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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상록의 월드 베스트 코스 기행 8] 스코틀랜드의 숨은 진주, 노스버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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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스버윅 웨스트링크스 1번 홀.


스코틀랜드 노스버윅(North Berwick)에서는 으뜸을 브리티시오픈을 개최하는 뮤어필드를 꼽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노스버윅웨스트링크스를 그 보다 높게 꼽기도 하는데 나도 그 중 한 명이다.

노스버윅링크스는 뮤어필드에서 디오픈이 개최되는 해 최종 예선전을 치르는 곳이다. 올해 2013년 뮤어필드에서 디오픈이 개최됐을 때도 그랬다. 노스버윅은 1832년에 개장했으니 역사가 깊다. 세계에서 13번째 긴 역사를 자랑한다. 그린과 페어웨이 개조 없이 최초의 개장 당시 레이아웃을 그대로 사용하는 골프장 중에서는 세인트앤드루스 올드 코스 다음으로 길다. 그런데 긴 역사와 함께 코스 자체가 주는 감동에도 불구하고 디오픈이 이곳에서 개최되지 않는다. 왜일까?

디오픈 개최에 안달하지 않는다
디오픈을 개최하는 골프장은 올드 코스 외에 카누스티, 뮤어필드, 올해의 로열 버크데일, 로열리버풀, 로열세인트&리덤, 로열트룬, 턴베리, 로열세인트조지스 9개에 로열포트러시가 추가되었다. 올드 코스에서 5년 주기로 개최되고, 나머지 코스는 매년 순번제로 돌아간다. 이 10개 코스에서만 디오픈이 개최되는 이유를 아는 이는 별로 없다. 많은 해 디오픈을 참관하면서 깨닫게 된 이유 중 첫 번째는 가장 스코틀랜드적이고 영국적인 코스인 해변 링크스라야 한다. (내륙의 숲속에 둘러싸인)파크랜드 코스는 아니다. 이는 다른 나라 대회와 차별성을 강조하고 오랜 역사를 지닌 링크스에 대한 자부심에 뿌리를 두고 있다.

두 번째는 코스 자체의 아름다움이다. 물론 이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지만, 선택 기준에 들어간다. 세 번째는 공간이다. 하루 5만여 명의 갤러리와 대회 진행 요원을 수용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공간이 확보되어야 한다. 이는 디오픈이 상업적으로 성공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네 번째로는 숙박, 교통 그리고 편의 시설 등 선수와 갤러리가 이용 가능한 시설이 있는 곳이라야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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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20세기초 노스버윅을 알리는 관광 홍보 포스터.


스코틀랜드 동북쪽 인버네스 호수 근처의 로열도노크는 ‘링크스 코스 중 최고’라는 톰 왓슨의 찬사에도 불구하고 디오픈을 유치하지 못한 이유가 바로 갤러리 유치 공간 부족과 부대 시설, 그리고 접근성 때문이었다. 노스버윅 웨스트링크스 역시 매력적이고 접근성과 부대 시설은 만족스럽지만, 갤러리를 유치할 수 있는 내부 공간이 부족했다.

수많은 갤러리가 관전하기 위한 통로를 만들어야 하는데, 그러한 공간을 내지 못한 것이 디오픈을 개최하지 못한 가장 큰 이유다. 따라서 ‘디오픈 개최 코스가 가장 좋은 코스’라는 고정관념은 수정되어야 한다. 실제 디오픈을 개최하는 골프장 중 감동도 재미도 없는 코스는 ‘세계 100대 코스’ 리스트에서 빠져야 한다.

그런 점에서 노스버윅은 디오픈을 개최할 수 없는 아름다움을 지닌 명품 코스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코스 전장이 프로에게는 다소 짧지만 파68~69 정도로 조정한다면 만만한 코스는 아니다. 세인트앤드루스만을 중심으로 북쪽은 세인트앤드루스 지역이고 남쪽이 바로 노스버윅이다. 이곳에서 바다를 보고 날린 샷이 20킬로미터쯤 날아간다면 올드 코스에 닿는다는 얘기다. 날씨가 좋을 때면 반대쪽 육지가 보일 정도로 가깝다. 모든 홀에서 바다를 조망할 수 있도록 홀이 배치되어 있다. 물론 4번 홀에서 인, 아웃 홀이 교차하긴 하지만 9홀을 서북쪽으로 전진하다 나머지 9홀을 반대 방향으로 돌아오는 길게 두 줄로 늘어진 코스다.

특별한 디자인이 필요치 않아 보이는 코스 레이아웃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코스의 매력은 홀마다 바다가 주는 시각적 시원함, 백사장으로 흩어지는 포말, 드문드문 잡힐듯 흩어져 운치를 더하는 해안의 섬, 해안선 가장자리 노스버윅 만을 끼고 있는 아늑한 방파제, 포구 안에 그림처럼 떠 있는 작은 배, 마을 중심에 우뚝 솟은 초록 잔디색이 선명한 뉵 언덕, 언덕 주위에 빼곡하게 들어선 집, 빨간색 지붕의 색감 등 바라보는 방향마다 다른 아름다움으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마치 여러 폭의 수채화를 전시한 갤러리에 온 듯하다. 게다가 흥미진진하고 도전적인 코스 자체가 주는 재미는 핸디캡을 막론하고 즐거운 라운드를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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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돌담으로 외벽을 쌓은 클럽하우스.


클럽하우스로 귀환하는 18번 홀 중간쯤 페어웨이에서 좁은 도로 하나를 건너 2001년 US여자 오픈과 09년 브리티시여자오픈 우승자이며 스코틀랜드의 자랑인 여자 골퍼 카트리오나 매튜 의 집이 있다. 이곳 멤버인 매튜는 에딘버러 출생이지만 이곳의 아름다움에 빠져 정착했다.

따라서 클럽하우스 곳곳에 그녀가 우승 트로피를 들고 찍은 사진이 걸려 있다. 클럽하우스와 마을이 마치 하나로 엮여져 있는 것이 또 다른 특색이다. 여느 골프장처럼 담이나 출입구가 따로 없이 도로에서 골프장으로 진입이 가능하고, 코스를 지나 백사장으로 가도록 되어 있다. 실제 도로를 지나가다 보면 클럽하우스가 어딘지 몰라 지나칠 정도로 마을과 골프장이 일체가 되어 있다. 그만큼 개방적이다.

캐디도 모두 그 동네 출신이다. 어릴 때부터 놀이터에서 놀 듯, 그린에서 퍼팅을 하면서 놀았다 하니 자연 골프와 가까워질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스코틀랜드는 두터운 선수층을 보유하고 있다. 그런 개방적인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여성을 정 회원으로 받아들인 것이 2005년이라 하니 그 보수성에 놀라게 된다.

바다와 함께 나갔다 돌아오는 홀 흐름
1번(파4, 322야드) 홀 티박스에 올라서면 이름 모를 섬이 10개 쯤 해안선을 따라 각기 다른 모습으로 코스를 응시하고 있다. 크레이그레이스 섬과 바스돌섬이라 이름 붙여진 이곳은 높은 곳이 해발 80미터 정도이고, 대서양 갈매기 서식지로 유명하다. 이곳에 약 8만개의 갈매기 둥지가 있다 하니 놀랍다. 거리만보자면 다소 짧다는 느낌이 들지만, 실제 라운드를 그렇지 않다. 그만큼 트릭 요소를 지니고 있어 조심스러운 공략을 요구한다.

원온이 가능할 것 같이 가깝게 느껴지지만, 가능한 페어웨이를 공략해야 한다. 직접 그린을 공략하다가 오른쪽 바다 쪽으로 볼을 흘려보내는 경우 낭패를 본다. 그린에서 티 박스를 보면 몇 안되는 베스트 중 하나의 감동을 선사하게 될 것이다. 초록빛 티 박스가 바다에 반사되는 햇빛과 어우러져 눈이 시리다. 멀리 보이는 포구의 장식용 앵커와 그 배경을 차지하는 집들이 정겨움을 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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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스버윅 2, 17번은 석양이면 풍경이 장관을 이룬다.


오른쪽 해안선을 따라 길게 늘어져 있는 2번(파4, 429야드) 홀. 별칭도 ‘바다’인데 세컨드 샷은 더 길게 잡고 쳐야 좌측 벙커를 피할 수 있다. 북서풍이 부는 날이면 바람의 세기를 잘 파악하고 길게는 서너 클럽 길게 선택해 부드럽게 스윙하는 것이 바람을 극복하는 방법이다. 3번(파4, 460야드) 홀 역시 오른쪽 바다와 나란히 페어웨이가 달린다. 그러나 문제는 티샷이 떨어지는 지점에 낮은 돌담이 있다. 마치 제주도의 밭과 밭의 경계석 같은 돌담이 있는데, 그 사이에 골퍼가 이동하는 좁은 통로가 있다. 캐디는 그곳으로 드라이버 샷을 치라고 조언한다. 볼이 너무 가까이 접근하면 세컨드 샷을 우드로 해야 하는데, 탄도가 낮으면 벽을 맞고 티 박스 쪽으로 되돌아갈 수도 있다. 세컨드 샷은 반드시 그린의 왼쪽으로 공략해야 하며, 그린 못 미쳐 오른쪽에 자리잡은 깊은 벙커를 조심해야 한다.

7번 홀 그린 앞에 바다로 흘러가는 개울인 번이 있지만, 보이지 않는다. 좌측은 마을길로 OB, 드라이버 샷의 방향성이 중요하다. 번은 그 주위가 번쪽으로 낮게 형성되어 있는데, 볼이 많이 구르는 링크스에서는 따라서 생각보다 클럽을 짧게 잡고 공략해야 한다.

9번(파5, 519야드) 홀은 서북쪽 끝 지점이다. 좌측은 OB 지역이라 가능한 한 페어웨이 가운데 깊은 벙커를 피해 우측으로 공략해야 한다. 전반 홀의 마지막 퍼팅을 마치면 우측 방향으로 돌아 여기서 클럽하우스를 향해 바다와 나란하게 홀이 배치된다.

인 코스 중 가장 인상에 남는 홀은 13번(파4, 387야드)이다. 드라이버 샷은 좌측 바다와 경계를 이루는 낮은 담과 벙커를 피해 오른쪽 페어웨이를 공략해야 한다. 잘 보낸 드라이버 샷이라 해도 짧은 세컨드 샷의 정확도가 떨어지면 큰일이다. 그린 앞에서부터 우측으로 담이 바짝 붙어 있기 때문이다. 굴러서는 그린에 올라갈 수 없고, 반드시 담을 넘어 그린에 보내야 하는데 바다 쪽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볼을 그린 우측 담장 밖으로 밀어내기도 한다. 예전에 바람을 피해 그린 좌측을 공략하려다 왼쪽 백사장 쪽으로 볼을 넘기고는 해안가에서 자연산 벙커 샷을 하며 헤매다가 홀 자체를 포기한 기억이 아직까지도 생생하다. 그런데 두고두고 그 홀이 재미있었다는 추억으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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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번 홀 그린에서는 백사장과 함께 해안가의 평온함이 느껴진다.


물론 디자이너가 전체적인 윤곽을 보고 디자인한 것은 아니지만, 자연적으로 허물어진 낮은 성벽을 따라 만든 그 홀이 기억에 남는다. 홀의 별칭이 ‘피트(Pit)’, 즉 구멍 패인 곳 또는 짐승을 잡는 함정이라는 뜻처럼, 그린 좌측 모래언덕과 그린 우측의 담벼락이 마치 부비트랩과 같이 그린을 보호하고 있다.

14번 홀은 그린 위치를 파악하기 힘들다. 드라이버 샷을 넉넉하게 쳐도 그린 앞 높은 언덕이 그린의 속살을 보여주지 않는다. 그린은 뒤쪽이 아주 낮게 형성되어 세컨드 샷이 그린 앞에 떨어진다 해도 런으로 그린 뒤로 가니 반드시 한 두 클럽 짧게 공략해야 한다.

노스버윅에서 가장 유명한 홀은 15번(파3, 192야드)홀이다. 별칭은 ‘레단(Redan)’. 성곽에 높은 전망대처럼 돋워 놓은 요새란 뜻이다. 그만큼 그린 앞뒤 좌우로 협곡이고, 그 위에 그린이 있어 붙여진 이름이다. 긴 거리도 그렇지만 티 샷이 그린에 안착하지 못한다면 좌우 협곡에 배치된 4개의 벙커로 인해 탈출이 쉽지 않다. 14, 15번 홀은 난이도가 높은 현대 골프 코스 디자인에 가장 많이 인용되는 설계 원리다.

언제 또 올까 아련함 남는 마무리 3홀
16번에서 18번 홀로 이어지는 세 홀은 드물게 아름다움을 선사한다. 뉵 언덕이 동네의 중심에 있고, 그 언덕 아래로 흐르듯 자리 잡은 집이 포구 쪽으로 창을 내고 있다. 집들이 바라보는 포구에 묶어둔 돛이 파도에 일렁이고, 포구 좌측에 회색빛 돌섬이 태양에 반사되어 마치 흰색으로 보이는 착시를 제공한다. 스코틀랜드 골프장 중에 경치의 아름다움으로 따지자면 가장 최적의 입지를 자랑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16번(파4, 378야드) 홀은 우측 도로는 OB 지역이니 조심해야 한다. 그리고 페어웨이를 가로질러 번이 있는데 이를 넘겨야 한다. 가장 까다로운 것은 그린이다. 마치 밥상과 같이 솟아 있는데 그린을 벗어나면 볼이 흘러내려 다시 올리기가 아주 까다롭다. 그린 주위 잔디가 그린처럼 짧게 깎여져 있고, 고랑처럼 움푹 패어 있다. 뒤땅을 쳐서 어프로치를 망치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럴 때는 퍼터를 이용해 그린으로 올리는 안전한 방법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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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과 바로 이웃한 노스버윅 코스. 골프가 곧 일상인 곳이다.


클럽하우스를 향해 걸어가는 18번(파4, 277야드) 홀은 원온을 시도하면 이글도 가능한 짧은 거리다. 홀 오른쪽으로 쳤다가는 주차한 차 수리비가 다소 많을 수 있으니, 반드시 그린 좌측을 공략해야 한다. 동네와 골프장의 경계가 없다 보니, 길에 주차한 차가 미스 샷에 고스란히 노출되어 있다. 골프 보험에 들지 않은 골퍼라면 더더욱 조심해야 한다. 그러나 홀 자체는 벙커도 없고 런이 많아 원온도 가능하다. 동반자 중 다수가 티 샷을 그린 근처까지 보낸 뒤에 어프로치로 버디를 낚았다.

눈부신 햇살 속에서 18홀의 아름다운 정경을 만끽한 일행은 서둘러 2층 팝으로 올라갔다. 사진 속 카트리오나 매튜의 온화한 웃음이 정겹게 우리를 맞이한다. 라거와 감자칩을 앞에 두고 잔을 들어 창밖 파노라마처럼 펼쳐진 홀과 연이은 바다를 보며 진한 감동을 얘기했다. 언제 우리가 또 올 수 있을까 자문하면서.

Info
노스버윅웨스트링크스 North Berwick West Links
위치 : 비치 로드, 노스버윅 이스트 로시안, EH39 4BB, 에딘버러공항에서 55킬로미터.
홈페이지 : northberwickgolfclub.com
문의 : ++ 44 1620 892 135
코스 : 18홀, 파71, 6464야드
설계자 : 미상
특이사항 : 카트 사용 불가

글을 쓴 김상록 씨는 전 세계 수많은 베스트 코스를 라운드 한 구력 26년 핸디캡 6인 골퍼다. 영국과 싱가포르를 번갈아 거주하는 그는 쿠알라룸푸르 트로피카나 회원이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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