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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효녀골퍼' 이정은의 프로 첫 승을 주목해야 할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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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 첫 승을 차지한 이정은이 9일 어머니 주은진 씨와 함께 우승컵을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대회 때마다 휠체어를 타고 골프장을 찾았던 아버지는 이날 딸을 위해 경기장을 찾지 않았다. [사진=KLPGA]


[헤럴드경제 스포츠팀=유병철 기자] 효녀골퍼와 휠체어를 탄 아버지. 아마추어 시절부터 유망주 소리를 들었고, 지난해 신인왕을 차지한 이정은(21 토니모리)과 부친 이정호(53) 씨는 이미 한국여자프로골프투어(KLPGA)에서 언제가는 터질 ‘준비된 성공신화’였다. 아마추어에서는 이미 2015년 광주 하계유니버시아드에서 이정은이 2관왕에 오르며 정점을 찍은 바 있다. 지난해 루키 때도 비록 우승은 없었지만 신인왕에 오르며 돌풍을 예고했다.

9일 제주 롯데스카이힐골프장(파72)에서 끝난 롯데렌터카여자오픈은 이정은을 위한 대회라고 할 수 있다. 와이어투와이어, 그러니까 첫 날부터 끝날 때까지 선두를 달리며 이정은은 첫 프로우승을 완벽하게 만들었다. “아버지에게 영광을 돌립니다”, “열심히 해서 더 좋은 딸이 될게요. 사랑해요 아빠!” 등과 같은 준비된 멘트도 울컥한 이정은의 목소리로 들려나왔다. 이정은이 네 살 때 덤프트럭 운정을 하다 교통사고를 당해 하반신을 못 쓰게 된 아버지는 장애인용 승합차로 딸의 발노릇하며 최고의 후원자가 됐다.

공교롭게도 그토록 기다리던 우승의 현장에 이정호 씨는 없었다. 올해는 장애인탁구에 전념하기 위해 현장응원을 대폭 줄였고, 딸이 이틀 연속 선두를 유지하면서 급히 제주로 이동할까 고민도 했지만 그러지 않았다. 대회 코스가 휠체어로 갤러리를 하기에는 좀 험했고, 이정은이 경기 중 아버지에게 신경 쓰일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정은의 소감도 주목할 만하다. “우승이 없는 신인상이 아쉽지 않았어요. 2년차인 올해는 우승할 수 있다는 확신이 있었거든요." 이정은의 소감처럼 프로 2번째 시즌 이정은의 우승은 예고돼 있었다. 올시즌 3번째 대회만에 생각보다 빨리 달성됐다는 의미가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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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연말 KLPGA 시상식에서 함께 포즈를 취한 이정은의 가족. 아래가 아버지 이정호 씨, 오른쪽은 어머니 주은진 씨. [사진=크라우닝]


그리고 더 무서운 것은 이정은의 스타일이다. "전 차근차근 올라가는걸 좋아하는 스타일이죠. 국가대표, 신인왕, 우승도 그렇게 해왔고요.” 이정은은 작은 목표를 설정해서 그 목표를 이루는 성실함이 빛나는 선수다. 그렇다면 첫 승은 완성이 아닌 새로운 시작인 셈이다.

이미 이정은의 샷은 정평이 나 있다. 여자프로에선 보기 드문 백스핀까지 구사할 정도로 샷이 유려하면서도 강력하기 때문이다. 군더더기 없고 흠잡기 어려울 정도로 완벽한 스윙을 갖춘 것이다. 이런 이정은이 취약점이던 퍼팅에 대해 확실한 자신감을 찾았으니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것이다.

실제로 우천으로 1라운드가 취소된 이번 대회에서 이정은은 안정된(?) 우승을 차지했다. 마지막 날 버디 7개와 보기 1개로 6언더파를 치는 등 3일 내내 6타씩 줄였다. 합계 18언더파로 이 대회 3라운드 최저타 타이기록. 2타차 선두로 출발한 마지막 날도 이렇게 할 위기 없이 2위 박성원(24 대방건설)을 4타차로 따돌렸다. 아이언샷은 대부분 홀컵 주변 5m 이내에 붙였으니 매홀 버디를 노리며 위기를 만들지 않았다. 우승 1억 2,000만 원은 효녀골퍼답게 아버지의 집장만을 위해 쓸 생각이다. 내년 미LPGA 롯데챔피언십 출전권 확보도 쏠쏠한 덤이다.

한편 빼어난 외모로 인기가 높았더 김자영(26 AB&I)은 합계 10언더파로 공동 4위에 오르며 부활을 알렸다. 김자영은 2012년 시즌 3승을 올리며 스타골퍼로 떠오른 뒤 긴 슬럼프를 겪어왔다. 해외파로 참가한 김효주(22)를 비롯, 김해림(28) 등 롯데 소속의 선수 3명이 나란히 공동 4위에 올랐고, 이정은과 함께 챔피언조에서 플레이한 이소영은 3위(13언더파)를 기록했다 올 시즌 1승을 포함해 미LPGA 통산 4승을 기록 중인 장하나(25 비씨카드)는 9언더파 공동 7위를 기록했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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