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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종훈의 빌드업] (10) 김해시청 곽성욱, 잊혀진 축구천재의 분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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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시청 곽성욱이 2라운드 천안시청과의 경기에서 프리킥 골을 성공한 뒤 환호하고 있다. [사진=김해시청축구단]


[헤럴드경제 스포츠팀=정종훈 기자]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를 거치면서 각 지역에는 볼 잘 찬다는 ‘축구천재’ 두세 명쯤은 늘 있다. 하지만 그 실력이 프로 성공까지 이어지는 것은 드물다. 그들은 슬럼프, 부상과 같은 이유로 대중의 관심에서 조금씩 멀어진다. 올 시즌 내셔널리그 김해시청에서 뛰는 곽성욱(24)도 그중 한 명이다.

곽성욱은 수원공고 시절부터 전국에 이름을 알렸다. 다소 작은 신장(167cm)으로 지치지 않는 체력으로 운동장 이곳저곳을 누볐다. 더불어 중원에서 찔러주는 패스 타이밍은 고교 원톱이었다. 대통령금배 최우수선수상(2011) 수상, 청소년 대표팀 승선 그리고 ‘축구명문’ 아주대 진학까지. 말 그대로 탄탄대로였다.

그러던 중 불운이 조금씩 곽성욱에게 다가왔다. 2012 AFC U-19 챔피언십 조별리그에서 부상으로 아쉽게 대회를 일찍 접었다. 한국이 대회 우승트로피를 들어 올리는 데 주연은 아니었지만, 아쉬움은 없었다. 오히려 다가오는 FIFA U-20 월드컵 터키 2013 출전 생각에 설레이기만 했다.

불행히도 다음 해인 2013년 3월, 곽성욱은 대표팀 훈련 도중 발목이 돌아가는 부상을 입었다. U-20 월드컵을 얼마 남겨두지 않은 시점이었기 때문에 약 2개월간 재활에 온 힘을 쏟았다. 고대하던 복귀전, 열린사이버대와의 경기에서 후반 교체로 피치를 밟았다. 하지만 하늘은 무심하게도 그를 돕지 않았다. 후반 44분 코너 플랫 쪽에서 상대 팀이 걷어내는 것을 막아내려다 곽성욱 스스로 무너졌다. 부상 장면과 날짜, 시간까지 정확히 기억할 정도로 곽성욱에게는 크나 큰 시련이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부상 결과는 십자인대 파열. 축구선수에게는 치명적인 부상으로 기다리던 월드컵 출전은 눈앞에서 물거품이 됐다. 절치부심했다. 수술과 재활을 합쳐 약 1년의 긴 시간 동안 굵은 땀방울을 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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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성욱은 대학시절 '아주대 사비'라고 불릴 만큼 좋은 능력을 보여줬다. [사진=정종훈]


다시 복귀. 이번에는 ‘실력이 예전만 하지 못하다’라는 평가가 따랐다. 곽성욱도 이를 인지하고 있었다. “저 역시 느끼고 있었어요. 하지만 어떻게 보면 발전할 수 있는 부분이 남아 있다고 생각해요. 계속 노력하고 있는 부분이고, 최근에는 몸(상태)이 많이 올라왔어요. 작년 동계부터 지금까지 큰 부상이 없었거든요(웃음).”

그렇게 대학 4년을 모두 채우고, 2016년 K리그 클래식 인천유나이티드에 입성했다. 인천의 스쿼드가 얇은 것을 고려하면 곽성욱의 출전이 어느 정도 기대됐다. 하지만 기대와는 달리 곽성욱을 1군 무대에서 밟을 수 없었다. 교체 명단에도 단 한 번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R리그(2군리그)만 전전하다 내셔널리그로 눈을 돌렸다.

후반기에 내셔널리그 명문팀 울산현대미포조선으로 둥지를 틀었다. 리그 우승이라는 좋은 결과물을 얻었지만, 기뻐할 수가 없었다. 팀에게 많은 도움을 주지 못한 탓이었다. 곽성욱은 “준비가 많이 되어 있지 않았죠. 후반기에 주로 교체 출전으로 운동장을 밟았어요”라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곽성욱은 올 시즌 출발을 내셔널리그 김해시청에서 하게 됐다. 프로에서 잠시 멀어져 좌절도 했을 터. 곽성욱은 오히려 뛸 수 있음에 감사함을 느꼈다. “팀과 저의 스타일이 잘 맞아요. 시작도 좋고요. 좋은 분위기를 계속 이어가려고 노력 중이고, 경기를 많이 뛰다 보니 몸이 좋아졌어요. 예전에 좋았을 때와 비교했을 때 약 80%까지 몸이 올라왔다는 느낌이 들어요.” 그의 자신감은 좋은 경기력으로 이어졌다. 곽성욱은 지난 3월 25일 펼쳐진 2라운드 천안시청과의 경기에서 그림 같은 프리킥 결승골로 팀 승리를 이끌었다.

그는 신장에 대한 편견을 없애고 싶다는 의지도 강력하게 피력했다. 지난해 K리그 구단들의 문을 두들겼지만, 피지컬에 대한 우려로 입단이 무산됐다. 곽성욱은 “(키에 대해서) 안타까운 것보다 불이익이 있었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더 많은 기회가 있을 수도 있었는데, 선입견이 있는 선생님들을 만났을 때는 눈 밖에 나는 경향이 있었죠. 그래도 그것 때문에 더 노력하는 마음가짐을 가질 수 있었던 것 같아요”라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곽성욱은 “어떻게 보면 조금 돌아서 간다고 생각해요. 친구들이 잘 나가는데 여기서 두고 볼 수는 없는거죠(웃음). 나름 열심히 노력하고 있으니까 좋은 날이 오지 않을까요?”라며 강한 의지를 보였다.

쉬운 인생이 어디 있겠냐마는, 곽성욱은 또래 친구들보다 더 파란만장했다. 그리고 이제는 바닥을 찍고 비상하기 위해 조금씩 부활의 날개짓에 힘을 싣고 있다. 잊혀진 옛 축구천재의 건투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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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시청 곽성욱이 부활의 날개짓을 조금씩 펼치고 있다. [사진=김해시청축구단]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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