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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상현의 축구화(靴/話)] (5) 전설의 귀환 ① - 푸마의 수퍼 아톰

최근 부진한 모습을 보이는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을 보면, 이따금씩 2002년 한일월드컵 당시의 대표팀이 그리워진다. 아시아를 넘어서, 세계 강팀과 대등한 경기력을 선보였던 대표팀의 박지성, 이영표, 안정환 등 레전드들이 떠오르는 것이다. 그런데 알고 보면 축구화에도 과거를 회상하게 만드는 레전드가 있다.

최근 한 달 사이 3대 스포츠용품 브랜드가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레전드 축구화를 리메이크해 출시했다. 최초의 탈착식 스터드(Screw-in studs)를 부착한 푸마의 ‘수퍼 아톰(SUPER ATOM)’, 살아있는 전설 프란체스코 토티의 25년 커리어를 기리기 위한 나이키의 ‘티엠포 토티(TIEMPO TOTTI)’,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델 피에로, 라울, 베컴이 착용한 아디다스의 ‘프레데터 매니아 샴페인 골드(PREDATOR MANIA CHAMPAGNE GOLD)’가 축구화판 레전드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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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10일 출시된 '푸마 수퍼 아톰'의 리메이크 제품.


푸마 ‘수퍼 아톰’ - 최초의 탈착식 스터드 축구화

푸마는 지난 4월 10일 해외에서, 65년 전 세계 최초로 탈착식 스터드를 적용했던 ‘푸마 수퍼 아톰’을 리메이크해서 내놓았다. 푸마는 1952년 나온 이 모델이 탈착식 스터드를 최초로 적용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최초라는 말은 늘 그렇듯 논쟁을 야기한다. 한 집안 출신으로 푸마의 라이벌이었던 아디다스 때문이다. 논쟁의 시작은 1954년 스위스 월드컵이었다.

1954년 월드컵은 대한민국 축구의 첫 월드컵 출전이자, 세계의 높은 벽을 실감한 대회로 우리에게도 잘 알려져 있다. 당대 최강팀 헝가리는 첫 경기에서 대한민국을 9-0으로 가볍게 누르는 등 승승장구하며 결승까지 진출했다. 결승 상대는 당시 전범국으로 낙인 찍혀 수 년 만에 월드컵에 진출한 서독. 당연히 헝가리가 우승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그런데 결승전에서 마침 많은 비가 내렸고, 경기 중 긴 스터드로 교체가 가능했던 서독이 3-2로 역전승을 거두고 ‘베른의 기적’을 만들어 냈다. 이때 서독 대표팀 선수들이 신은 축구화는 푸마가 아닌 하얀색 삼선이 들어간 아디다스 축구화였고, 아디다스는 자연스럽게 독일 전 국민의 사랑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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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3년 출시되어 1954년 월드컵에서 서독 대표팀이 착용한 아디다스 아르젠티니아(Adidas Argentinia).


푸마와 아디다스의 경쟁

사실 푸마에게 이 기회가 먼저 왔다. 1948년 푸마는 서독 축구대표팀 감독이었던 헤르베르거(‘공은 둥글다’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의 도움을 받아 탈착식 스터드 축구화 개발에 착수했고, 1952년 이 스터드를 장착한 ‘수퍼 아톰’을 출시했다. 푸마는 ‘최초의 탈착식 스터드’라는 수식어를 달았다. 이를 계기로 헤르베르거는 푸마에 독일 축구대표팀 지원(스폰서십)을 제안했지만, 푸마는 거절했다. 대신 아디다스가 이 제안을 받아들인 것이다. 어쨌든 푸마가 독일의 국민 축구화로 발돋움할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고 할 수 있다. 그 비운의 주인공이 바로 ‘푸마 수퍼 아톰’이다.

실리를 챙긴 아디다스는 자신들이 이미 1948년에 이 탈착식 스터드를 장착한 축구화를 출시했다고 주장한다. 지금까지도 누가 먼저 출시했는지는 알 수 없다. 단, 축구팬 입장에서는 이런 논란이 불쾌하지는 않다. 서로 ‘최초’ 경쟁을 하며 축구화들이 나날이 발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점점 더 가벼워지고 있으며, 발에 편안한 소재들이 개발되고 있다.

한편 푸마의 ‘수퍼 아톰’ 리메이크 버전은 1952년 퉁기 당시의 모습 그대로, 100족 한정판으로 출시됐다. 착용보다는 전시 목적의 제품으로, 아쉽게도 국내에는 정식 출시되지 않았다.

* 글쓴이 이상현은 신발 아웃솔 전문 디자이너로 활동 후, 현재 3D프린팅 맞춤인솔 전문회사인 ‘피츠인솔’에서 설계 디자인을 담당하고 있다. 축구화에 대한 남다른 열정으로 개인블로그와 페이스북 페이지를 운영 중이다. 디자이너와 축구팬의 관점에서 축구화에 대한 다양한 스토리를 전할 예정이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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