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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중겸의 MLB 클립] 나폴리와 텍사스의 반가운 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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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작이 되고 있는 텍사스의 나폴리 영입. (사진 = 텍사스 레인저스 트위터)


지난 2013년 FA 계약을 통해 텍사스에서 보스턴 유니폼으로 갈아입은 마이크 나폴리(33)는 지난해 최악의 한 해를 보내야 했다. 홈런은 17개에 그치면서 6년 연속 20홈런 행진이 마감됐으며, .789의 OPS(출루율+장타율)는 데뷔 이후 두 번째로 낮은 숫자였다.

부진의 이유는 있었다. 나폴리는 올해 1월 보스턴 글로브와의 인터뷰에서 '그동안 수면 무호흡증을 앓아왔다'고 고백했다. 은퇴를 고민할 만큼 상태가 심각했다. 나폴리는 턱의 공간을 넓히고 호흡의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티타늄판과 여러 개의 나사 조각을 삽입하는 대수술을 거쳐야 했다. 나폴리는 '잔인한 과정'이라고 수술 당시를 떠올렸지만 그로 인해 올 시즌 재기를 꿈꿀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성적은 신통치 않았다. 보스턴 유니폼을 입고 98경기에서 거둔 성적은 .207의 타율과 13홈런 40타점. 데뷔 후 최악의 성적으로 보스턴 부진의 주범 중 한 명으로 지목될 수밖에 없었다.

나폴리는 8월 8일(이하 한국시간) 웨이버 트레이드를 통해 텍사스 유니폼으로 갈아입었다. 시즌을 포기하고 리빌딩에 돌입한 보스턴과 우타 빅뱃이 필요한 텍사스의 이해 관계가 맞아 떨어진 트레이드였다.

3년 만에 전 소속팀으로 복귀한 나폴리는 예전 텍사스 시절의 위력을 뽐내고 있다. 17일 글로브 라이프 파크에서 열린 휴스턴 애스트로스와의 경기에서 5번 타자 겸 좌익수로 선발 출전한 나폴리는 3타수 2안타 3타점을 기록하며 팀 승리를 이끌었다. 상대 선발 카이클을 상대로 1회말 결정적인 3점 홈런에 이어, 5회 다시 안타를 추가하며 멀티 안타를 완성해냈다. 텍사스는 나폴리 포함 장단 16안타 14득점을 올린 타선의 폭발력과 7이닝 1실점을 기록한 선발 마틴 페레즈의 호투를 앞세워 휴스턴에 14-3 승리를 거두고 4연승을 질주했다. 전날 선두 탈환에 이어 이날 승리로 지구 2위 휴스턴과의 격차를 1.5경기로 벌리며, 숨쉴 공간까지 확보해 놨다.

트레이드 당시만 해도 다니엘스 단장의 우타 빅뱃에 대한 해법이 나폴리에 불과했다는 사실에 많은 이들이 우려의 목소리를 보냈다. 그의 영입도 그렇거니와 우타자 영입이 나폴리 한 명에 그쳤다는 점에서 의아함을 지울 수 없었다.

다니엘스 단장은 두 가지 측면에서 나폴리의 영입을 추진했을 것이다. 첫째는 후반기에 보여준 그의 생산력을 높게 봤다. 전반기 최악의 부진을 보인 나폴리는 후반기 들어 텍사스로 트레이드 될 때까지 18경기에 나서 .267의 타율과 3홈런 10타점을 기록하던 터였다. 전반기 80경기에서 타율 .193, 10홈런 30타점에 그쳤음을 감안하면 괄목할만한 회복세였다.

둘째로 나폴리는 여전히 좌완 투수를 상대로 해서는 가치를 지닌 선수였다. 올 시즌 나폴리의 좌완 상대 성적은 타율 .269, 11홈런 23타점. 17개의 홈런 중 11개를 좌완을 상대로 때려내고 있으며, 출루율 .378, 장타율은 .560으로 OPS는 .938에 달한다(보스턴 시절 .845). 텍사스 타자 중 좌완을 상대로 나폴리보다 높은 OPS를 기록하고 있는 타자는 아무도 없다. 텍사스의 강타자들이 좌타자로 도배된 상황에서 플래툰 시스템을 염두에 둔 나폴리의 영입은 충분히 해볼만한 선택이었던 셈이다.

나폴리는 이날까지 이적 후 23경기(13선발)에 나서 .294의 타율과 4홈런 7타점을 기록하고 있다. 팀은 나폴리가 선발로 나선 13경기에서 9승 4패(.692)의 높은 승률을 자랑하고 있으며, 그가 멀티 안타를 때려낸 5경기에서 모두 승리를 기록하고 있다. 현재까지 그의 텍사스 복귀는 성공작이 되고 있는 셈이다.

최근 나폴리를 둘러싼 화두는 바로 좌익수 수비다. 그간 모어랜드와 1루 자리를 놓고 플래툰 시스템으로 활용된 나폴리는 최근 베니스터 감독의 공격력 강화를 위한 복안에 따라 좌익수 자리로 이동한 상황이었다. 이는 엄청난 모험이었다. 나폴리는 이전까지 데뷔 이후 단 한 차례도 외야 수비를 맡은 적이 없었다. 225파운드(약 102kg)의 거구에다 대단히 느린 발의 소유자라서 외야 수비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체격을 가진 선수였다.

지난 14일 오클랜드전에서 데뷔 첫 좌익수로 선발 출전한 나폴리는 이튿날 휴스턴전에서 평범한 뜬공 타구를 놓치는 실수를 범했다. 베니스터 감독의 나폴리 좌익수 기용이 도마 위에 오르는 듯 했지만 이날은 3회초 수비에서 스프링어의 안타 때 3루로 돌진하던 행크 콩거를 잡아내는 멋진 송구를 선보이기도 했다.

이미 베니스터 감독은 3연전의 첫 날 나폴리의 실책에도 불구하고 상대가 좌완 선발 시 당분간 그를 선발 좌익수로 기용하겠다고 선언한 상황이다. 하지만 이날 보살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그의 외야 수비엔 불안감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 텍사스의 나폴리 영입은 그가 공격력 강화를 위해 나서게 될 수비에서의 약점을 얼마나 상쇄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을 전망이다. [헤럴드스포츠(알링턴)= 김중겸기자]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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