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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유택의 주간 브리핑] SK 포워드 라인, 그것이 알고 싶다
변수가 많은 2라운드도 어느덧 중반입니다. 팀별로 적게는 3경기, 많게는 5경기씩을 치르면서 이제는 본격적으로 각 팀의 시즌 전 구상들이 본격적으로 코트에 펼쳐지는 느낌입니다. 탐색전이라 할 수 있는 1라운드에 의외의 승부가 많았다면, 확실히 2라운드 중반에 접어들면서부터는 각 팀의 전력, 장단점대로 ‘정리가 되는’ 경기들이 많아지고 있는데요. 이는 곧 시즌 전체 판도에 대한 윤곽도 서서히 드러날 것을 의미합니다. 개인적으로 올 시즌은 상위권보다는 6강 마지노선 주변에서, PO티켓 한 장을 두고 벌이는 순위권 싸움이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할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특히 전력 면에서 우위를 점하지 못하는 팀들은 자칫 초반에 미끄러질 경우 시즌 후반 치고 올라갈 동력 자체를 잃어버릴 수 있음을 유념해야 할 것입니다.

■ 10월 3주 UP & DOW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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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시즌 모비스의 키워드는 바로 나, 양동근이다.


UP! ‘나도 5연승’ 모비스, 시즌 첫 연승 LG

모비스가 지난 주 2경기를 모두 잡으며 5연승 신바람을 탔고, 최하위 LG도 드디어 7연패의 사슬을 끊고 시즌 첫 연승을 달렸습니다. 특히 양동근 합류 후 3경기에서 승률 100%를 이어가고 있는 모비스는 경기력 자체가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된 모습입니다.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볼까요. 양동근이 가세한 뒤 모비스는 경기당 득실점마진이 무려 +17.3점(득점84.3-실점67)까지 높아졌는데요. 이는 시즌평균 +5.6점보다 무려 11.7점이 높은 수치입니다. 득점은 평균 3.9점 높아졌고, 실점은 무려 7.8점이나 낮아졌죠.

18일 잠실 현장에서 모비스-삼성 전을 지켜보면서는 새삼 ‘선수 하나로 팀이 이렇게나 달라질 수 있구나’ 하는 느낌도 들었습니다. 이날 양동근은 2쿼터 재미를 보던 삼성의 존 디펜스를 단번에 깨부수며 2011-2012 시즌부터 이어온 삼성전 연승 기록을 ‘22’로 늘리는 데 앞장섰는데요. 그 모습은 마치 어려운 방정식의 해법을 알려주는 선생님과도 같았습니다.

16일 KCC를 꺾고 지긋지긋한 7연패의 늪에서 벗어난 LG는 여세를 몰아 18일 ‘김주성 없는’ 동부도 잡았습니다. 시즌 첫 연승의 기쁨과 함께 동부를 붙잡고 공동 9위로 올라섰는데요(4승 10패). 특히 베테랑 김영환의 슛감이 살아난 게 고무적입니다. 맷 볼딘 대신 들어온 브랜든 필즈의 득점력도 나쁘지 않더군요. 연패 뒤 연승으로 팀 분위기 반등의 계기를 만든 LG지만, 다가오는 주는 또 만만치 않습니다. 오는 22일 고양 원정길에 나서 오리온을 상대한 뒤 주말에는 모비스를 만나게 되는데요. 물 들어올 때 노 젓기엔 조금 거친 파도가 아닌가 싶네요. 노를 바짝 세워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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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론 하워드(왼쪽)의 표정이 애처롭다. 마치 모비스와 삼성의 천적관계를 보는 듯하다.


[막간 관전평] 22연패 삼성, 이쯤 되면 ‘공(恐)모(비스)증’?!


18일 삼성-모비스 전 얘기를 좀 더 해보려 합니다. KBL 역사상 가장 질긴 천적관계를 갖고 있는 양팀인데요. 삼성은 결국 이날도 모비스의 벽을 넘지 못했습니다. 이상민 감독도 경기 후 인터뷰에서 밝혔듯, 2쿼터와 3쿼터 초반 재미를 봤던 존 디펜스를 너무 오래 가져간 게 발목을 잡았죠. 본디 지역방어는 상대가 적응을 하고 나면, 약발이 떨어지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이를 차치하고라도, 이날 삼성은 생각보다 너무 일찍 추격 의지를 상실했습니다. 더 이상 모비스에게 승리를 내주지 않겠다는 의지가 엿보였던 경기 초반의 기세와 대비하면 더욱 그랬고, 문태영 없이도 ‘흑역사’를 청산할 뻔했던(82-83 한 점차 패) 1라운드를 돌이켜봐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이는 아마 그간의 아픈 기억이 낳은 심리적 압박감이 알게 모르게 작용한 결과일 것입니다. 특정 팀과의 천적관계는, 특히 그 상대가 수년간, 스무 번 이상 맞붙도록 넘지 못한 산이라면, 아무리 벤치나 선수가 의식을 안 하려 해도 마음처럼 쉽게 되기가 어렵습니다. 이날 잘 싸우던 삼성이 3쿼터 한순간에 동력을 잃어버린 이유도 여기에 있지 않나 싶습니다. 초반부터 ‘으쌰’ 하고 잔뜩 힘이 들어간 채로 덤볐지만 어느 순간 자신들의 패가 통하지 않게 됐을 때, 그야말로 큰 벽에 가로막힌 듯 맥이 풀려 버린 것이죠.

천적관계는 생각보다 무섭습니다. 반대로 모비스 입장에서는 자신들도 모르게 삼성전에서 심리적 안정감이 들지도 모를 일입니다. 저도 대학 때 그런 경험이 있는데요. 특정 팀과의 경기에서 게임이 잘되고 좋은 기억이 많으면, 게임에 나서는 것 자체가 즐겁고 신이 납니다. 삼성 입장에서는 하루빨리 이 지긋지긋한 관계를 청산해야할 이유이기도 하죠. 다행히 대대적으로 전력을 보강한 삼성에게 이번 시즌은 무려 네 시즌 간 이어진 이 지독한 악연을 끊어낼 적기(適期)임에 분명합니다. 아직 네 번이나 남았네요.

DOWN.. ‘오매불망 김주성’ 동부

침울하던 LG가 이제 좀 기운을 차렸다면 이번에는 동부가 울고 있습니다. 지난 주 3경기를 모두 내주며 5연패에 빠졌는데요. 지난 시즌 준우승을 차지했던 동부가 시즌초반 이렇게까지 부진하리라고는 사실 저도 예상치 못했습니다. 윤호영의 복귀로 차고 오르나 싶었지만, 되레 올시즌 동부 농구의 키워드 중 하나인 두경민-허웅 듀오가 나란히 부진하며 엇박자를 타고 말았습니다.

김주성의 빈자리는 더욱 크게 느껴졌습니다. 지난달 19일 오른쪽 엄지발가락 골절상을 입은 김주성은 상태가 생각보다 심각한 것으로 알려졌고, 복귀 시점도 아직 확언할 수 없는 상태라고 하는데요. 두경민-허웅이 좀더 외곽에서 힘을 내줘야 합니다. 한편으로 아직 동부는 김주성의 손길이 더 필요한 팀이라는 생각도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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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김민수는 외곽 공격력을 갖춘 선수지만, 대학 때만 해도 센터 포지션에서 활약했다.


SK 포워드 라인, 그것이 알고 싶다


SK는 지난 주 1승1패를 거뒀지만, 17일 인천 원정경기의 내용이 너무 좋지 않았습니다. 물론 전자랜드의 연패 탈출 의지가 강했던 탓도 있지만, 이날 SK는 KBL 역대 전반전 최소득점 타이(15점)를 기록하는 등 무기력한 경기력을 선보인 끝에 50-77로 완패했습니다. 19일 현재 SK의 성적은 6승 7패 공동 6위로, 가진 전력에 비해 그리 만족스럽지 못한 게 사실인데요. 문제는 무엇보다 SK가 자랑하는 장신 포워드 군단의 경기력이 들쑥날쑥하다는 데 있습니다.

김선형이라는 걸출한 야전사령관이 없는 지금, SK 포워드 라인이 그들끼리 뭉쳐서 경기를 풀어가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이는 SK 포워드 대부분이 3번(스몰 포워드)보다는 4번(파워포워드) 포지션에 가깝기 때문인데요. 요즘 잘나가는 오리온의 허일영-문태종-이승현-김동욱 라인과 SK 김민수-이승준-이동준-박승리를 비교해 보면 그 스타일 차이는 좀더 명확하게 드러납니다. 오리온 포워드들이 SK에 비해 상대적으로 3번(스몰포워드) 느낌이 강하죠.

언뜻 생각하면 미묘한 차이긴 합니다. 이승현의 골밑 존재감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고, 반면 김민수도 외곽에서 공격을 풀어나가는 능력이 출중한 선수죠. 하지만 기본적으로 4번 포지션에 익숙한 선수들은 아무래도 3번 유형의 선수들보다 활동 반경이 제한적이고, 그만큼 가드들의 도움이 없다면 플레이도 다소 뻑뻑할 수밖에 없습니다. 김민수는 대학 때 센터를 봤던 선수고, 이승준-동준 형제가 코트를 넓게 휘저을 수 있는 스타일이 아니라는 건 그간의 플레이를 떠올려보면 알 수 있습니다. 결국 최근 SK가 다소 정돈되지 않은 경기력을 보이는 건 팀의 주무기인 포워드 라인의 플레이 특성이 허약한 앞선과 만나 시너지를 내지 못하는 탓이 크다고 할 수 있겠죠.

■ 10월 4주, 이 경기를 주목하라

# 21일 KGC vs kt(19시, 안양)


인삼공사가 부진을 털고 날아오를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비록 18일 전주 원정경기에선 지독한 슛 난조에 시달리며 패했지만, 이전까지 연승을 달렸기에 분위기는 나쁘지 않습니다. 부상에서 돌아온 박찬희도 팀에 순조롭게 녹아들고 있는데요. 요즘 한창 물이 오른 kt 이재도와의 스피드 대결이 볼만하겠습니다. kt는 조성민과 박상오가 좀 더 살아나야 하고, 오세근 없는 인삼공사는 무엇보다 로드의 컨디션 조절에 신경을 써야 하겠네요.

# 24일 오리온 vs KCC(14시, 고양)

막강 라인업을 자랑하는 오리온과 전태풍이 살아난 KCC가 만납니다. 안드레 에밋은 어느 정도 두 자릿수 득점을 보장해주는 선수인 만큼, 다득점이 벌어지는 재미있는 경기가 되지 않을까 싶네요. 하승진만 터져준다면 KCC 역시 오리온의 대항마로서는 전혀 부족함이 없는 팀이죠. [SPOTV 해설위원] (정리=나혜인 기자 @nahyein8)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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