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프로농구] 불편함만 남긴 삼성의 무리한 스폰서 이벤트
이미지중앙

이날 경기의 시구자로 나선 배우 차태현씨. [사진=KBL]


[헤럴드경제 스포츠팀=배성문 기자] 보는 팬들에게도, 원정팀에게도 불편함만 남겼다.

지난 19일 서울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서울 삼성 썬더스와 부산 KT 소닉붐의 5라운드 맞대결이 펼쳐졌다. 이날은 삼성 농구단의 메인 스폰서 중 하나인 '매일 유업'의 이벤트 데이였다.

'매일유업 데이'로 지정된 이날은 경기장을 찾은 관중들에게 모두 입장에서부터 '매일우유'를 한 팩씩 나눠준다. 매일우유의 광고 모델인 배우 차태현 씨가 시구를 하는 등 이날 경기장 이벤트는 대체로 매일우유와 연관지어 진행됐다.

문제는 하프타임 이벤트 때 벌어졌다. 평소에는 가족단위로 세 팀을 선정해 아이와 엄마, 아빠가 한 팀을 이뤄 세 팀이 경쟁을 펼친다. 방식은 이렇다. 아이가 아빠에게 달려가 목마를 타고 주어진 물건으로 골대에 골을 넣고, 이후 아빠와 아이는 함께 킥보드를 타고 엄마에게 간다. 이어 엄마는 지압판을 걸어가 골밑에서 슛을 쏴 가장 먼저 이 모든 것을 성공하는 팀이 상품을 갖는다.

이미지중앙

구토 잔여물을 치우고 있는 구단 관계자.


그런데 이날은 '매일유업 데이'로 첫 번째 단계에서 아이에게 '우유 원샷'을 주문한 것이 화근이 됐다. 이벤트에 참가한 아이 중 가장 어린 7세 어린아이에게 장내 아나운서는 핸디캡을 주겠다며 10걸음 가량 앞으로 가게 하고 우유를 반 정도 미리 마시게 해줬다. 장내 아나운서는 그 뒤 출발 신호를 줬고, 아이들은 우유를 마시기 시작했다. 그러나 핸디캡을 받았던 7살 아이는 더 이상 우유를 마시는 것을 버거워 했다. 하지만 장내 아나운서는 "다 마셔야 출발하는거야"라며 아이를 닦달했고, 아이는 결국 우유를 모두 마시고 아빠에게 달려갔다. 아빠의 등목에 올라 타 모형 우유 주머니를 건네 받고 계속해서 림에 던졌다. 주머니는 번번이 림을 빗나갔고, 아빠는 다급해지자 함께 점프를 시도하기도 했다. 그러자 아이가 멀미가 났는지 구토를 하고 말았다.

이미지중앙

원정 응원 구역에서 KT팬과 경호팀이 실랑이 하고 있다.


아쉬운 점은 여기서부터다. 장내 아나운서는 이를 확인한 뒤에도 "아이 좀 잘 케어해주세요"라는 말만 남긴 채 이벤트를 계속해서 진행했다. 모든 이벤트를 중단하고 아이의 상태를 최우선적으로 확인했어야 하는게 옳지 않았나 라는 의문이 든다.

시간을 다투는 이벤트나 게임에서 음식을 이용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일례로 10여 년 전, 한 지상파 예능프로그램의 녹화 도중 당시 최고의 인기 성우였던 고 장정진 씨가 가래떡을 빨리 먹다가 사망한 적이 있다. 이처럼 음식을 억지로 빨리 먹는 것이 몸에 좋지 않은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게다가 7세의 유아가 구토까지 했으니, 더 위험한 상황을 모면한 것이 천만다행이다.

또한 이벤트가 모두 끝나고 선수들이 입장할 때가 돼서도 토사물은 그 누구도 치우지 않았다. 이벤트가 진행된 코트는 KT의 연습코트 쪽이었고, KT 선수들은 락커룸 미팅을 마치고 코트로 돌아왔지만 하필 골대 밑에 토사물이 있던 탓에 슛 한 번 제대로 던져보지 못하고 후반을 맞이했다. 이 과정을 지켜본 KT팬은 삼성측에 격하게 항의했고, 경호팀과 언쟁을 벌이는 일까지 벌어졌다.

기업 이미지 제고를 위해 시행했던 무리한 이벤트가 오히려 독이된 것은 아닌지, 미흡한 대처로 원정팬은 물론 홈팬까지도 눈살을 찌푸리게 한 것은 아닌지 여러 가지로 아쉬움이 남는다.
sports@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
          연재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