘800만 관중 시대’를 맞은 한국프로야구. 프로야구가 ‘국민 스포츠’로 추앙 받고 있는데 반해 그 근간인 아마야구에 대한 관심은 냉랭하기만 합니다. 야구팬들이 쉽게 접할 수 없는 아마야구 선수들 및 관계자들의 이야기를 <아마야구 人덱스>가 전하고자 합니다. 독자들의 제보 역시 환영합니다. 아마야구 선수 및 지도자, 관계자들에 대한 소중한 제보를 이메일(sports@heraldcorp.com)로 보내주시면 적극 반영해 취재하겠습니다. 야구 팬 여러분의 성원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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