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좌충우돌 여자야구 도전기] (19) 숨겨둔 재능 발견, 포수 테스트를 보다
이미지중앙

외야에 이어 3루를 거쳐 포수까지. 배워야 할 게 산더미다. 공에 맞아 다치기 딱 좋은 위치에 놓여 있는 필자의 오른손.


NC다이노스 주전포수 김태군이 말했다. “투수는 귀족, 외야수는 상인, 내야수는 노비, 포수는 거지에요. 포수가 제일 많이 고생하죠”라고. 그도 그럴 것이 포수는 경기 내내 수백 번을 앉았다 일어섰다를 반복한다. 각종 장비들은 무겁고, 무엇보다 가장 강력한 공에 정말 많이 맞는다.

힘들고 돋보이지 않는다는 이유로 기피하지만 포수는 ‘팀 전력의 반’이라는 평가가 나올 정도로 야구에서 중요한 포지션이다. 그라운드에서 홀로 유일하게 다른 곳을 바라보는 포수는 타자 분석, 볼 배합, 주자 견제, 야수 수비 위치 조정, 벤치로부터 온 작전 전달 등 그라운드 내의 감독과 다름없는 역할을 한다.

기자 역시 포수라는 포지션에 크게 매력을 느끼진 못했다. 워낙 뛰며 움직이는 걸 좋아하다 보니 끊임없이 백업이 이뤄져야 하는 외야를 더 선호했다. 굳이 하나를 더 꼽는다면 투수였다. 물론 18.44m가 만만한 거리는 아니지만, 언젠가 마운드에 올라 힘차게 공을 던지는 날을 고대하고 있었다. 다른 포지션에 대한 생각과 바람이 크다 보니 포수를 하고 싶다는 생각조차 없었다.

현재 우리 팀은 주전 포수 자리가 공석이다. 단장을 맡고 있는 언니만이 유일하게 실전 경험이 있을 뿐 다들 포수로 뛰어 본 경험이 전무한 상황이다. ‘상황이 사람을 만든다’고 이러한 비상시국에는 다들 멀티 플레이어가 되는 수밖에 없다. 기자 역시 팀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자는 마음과 단순한 호기심으로 포수 장비를 찼다.

일종의 ‘포수 테스트’였다. 연습을 따로 한 적은 없었지만 포구부터 블로킹, 송구까지 차례로 테스트 아닌 테스트가 이뤄졌다. 코치님으로부터 기본적인 자세와 요령을 배우고 따라했다. 손목 힘이 부족하다보니 미트는 계속 아래로 처졌고, 블로킹은 마치 배치기 같았다. 다행히 어깨는 나름 괜찮다는 평가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딱 한 가지 소득은 공에 대한 두려움을 이겨냈다는 것이다. 하도 공에 맞아 부상이 잦다 보니 공에 대한 트라우마가 생겼다. 마스크와 프로텍터, 레그가드, 니세이버까지 차고 나니 이상하리만큼 담대해졌다. ‘올 테면 와 봐라!’ 유리몸계의 떠오르는 신성인 필자에게 보호 장비는 ‘아이언맨 슈트’가 된 셈이다. 이렇게 의도치 않게 포수의 길에 뛰어들었다.

*정아름 기자는 눈으로 보고, 글로만 쓰던 야구를 좀 더 심도 깊게 알고 싶어 여자야구단을 물색했다. 지난 5월부터 서울 다이노스 여자야구단의 팀원으로 활동 중이다. 조금 큰 키를 제외하고 내세울 것이 없는 몸으로 직접 부딪히며 야구와 친해지려고 고군분투 중이다.
sports@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
          연재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