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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포츠 타타라타] 통영시민들이 대학축구를 사랑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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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균 교수의 <스포츠마케팅>.


#스포츠마케팅
어떤 분야의 이름 그 자체를 책 제목으로 하는 경우는 대체로 모 아니 면 도,두 가지 엇갈린 반응으로 귀결되곤 한다. 알토란 같은 내용으로 해당분야의 필독서 반열에 오른 것이 ‘모’라면, 정반대로 빤한 내용을 주섬주섬 담은 성의 없는 책이 ‘도’다. 2011년 경희대학교의 김도균 교수가 펴낸 <스포츠마케팅>은 전자에 해당한다. 체육학과를 졸업하고 글로벌 스포츠용품업체에서 7년 넘게 일하고, 스포츠창업을 거쳐 강단에 선, 독특한 이력의 김 교수는 3대3 길거리 농구를 한국에 처음으로 도입한 것으로 유명하다. 현장과 이론을 모두 겸비한 김 교수는 이 책에서 ‘스포츠마케팅이란 무엇인가?’에 “스포츠를 키우는 것(Grow the sports)!”이라고 자문자답했다. 1,000페이지에 육박하는 이 책은 전공자가 아니더라도 스포츠마케팅(혹은 스포츠산업경영)에 관심이 있다며 한 번 읽어볼 만하다.

#축구의_도시_통영
‘춘계대학축구연맹전, 내년에도 통영에서’, ‘선수단 여러분들이 있어 우리는 행복합니다’, ‘감독님, 코치님 내년에도 통영에서 뵙시다’. 지금 통영에는 수백 개의 이런 플래카드들이 거리 곳곳에 붙어 있다(통영시에 따르면 500개 이상). 박경리, 김춘수, 윤이상 등을 낳은 문화예술의 도시 통영이 ‘축구의 도시’를 자청하며 축구인들에게 적극적인 구애활동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플래카드를 자세히 보면 ‘전국춘계대학연맹전은 영원히 통영에서 열려야 합니다’, 혹은 ‘변석화 회장님(대학축구연맹 회장) 사랑합니다’ 등 웃음을 자아내는 내용까지 있다. 김호 김호곤 고재욱 김종부 등 지역 출신 축구스타들을 내세워 통영이 뼛속까지 ‘축구의 도시’임을 강조하기도 한다. “통영에서는 지게를 지는 사람도 쉴 때는 축구를 합니다.” 김덕인 통영시축구협회장(통영전문장례식장 대표)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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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계대학축구연맹전이 열리고 있는 통영 시내 곳곳에 내걸린 이색 플래카드들. [통영=김유미 기자]


#45억원_경제효과
물론 통영의 축구사랑은 남다르다. 하지만 좀 심하다 싶을 정도인 이러한 애정공세의 진짜 이유는 ‘경제적 측면’에 있다. 2월 12일부터 28일까지 17일 동안 통영의 산양스포츠파크에서 열리는 제53회 춘계대학축구연맹전은 총 74개 팀이 참가해 역대 최대 규모다. 한 팀이 평균 40명 정도이니 선수단만 3,000명이 넘는다. 여기에 학부모, 고등학교 및 프로팀 관계자, 기타 관중을 합치면 그 수는 만 단위로 늘어난다. 통영시 체육지원과의 김순철 과장은 “이 대회(춘계대학축구연맹전) 유치가 올해로 4년째인데 시 차원에서 정교하게 조사한 결과, 올해는 연인원으로 4만 5,000명이 통영을 다녀가고, 45억 원 정도를 쓰는 것으로 추산합니다”라고 설명했다. 45억 원은 결코 과한 액수가 아니다. 동계훈련을 겸한 각 대학팀은 최소 3주에서 길게는 한 달이 넘도록 통영에 머문다. 이 기간 동안 먹고, 자고, 씻고 등 모든 것을 통영에서 소비하기 때문에 총액이 큰 것이다. 인구 14만의 통영시가 대회기간 들썩거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비수기에_대박
이런 경제효과는 겨울(2월)이 관광도시 통영의 비수기인 까닭에 그 의미가 더 크다. 통영숙박업계에 따르면 겨울철 관광 비수기 때에는 객실의 50% 정도만 예약되는 게 보통인데 2월 춘계대학축구연맹전이 열릴 때는 빈 객실이 사라진다. 전통시장 매출도 30% 이상 늘어난다고 한다. 김순철 과장은 “여름에는 저희한테 돈을 줘도 대회를 치를 수가 없습니다. 어차피 관광객으로 넘쳐나거든요. 하지만 2월에 열리는 춘계대학대회는 저희에게 정말 꿀 같은 행사”라고 설명했다. 김동진 통영시장도 대회 개막에 맞춰 참가 선수단에게 푸짐한 만찬을 제공하고는 “너무나 감사한다. 축구의 도시 통영에서 축구도 열심히 하고, 가능한 돈을 많이 쓰고 가 달라”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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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영시축구협회장의 김덕인 회장이 사무실 앞에서 포즈를 취했다. 통영시축구협회는 회원들의 자원봉사로 춘계대학축구연맹을 주관한다.


#공짜점심은_없다
법으로 정해진 것도 아닌데 이처럼 좋은 스포츠행사를 통영만이 독점적으로 누릴 수는 없다. 먼저 통영시는 대학축구연맹을 금전적으로 지원한다. 대회유치금(혹은 비용)은 매년 조금씩 오르는데 올해는 3억 3,000만 원이었다. 적지 않은 금액이지만 위에서 설명한 것처럼 통영경제에 도움이 되는 수치를 생각하면 과하다고 할 수 없다. 그래서인지 최근 모 지자체가 10억 원을 제안했다는 등 유치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참고로 여름대회(추계)의 경우 무더위를 피해 고지대에서 치러야 하는 까닭에 강원도의 태백이 독주하고 있지만(그래서 축구계에서는 최근 태백이 배짱을 부린다는 불만이 커지고 있다고 한다), 2월에 열리는 춘계대회의 경우 날씨가 따듯한 남해안 일대의 지자체와 제주도가 모두 유치에 도전할 만하다. 통영은 온화한 날씨는 기본이고, 여기에 다양한 먹거리과 관광자원, 뛰어난 경기장 시설, 그리고 무엇보다 관민총력지원 시스템으로 비교우위를 어필한다. 수차례 주민간담회를 열어 바가지요금 근절, 각종 할인혜택, 자원봉사 등을 펼친다. 45개 읍면동과 통영시의 부서별로 참가대학팀들과 자매결연을 맺어 간식을 제공하고, 응원도 한다. 할 수 있는 건 다한다는 분위기다. 이러니 대학축구연맹 측도 제법 만족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스포츠마케팅의_살아있는_교본들
강원도의 양구는 2016년 20개 종목을 대상으로 90개의 스포츠대회를 유치했다. 또 85개 팀이 양구에서 전지훈련을 실시했다. 돈이 되니 군 차원에서 스포츠산업에 적극 뛰어든 것이다. 충북의 제천시는 지난해 한국중등축구연맹전에 무려 5억 3,000만 원을 지원했다. 언론에 잘 노출도 되지 않는 대회지만 규모가 크니 유치금도 많은 것이다. 물론 경쟁에서 떨어져 나간 뼈아픈 사례도 있다. 경남 남해의 경우, 많은 축구대회 및 전지훈련을 유치하면서 각광을 받았으나 지나친 상술 등으로 인해 춘계대학축구연맹전을 놓치면서 위상이 떨어졌다. 스포츠마케팅은 ▲스포츠 자체의 마케팅과 ▲스포츠를 이용한 마케팅, 두 분야로 구별된다. 통영대학축구대회를 예로 들면, 전자는 대학축구연맹이고 후자는 통영시다. 양쪽에 모두 득이 되는 윈윈 마케팅이다. “(대회유치는) 돈으로만 되는 것이 아닙니다. 해당 지자체가 진정으로 경기인들에게 다가가야 합니다. 이 점에서 우리 통영은 자신이 있습니다.” 이렇게 말하는 김덕인 통영시축구협회장 등 통영사람들은 스포츠마케팅전문가인 셈이다. [헤럴드경제 스포츠팀(통영)=유병철 기자]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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