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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아름의 아마야구 人덱스] (6) ‘포스트 우규민’을 꿈꾸는 단국대 신병률
최근 2년간 대학야구 무대를 주름잡았던 사이드암 투수들은 하나 같이 빠른 공을 구사했다. 홍익대 김재영(23 한화)부터 고려대 김주한(24 SK), 동국대 최동현(22 두산), 건국대 박진태(22 KIA)까지. ‘즉시전력감’으로 평가받은 이들은 신인 드래프트에서 상위 순번에 이름이 불리며 당당히 프로 유니폼을 입었다.

올해 대학 졸업반 선수들 가운데 손꼽히는 사이드암 투수인 단국대 4학년 신병률(21)은 앞서 언급한 투수들과는 또 다른 유형의 선수다.

사이드암과 언더핸드의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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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국대 사이드암 투수 신병률. [사진=정아름 기자]


수도권 모 구단 스카우트 팀장은 “신병률은 흔히 말해 ‘고속 사이드암’이라 불리는 선수들과는 팔 높이가 다르다. 신병률은 팔 높이가 낮기 때문에 구속은 다소 느리지만 좀 더 지저분한 공을 던진다. 사이드암이 필요한 구단이라면 관심을 가지고 지켜볼 만한 선수”라고 귀띔했다.

신병률은 사이드암(side arm throw)과 언더핸드(Underhand throw) 사이로 공을 던지는 폼을 가지고 있다. 주무기는 사이드암 특유의 지저분한 볼끝이다. 평균 구속은 130km 초중반에서 형성되며, 최고 구속은 지난해 하계리그에서 기록한 141km. 삼진을 많이 잡기보다는 맞춰 잡는 스타일이다. 빠른 승부를 펼치기에 야수들은 신병률의 등판을 반긴다고.

초등학교 4학년 때 야구를 시작한 신병률은 잠신중 시절 투수로 전향했다. 타격보다는 투구에서 경쟁력을 보인 것이다. 시작은 오버핸드였으나 왜소했던 체격이 발목을 잡았다.

“처음엔 오버로 잘 던져서 계속 투수로 경기에 나갔죠. 그러던 중 감독님께서 제 체격 때문에 사이드암으로 팔 각도를 한 번 바꿔보자고 하셨고 그때부터 제게 맞는 옷을 입게 된 거죠. 사실 마운드가 야구장에서는 가장 높은 곳이잖아요. 제가 공을 던져야 경기가 시작되기도 하고, 아무래도 가장 주목받을 수 있는 곳이라 투수가 좋았어요.”

신병률의 롤모델은 휘문고 선배이자 같은 옆구리 투수인 우규민(32 삼성)이다. 틈이 날 때마다 우규민의 기사와 영상을 챙겨본다는 신병률은 “우규민 선수의 경기 운영 능력과 잘생긴 외모가 부럽습니다”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투수에 눈을 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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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병률은 대학 진학 후 힘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 체중을 10kg 가량 늘리며 177cm, 80kg의 체격조건을 갖췄다. [사진=정아름 기자]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시련은 대학 진학 후 찾아왔다. 서울 토박이(둔촌초-잠신중-휘문고)였던 신병률은 대학 진학 후 생애 첫 기숙사 생활에 애를 먹었다. 선수 생활을 하며 맞은 가장 큰 위기였다. 야구를 그만두고 싶을 정도로 힘들었지만 묵묵히 뒤에서 자신을 믿고 지원해 준 부모님을 생각하며 마음을 다잡았다. 꿋꿋이 버텨낸 신병률은 마침내 단국대의 에이스로 만개했다.

신병률은 지난해 단국대 마운드의 주축이었다. 특히 이닝소화력에서 눈에 띄는 발전이 있었다. 17경기에 나서 83⅔이닝을 소화하며 완투만 3차례. 이닝 당 평균 투구 수는 14.53개에 불과했다. 공격적인 피칭이 주효했던 것. 삼진을 많이 잡는 유형의 투수가 아님에도 삼진/볼넷 비율 역시 1.63(16볼넷 26삼진)에서 2.94(18볼넷 53삼진)으로 높였다.

“여러 경험이 쌓여서 작년에 제대로 감을 잡았던 것 같아요. 위기 상황에 많이 올라갔던 것도 경기 운영 능력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된 것 같구요. 지난해는 주로 직구 위주의 승부를 펼쳤는데 올해는 체인지업이나 슬라이더와 같은 변화구를 이용해서 초구 스트라이크 비율을 높여가고 있어요.”

지난 8일 일제히 개막한 대학야구 주말리그. 신병률은 첫 경기부터 호투를 펼쳤다. 8일 동아대와의 경기에 선발로 나서 8⅓이닝 1실점. 이어 9일 동의대전에서도 이틀 연속 마운드에 올라 3⅔이닝 무실점으로 제 몫을 다했다. 리그 시작부터 연투지만 ‘익숙해서 괜찮다’는 신병률의 말에서 왠지 모를 씁쓸함을 느꼈다. 서글픈 우리네 아마야구의 현주소를 다시금 보아서일까.

마운드는 고독한 자리다. 투수만이 홀로 서서 자신에게 쏟아지는 모든 시선을 오롯이 받아내며 타자와 승부를 펼친다. 중압감과 두려움 등 끊임없이 밀려오는 여러 감정들을 스스로 이겨내야만 하는 곳이다. 신병률은 마운드 위에서 혼잣말로 긴장을 푼다. ‘할 수 있다’, ‘막을 수 있다’, ‘집중하자’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주문을 건다. 자기 자신과의 고독한 싸움을 통해 한 뼘 더 성장한 신병률의 시선은 이제 생애 두 번째 신인 드래프트를 향한다. [헤럴드경제 스포츠팀=정아름 기자]

* ‘800만 관중 시대’를 맞은 한국프로야구. 프로야구가 ‘국민 스포츠’로 추앙 받고 있는데 반해 그 근간인 아마야구에 대한 관심은 냉랭하기만 합니다. 야구팬들이 쉽게 접할 수 없는 아마야구 선수들 및 관계자들의 이야기를 <아마야구 人덱스>가 전하고자 합니다. 독자들의 제보 역시 환영합니다. 아마야구 선수 및 지도자, 관계자들에 대한 소중한 제보를 이메일(sports@heraldcorp.com)로 보내주시면 적극 반영해 취재하겠습니다. 야구 팬 여러분의 성원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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